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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박정희·박근혜

박근혜 “총선·대선 앞두고, 사람 바꾸라 마라 얘기하는 건 맞지 않아”

박근혜 “총선·대선 앞두고, 사람 바꾸라 마라 얘기하는 건 맞지 않아”
[긴급진단 정수장학회] ③ 선택 어떻게
[경향신문] 이지선·부산 | 임지선 기자 | 입력 : 2012-02-24 21:45:35 | 수정 : 2012-02-24 23:34:35


부산일보와 부산MBC 노조원 10여명이 24일 오전 11시쯤 부산 동래우체국 앞에 모여들었다.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60)이 당의 ‘감동인물 찾기 프로젝트’에서 발굴한 인물을 만나러 이 우체국을 방문했다. 노조원들은 “관계없다고 발뺌만 하지 말고 이사진을 들어내라” 등의 문구가 담긴 피켓을 들고 박 위원장을 압박했다. 이호진 부산일보 언론노조 지부장은 “5명의 이사진 모두 퇴진시키는 게 정수장학회를 명실상부하게 사회환원시키는 방법이다”라고 외쳤다. 그러자 박 위원장 팬클럽인 ‘박사모’ 회원들이 “박 위원장은 아무 상관이 없다”며 노조원을 가로막았다. 박 위원장의 첫 부산 방문지는 가시 돋친 고성으로 덮였다.

박 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정수장학회와 부산일보 문제가 재차 거론되자 여느 때보다 길게 입장을 설명했다. 그는 “대선·총선을 앞두고 정치 쟁점화해서 이 사람 바꾸라, 저 사람 바꾸라고 저에게 이야기하는 것은 맞지 않는 일”이라며 “법적으로 해야지 정치적으로 만들어서 문제를 풀려고 하는 것은 제대로 된 방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아무 관계도 없는 저한테 누구를 사퇴시키고, 갈라고 하는 것은 이야기가 안된다”며 “경영권을 내놓으라고 하는 것은 이사회, 장학회 주인인 이사진하고 이야기할 문제지 저하고 할 이야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10년간 유지했던 이사장직을 2005년 3월 사퇴한 뒤 줄곧 해온 “정수장학회는 사회적 공익재단이며 자신과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견지한 것이다.

▲ 부산일보 노조와 부산시민연대 회원들이 지난 20일 부산일보 사옥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열고 정수재단의 사회환원과 부산일보 편집권 독립을 요구하고 있다. | 부산일보 제공

법률적으로 무관하더라도 실질적 영향력까지 ‘제로’라고 보는 이들은 많지 않다. 친박계 내부에서도 ‘정수장학회=박근혜’라는 인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기회에 털고 가자는 기류가 강하다. 한 친박계 핵심인사는 “박 위원장이 장학회와 무관하더라도 현재 이사진이 박 위원장 사람들이라는 인식이 세간에 퍼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는 사실의 게임이 아니라 인식의 게임”이라며 “국민 인식이 그런 상황에서 오해를 털고 가지 않으면 대선 가도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친박계 의원도 “박 위원장이 정수장학회 문제를 잘 해결하는 것은 선대의 문제, 과거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이 문제를 직접 나서 털고 가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일부 박 위원장 측근이 최필립 이사장 퇴진을 권유한 적도 있으나 변화가 없다는 말도 들린다. 친박계 핵심 관계자는 “대권을 보고 뛰는 사람인데 논란이 되는 문제를 털고 가지 않을 도리가 없다”고 말한다.


키는 박 위원장이 쥐고 있다. 지금처럼 장학회와 거리를 두며 부담을 품고 갈지, 털고 갈지 결정할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법 논란보다 정수장학회가 강탈된 것이라는 과거의 궤적에 대해 입장을 내놓으라는 것이다. 대선행보에도 짐이 될 수밖에 없다.

박 위원장은 쉬 움직이지 않고 있다. 한 측근은 “이래라저래라 말하는 것 자체가 박 위원장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꼴이 된다”고 말했다. 7년간 “무관하다”고 했던 발언을 뒤집는 것이고, 절대선으로 앞세우던 원칙과 부딪치는 일이라는 것이다. 여론에 밀려 입장을 밝히는 부담도 피하려함 직하다.

그럼에도 대선에 나서면서 정치적 답을 내놓아야 한다는 친박 내 목소리, 여론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박 위원장도 느끼는 듯하다. 다만 결자해지 시점이 총선 전일지 뒤일지, 어떤 입장일지는 그에게 달려 있다. 현행 유지부터 이사진 교체, 사회환원까지 방법도 다양하다. 선택이 그의 몫이듯 돌아오는 부메랑도 그가 책임질 몫이 될 상황이다.


출처 : 박근혜 “총선·대선 앞두고, 사람 바꾸라 마라 얘기하는 건 맞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