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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Anti SamSung

“딸 투병·소송·승소… 여기까지 오는 데 6년 걸려”

“딸 투병·소송·승소… 여기까지 오는 데 6년 걸려”
이영경 기자 | 입력 : 2011-06-23 21:41:21ㅣ수정 : 2011-06-23 21:41:22



ㆍ고 황유미씨 아버지 황상기씨

고 황유미씨는 속초상고를 졸업하고 동기들과 함께 2003년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에 입사했다. ‘일등기업’이라는 삼성전자에 입사한 것이 뿌듯했지만 자부심이 끔찍한 고통으로 변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05년 5월쯤부터 구토와 피로, 어지럼증에 시달렸고 몸에 알 수 없는 멍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해 6월10일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황씨와 기흥공장 디퓨전공정 3베이에서 2인1조로 함께 일했던 이숙영씨 역시 2006년 6월 같은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이씨는 진단받은 지 두 달 만에 숨졌다.

골수 이식 수술을 받으며 투병하던 황씨마저 2007년 3월 22세의 꽃다운 나이에 숨을 거뒀다. 아버지 황상기씨는 이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황씨의 유족들이 백방으로 알아본 결과 기흥공장에서만 최소한 6명의 백혈병 환자가 발생하고 그 가운데 5명이 사망한 사실을 알게 됐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2007년 11월20일 ‘삼성반도체 집단백혈병 진상규명 대책위’가 발족하게 됐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의 전신이다.

▲ 삼성전자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가 23일 서울행정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받은 뒤 전화 통화를 하며 웃고 있다. | 김문석 기자

대책위 발족 사실이 언론을 통해 전해지자 여기저기서 백혈병과 희귀병에 걸렸다고 호소하는 노동자들의 제보가 빗발쳤다. 노동자들은 웨게너 육아종, 흑생종 등 생소한 이름의 질병부터 뇌종양, 중증 빈혈까지 다양한 질병에 시달리고 있었다. 지금까지 삼성반도체나 LCD 등 전자업체 노동자들의 피해제보 수는 120명을 넘어섰다. 그중 46명이 숨졌고 대부분이 20~30대 젊은 노동자였다. 지난 1월 삼성전자 탕정 LCD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 김주현씨는 피부병과 우울증을 앓다 자살을 하기도 했다.

대책위는 고용노동부에 진상규명과 현장조사 실시를 요구하고, 노동자를 상대로 유해물질의 위험성에 대해 알리는 한편 근로복지공단에는 이들에 대한 산재신청을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지금까지 18명에 대해 산재신청을 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번번이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 이번 법원의 산재 인정 판결은 반올림 활동 4년 만에 이뤄낸 소중한 성과다. 노동자들을 지원해온 이종란 노무사는 “대책위가 발족한 이후 현장의 작업환경이 많이 개선됐다”면서 “과거에는 손으로 유해물질을 써서 세척하던 작업이 자동화됐으며 작업 중 사용하는 유해물질의 성분에 대해 외부에서 감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딸의 억울한 죽음 이후 대책위와 ‘반올림’에서 주도적으로 활동해온 황상기씨는 “여기까지 오는 데 6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백혈병 투병을 지켜보는 데 2년, 소송 준비부터 1심 승소까지 4년. 그러나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근로복지공단의 항소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 딸 유미가 살아 있을 때 ‘이 병은 개인 질병이 아니라 삼성 때문에 생긴 직업병이다. 산재로 인정될 때까지 싸우겠다’고 약속했다”며 “끝까지 갈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06232141215&code=94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