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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구조는 주먹구구, 정부비판 단속은 일사불란

[고승우 칼럼] 구조작업은 주먹구구, 정부비판 단속은 일사불란
[민중의소리] 고승우 언론사회학 박사 | 발행시간 2014-04-27 19:43:15 | 최종수정 2014-04-28 10:39:14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정부는 구조 작업에는 속에 불이 날만큼 느리고 엉망이었지만 정부 비판에 대한 해명과 단속은 일사불란, 전광석화와 같이 움직이고 있다. 수많은 생명이 눈앞의 침몰 선박에서 꺼져가는 처절한 순간에 드러난 박근혜 정권의 참혹한 두 맨 얼굴이다.

현 집권세력은 세월호 참사 발생 초기 단계의 구조 작업에서부터 심각한 무능과 무기력, 불성실을 드러냈다. 정부 차원의 재난 사고에 대한 대응체계가 거의 전무한 것으로 모두에게 확인됐다.

해양 강국이면서도 해난 사고에 대해 원시상태의 무대책이었다. 침몰 현장에서의 구조 작업은 주먹구구, 땜질 처방 식이었고 사고대책본부의 발표도 갈팡질팡, 말 바꾸기로 이어지면서 현 정권은 실종자 가족은 물론 많은 국민의 원성과 불신의 대상이 되어 버렸다.

그뿐 아니다. 참극을 초래한 구조적 원인이 된 부적절한 관련 법 제도, 행정과 함께 고위 공직자의 부적절한 처신, 공조직과 선박업체의 악취 진동하는 유착관계 등도 속속 드러났다. 집권 1년을 넘기면서 대형 참사를 통해 국격 실추를 국내외로 확인시킨 현 정권의 모습은 국정원 부정선거, 간첩조작 사건에 대해 법의식과 정치적 책임을 외면했던 속성이 표면화된 것에 불과하다 할까.

국가적 재난에 대한 총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는 것이 상식이지만 이 또한 부정당했다. 청와대 대변인 등이 ‘청와대가 참사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식의 발언을 해 논란을 빚은 뒤 드러난 청와대의 행태 또한 놀랍기 짝이 없다. 청와대는 관련 행정부처를 총동원해 구조 작업과 관련한 정부 무능에 대한 비판을 해명하는 작업을 신속하게 벌이고, 이에 발맞추듯 검찰과 경찰이 참사와 관련한 유언비어를 강력 단속하고 있다.

▲ 박근혜가 21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세월호 침몰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NEWSIS


IT 강국에서 유언비어가 나도는 이유

실종자 가족은 물론 수많은 국민들이 발을 구르며 생존자 구조를 바랬지만 사고 발생 열하루가 훌쩍 지나도록 그런 기적은 나타나지 않았다. 정부는 생존자를 단 한명도 구출하지 못했지만 유언비어 단속에서는 많은 성과를 발표하고 있다.

정부가 이렇다 할 첨단 구조장비를 현장에 투입하지 못하고 사고 발생 열흘이 지나도록 ‘생존자가 있을 것으로 믿는다’는 말만 언론에 되풀이 하는 상황 속에서 수사당국이 유언비어 단속에 팔을 걷어 부치 모습이다. 이는 바보 같은 짓을 일삼던 정부가 공권력을 앞세워 전 국민에게 말조심하라고 겁박하는 것과 같다.

유언비어는 ‘근거 없는 소문이나 정보’라는 뜻으로 그것은 불확실한 상황이 지속되고 의혹이 많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그 발생 토양이 조성된다. 세월호 사건의 경우 유언비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조건을 정부가 제공했다는 특성이 있다. 사고 발생 직후 ‘전원 구조’라는 허위 발표가 나오고 승선 인원도 수차례 바뀌는 등 정부 전체가 갈팡질팡하는 모습은 줄을 이었다.

구조당국은 생존자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장비를 동원해 작업을 했다는 발표를 한 번도 한 적이 없고 ‘기적은 있다’라는 말만을 되풀이 했다. 왜 급속한 침몰이 발생했는지에 대한 수사 결과는 여전히 안개 속을 헤매고 있다. 국민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들에 대해 소홀히 한 것은 현 정권의 결정적 실수이면서 유언비어 발생의 근거를 제공한 것과 같다.

유언비어가 21세기에, 미디어 강국인 이 나라에서 발생한다는 것부터 큰 비극이다. 유언비어는 공식 언론 매체가 제 기능을 다 하고 정부 등 책임져야 할 조직들이 제 소임을 다 할 경우 발생치 않는다.

