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징계·측근 요직기용 등 취임 초기부터 인사전횡
“천년만년 할 것처럼 보여”
원세훈때 국정원엔 무슨일이…
“국외파트 대거 귀국시켜
그자리에 자기사람 파견
대북 인적정보 망가트려”
[한겨레] 정환봉 기자 | 등록 : 2013.04.29 22:17 | 수정 : 2013.04.30 13:58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재직하던 4년 동안 국정원에선 “천년만년 할 사람처럼 보인다”는 말이 떠돌았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군림하는 행태를 비꼬는 표현이었다. 한 국정원 직원은 “원 전 원장은 아무도 자신을 건드릴 수 없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만큼 뒤를 안 보고 전권을 휘두르며 국정원을 주물렀다는 말이다.
원 전 원장의 힘의 원천은 ‘인사권’이었다. 국회 정보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원 전 원장 취임 초기 70여명에 이르는 ‘살생부’가 작성됐다는 소문이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원 전 원장이 2009년 취임한 이후 일부 국정원 고위 간부들은 스스로 옷을 벗었다. 자신과 무관한 비위 혐의를 추궁하고 한직으로 발령을 내는 등의 조처를 못 견뎠다는 후문이다.
원 전 원장의 광범위한 인사 전횡은 국정원 국외파트를 와해시켰다는 비판을 받는다. 원 전 원장 시절 국정원 중간 간부를 지낸 ㄱ씨는 “(원 전 원장이) 취임한 직후인 2009년 4~5월에는 해외 파견 직원 50여명을 일시에 귀국시키기도 했다. 상당수를 무리하게 들어오라고 한 뒤, 이 자리에 자신의 영향력 아래 있는 직원들을 내보냈다”고 털어놨다.
대개는 이명박 정부에서 득세한 이른바 ‘영포라인’들이 선호도 높은 국외파트를 독차지했고 이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생겼다고 한다. 한 정보당국 관계자는 “러시아의 경우 정보국과 관련된 사람을 통역으로 쓰는 바람에 그쪽에서 우리 국정원 내부 조직까지 다 파악하는 일이 발생했다. 파견 요원이 합의된 수보다 많은 게 들통나 초과 인원을 추방시킨 일도 있다”고 전했다.
원 전 원장 시절 국정원이 김정일 사망, 북핵 실험 등의 대북 정보에 ‘깜깜이’가 된 이유도 ‘순환보직 원칙’이 붕괴됐기 때문이다. 국정원은 보통 국외근무 3년, 국내근무 3년의 순환보직을 원칙으로 삼아왔다. ㄱ씨는 “해외파트는 북한 정보가 들어오는 주요 경로다. 후임자에게 정보원 등을 인수인계도 할 시간 없이 인사를 내니 휴민트(인간정보)가 제대로 들어올 리 없었다”고 말했다.
원 전 원장 인사 전횡의 핵심은 중징계였다. 법조계 등의 말을 종합하면, 2009년 5월29일 국정원 직원 ㄴ씨는 국정원 징계위원회에 불려갔다. 한 여성이 ㄴ씨에 대해 ‘혼인빙자간음’으로 국정원에 민원을 넣었기 때문이다. 국정원은 ㄴ씨가 이 여성에게 일본 도쿄의 총련 사무실 위치 등을 말했다는 점을 들어 비밀누설죄까지 물어 징계위에서 강등 조처를 내렸다. 해당 정보는 이미 인터넷 등에 나와 있는 것이었다. 원 전 원장은 더 나아가 ‘징계가 너무 가볍다’며 징계위를 재소집할 것을 요구했고 결국 ㄴ씨는 10여일 뒤 2차 징계위에서 징계위원 7명의 만장일치로 ‘해임’됐다.
원 전 원장은 취임 4개월 만에 직원 한명을 해임시켰지만, 지난해 4월13일 대법원은 ㄴ씨의 해임이 부당하다고 최종 판결했다. 국정원이 1차 징계위의 징계가 가볍다고 2차 징계위를 열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국정원은 지난해 9월21일 국정원직원법 시행령 ‘41조의2’를 신설해 2차 징계위를 열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도 했다. 불법이 안 통하자 아예 법을 만든 것이다.
이런 징계 사실을 적어 국정원 내부에서 회람하는 ‘감찰회보’는 분기별로 나오다가 2009년부터 매달 발간되기 시작했다. ‘전시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국정원 직원들은 보고 있다.
인사 전횡은 지난해 대선 직전까지 이어졌다. 심지어 대통령선거 하루 전날인 지난해 12월18일 원 전 원장의 측근이 승진하는 일이 있었다. 원 전 원장이 서울시 부시장 시절 서울시를 담당했던 국정원 직원 이아무개씨가 4급에서 3급으로 승진했고, 측근으로 알려진 강아무개씨도 3급으로 승진했다. 이들은 최근 국정원장이 바뀐 뒤 대기발령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정부가 퇴장하면서 원 전 원장의 시대 역시 빠르게 저물었다. 원 전 원장은 대선 여론조작 의혹으로 검찰 소환조사까지 받게 됐다. 국정원 안팎과 정치권에선 이번 소환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보는 관측이 우세하다. 향후 원 전 원장의 정치 개입 의혹뿐 아니라 개인 비리 등의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출처 : 중징계·측근 요직기용 등 취임 초기부터 인사전횡 “천년만년 할 것처럼 보여”
“천년만년 할 것처럼 보여”
원세훈때 국정원엔 무슨일이…
“국외파트 대거 귀국시켜
그자리에 자기사람 파견
대북 인적정보 망가트려”
[한겨레] 정환봉 기자 | 등록 : 2013.04.29 22:17 | 수정 : 2013.04.30 13:58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재직하던 4년 동안 국정원에선 “천년만년 할 사람처럼 보인다”는 말이 떠돌았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군림하는 행태를 비꼬는 표현이었다. 한 국정원 직원은 “원 전 원장은 아무도 자신을 건드릴 수 없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만큼 뒤를 안 보고 전권을 휘두르며 국정원을 주물렀다는 말이다.