사고 발생 이틀이 지난 뒤 대통령이 현장에 와서 조속한 구조 작업을 약속했지만 그것은 지켜지지 않고 해경 등의 헛발질, 말 바꾸기, 약속 지키지 않기는 계속되었다. 국민의 생명 구조에 사력을 다한다는 관리들의 모습은 확인되지 않았다. 특히 사고 직후 선수가 해면 위 6~7m까지 떠있던 세월호가 점차 가라앉는데도 당국은 손을 놓았고 물밑으로 배가 자취를 감춘 직후 해군은 20여개의 침몰 방지 장비를 동원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그것은 지켜지지 않았다.

사고 발생 엿새째 대통령은 사고 선박 선장을 ‘살인자’라고 부르며 철저한 수사 책임자 처벌, 신속한 구조 작업을 독려했다. 대통령이 법체계와 행정부분의 과오 등이 다 밝혀지기 전에 사고 직접 유발자인 선장을 지목해 단죄한 것에 대해 외신의 비판이 날카롭게 제기되었다. 박근혜는 국정원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서는 ‘법의 판단을 기다리자’는 태도를 완강히 고집하고 있어 이번 여객선 참사에서 신속하게 발동된 법 의식과는 큰 차이가 있다.

박근혜의 청와대 언급 뒤 수사본부의 사고 원인 조사와 사고 선박회사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가 시작되면서 언론의 보도 비중도 구조 작업과 사고 수사로 양분되었다. 시민 사회에서는 진상조사보다 구조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라는 주문이 나왔지만 그에 대한 반향은 없었다.


조선 강국의 원시적 구조 작업

언론은 선박 수백 척, 구조대원 수 백명이 동원된다는 당국의 발표를 중계했지만 현장 가까이에 있던 실종자 가족들은 정부 당국에 대한 엄청난 불신과 불만을 분출하면서 왜 빨리 구조 작업을 효과적으로 하지 못하느냐면서 울부짖었다. 가족들은 급기여 장관과 해경 책임자에게 이런 저런 구조 장비를 투입하고, 구조 현장을 직접 눈으로 보겠는 약속을 받아내는 일까지 벌어졌다.

사고 발생 직후 전 국민이 발을 동동 구르면 안타까워 할 때 TV로 전해진 구조 작업 모습은 고무보트가 돌아다니는 모습과 구조 요원이 해면 위에 뒤집혀 떠오른 배위에 올라가 망치를 두드려 배 속에 생존자가 있는지의 반응을 살피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배안에 산소를 공급한다느니 잠수부가 배 밑으로 들어가 구조 작업을 벌인다고 하는데 빠른 물쌀로 아무 일도 하지 못한다는 소리만 반복됐다.

조선 왕국이라 할 만큼 최첨단 선박까지 만들어 외국에 파는 이 나라의 해상 사고로 전 세계가 숨죽이고 주시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 등은 어떤 첨단 구조장비도 동원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사고 해역 주변에 1백 여척의 해군함이 와있다는데 조난 구조 군 장비는 전무한 듯 했다.

전쟁 위기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국방당국은 적에 강력 응징하겠다고 외쳐댔는데 이번 사고를 통해 전쟁이 발생했을 경우 해상에서의 민간인 피해 구조 체계가 거의 없다는 것이 드러난 셈이다. 그 엄청난 국방비는 전쟁 수행 무기만을 구입하는 데 투입되지만 전쟁으로 피해를 입을 국민의 구호 대책에 대한 배려가 얼마나 되는지 정말 궁금하다.

한편 박근혜는 24일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 회견에서 북한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등 남북 관계를 악화시킬 발언을 함으로써 세월호 참사로 충격을 받은 국민들에게 또 다른 형태의 불안감을 선사(?)했다. 박근혜는 주요 공약 파기와 함께 민주주의 근간을 뒤흔드는 국가기관 범죄의 진상 규명을 차단하는 실망스런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이번 참사를 통해 어떤 리더십을 발휘할 지 주목된다.

▲ 세월호 여객선 침몰 사고 발생 12일째인 27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실종자 가족이 비를 맞으며 실종자가 돌아오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바다 앞에 앉아 있다. ⓒ김철수 기자


출처 : [고승우 칼럼] 구조작업은 주먹구구, 정부비판 단속은 일사불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