원 전 원장의 힘의 원천은 ‘인사권’이었다. 국회 정보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원 전 원장 취임 초기 70여명에 이르는 ‘살생부’가 작성됐다는 소문이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원 전 원장이 2009년 취임한 이후 일부 국정원 고위 간부들은 스스로 옷을 벗었다. 자신과 무관한 비위 혐의를 추궁하고 한직으로 발령을 내는 등의 조처를 못 견뎠다는 후문이다.
원 전 원장의 광범위한 인사 전횡은 국정원 국외파트를 와해시켰다는 비판을 받는다. 원 전 원장 시절 국정원 중간 간부를 지낸 ㄱ씨는 “(원 전 원장이) 취임한 직후인 2009년 4~5월에는 해외 파견 직원 50여명을 일시에 귀국시키기도 했다. 상당수를 무리하게 들어오라고 한 뒤, 이 자리에 자신의 영향력 아래 있는 직원들을 내보냈다”고 털어놨다.
대개는 이명박 정부에서 득세한 이른바 ‘영포라인’들이 선호도 높은 국외파트를 독차지했고 이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생겼다고 한다. 한 정보당국 관계자는 “러시아의 경우 정보국과 관련된 사람을 통역으로 쓰는 바람에 그쪽에서 우리 국정원 내부 조직까지 다 파악하는 일이 발생했다. 파견 요원이 합의된 수보다 많은 게 들통나 초과 인원을 추방시킨 일도 있다”고 전했다.
원 전 원장 시절 국정원이 김정일 사망, 북핵 실험 등의 대북 정보에 ‘깜깜이’가 된 이유도 ‘순환보직 원칙’이 붕괴됐기 때문이다. 국정원은 보통 국외근무 3년, 국내근무 3년의 순환보직을 원칙으로 삼아왔다. ㄱ씨는 “해외파트는 북한 정보가 들어오는 주요 경로다. 후임자에게 정보원 등을 인수인계도 할 시간 없이 인사를 내니 휴민트(인간정보)가 제대로 들어올 리 없었다”고 말했다.
원 전 원장 인사 전횡의 핵심은 중징계였다. 법조계 등의 말을 종합하면, 2009년 5월29일 국정원 직원 ㄴ씨는 국정원 징계위원회에 불려갔다. 한 여성이 ㄴ씨에 대해 ‘혼인빙자간음’으로 국정원에 민원을 넣었기 때문이다. 국정원은 ㄴ씨가 이 여성에게 일본 도쿄의 총련 사무실 위치 등을 말했다는 점을 들어 비밀누설죄까지 물어 징계위에서 강등 조처를 내렸다. 해당 정보는 이미 인터넷 등에 나와 있는 것이었다. 원 전 원장은 더 나아가 ‘징계가 너무 가볍다’며 징계위를 재소집할 것을 요구했고 결국 ㄴ씨는 10여일 뒤 2차 징계위에서 징계위원 7명의 만장일치로 ‘해임’됐다.
원 전 원장은 취임 4개월 만에 직원 한명을 해임시켰지만, 지난해 4월13일 대법원은 ㄴ씨의 해임이 부당하다고 최종 판결했다. 국정원이 1차 징계위의 징계가 가볍다고 2차 징계위를 열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국정원은 지난해 9월21일 국정원직원법 시행령 ‘41조의2’를 신설해 2차 징계위를 열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도 했다. 불법이 안 통하자 아예 법을 만든 것이다.
이런 징계 사실을 적어 국정원 내부에서 회람하는 ‘감찰회보’는 분기별로 나오다가 2009년부터 매달 발간되기 시작했다. ‘전시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국정원 직원들은 보고 있다.
인사 전횡은 지난해 대선 직전까지 이어졌다. 심지어 대통령선거 하루 전날인 지난해 12월18일 원 전 원장의 측근이 승진하는 일이 있었다. 원 전 원장이 서울시 부시장 시절 서울시를 담당했던 국정원 직원 이아무개씨가 4급에서 3급으로 승진했고, 측근으로 알려진 강아무개씨도 3급으로 승진했다. 이들은 최근 국정원장이 바뀐 뒤 대기발령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정부가 퇴장하면서 원 전 원장의 시대 역시 빠르게 저물었다. 원 전 원장은 대선 여론조작 의혹으로 검찰 소환조사까지 받게 됐다. 국정원 안팎과 정치권에선 이번 소환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보는 관측이 우세하다. 향후 원 전 원장의 정치 개입 의혹뿐 아니라 개인 비리 등의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출처 : 중징계·측근 요직기용 등 취임 초기부터 인사전횡 “천년만년 할 것처럼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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