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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가족들 ‘촛불’에 건넨 감사

세월호 가족들 ‘촛불’에 건넨 감사
“고생했어요. 고마워요. 같이 힘내요”
[민중의소리] 박소영 기자 | 발행 : 2017-01-01 01:06:28 | 수정 : 2017-01-01 01:06:28


▲ 31일 세월호 유가족들이 촛불 시민들에게 감사의 의미로 카레라이스를 배식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2016년 마지막 날에 열린 서울 광화문 촛불 집회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뜻 깊은 행동에 나섰다. 지난 2년 동안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고 거리에서 유가족들과 함께 진상규명에 힘쓴 시민들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 소박한 밥 한 끼를 마련한 것이다.

31일 저녁 10시 30분을 조금 넘어선 시각, 경복궁역 인근 사직동 로터리를 지나 청와대로 향하는 길가 한켠에는 천막들이 나란히 들어섰다. ‘세월호 유가족들의 심야식당’이라는 현수막이 내걸린 천막 아래에서 유가족들은 배식 준비에 한창이었다. 이들이 준비한 메뉴는 ‘노란 카레 라이스’. 천막 근처에 다가서자 아직 배식이 시작되지도 않았지만 향긋한 카레향이 풍겨왔다.

10시 40분쯤 본격적으로 배식이 시작됐다. 형광색 조끼를 입은 자원봉사자들은 청와대 앞 행진을 갔다가 돌아온 시민들을 향해 “식사하고 가세요! 세월호 유가족분들이 맛있는 카레라이스를 준비했습니다”라고 외쳤다.

가뜩이나 추운 날씨에 밖에서 장시간 떨었던 시민들은 반가운 표정으로 줄을 서기 시작했다. 이날 준비된 식사는 총 4160인분. 유가족들은 시민들에게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며 인사와 함께 밥을 건넸다. 밥을 받아든 시민들은 천막 인근에 옹기종기 모여 카레라이스를 먹었다.

부부가 함께 촛불 집회에 참석한 김정미 씨는 “세월호 유가족들과 촛불 시민들이 연대하는 마음이 느껴져 제 마음도 따뜻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간 한주도 거르지 않고 촛불을 들었다는 김씨는 “오늘 촛불 누적인원이 1천만을 넘었다는 얘길 듣고 너무 기뻤다”면서 “새해에는 박근혜 퇴진이 꼭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촌동생들과 함께 집회에 나온 신영호(가명)씨는 “연말모임도 포기하고 촛불을 든 시민들에게 세월호 가족분들이 감사의 뜻으로 이런 자리를 마련한 것 같다”면서 “세월호 유가족 분들에게 인간으로서 깊은 연대를 느낀다”고 말했다.

배식을 시작한 지 약 30분이 지났을 무렵인 11시, 준비한 카레는 대부분 동이 났다. 맛있게 먹는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배가 고파진 기자도 운 좋게 밥을 받았다. 그릇을 다 비우기 전까지는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추위에 움츠려졌던 속이 든든해지는 느낌이었다.

이날 식사를 준비한 세월호 유가족은 100여명에 달한다. 이들과 함께 통인동 커피공방을 비롯한 인근 상점들과 시민단체, 일반 시민 자원봉사자 230여명도 시간과 정성을 보탰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故 진윤희 양의 어머니 김순길 씨는 “2016년은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로 권력을 등에 업은 자가 사리사욕을 채우는 과정에서 우리 아이들이 희생된 것을 보면서 미칠 것만 같았다”면서 “하지만 이렇게 국민들이 힘을 모으면 진실에 다가설 수 있는 날이 조만간 올 거라는 희망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세월호 인양과 세월호 참사의 진실이 밝혀지고 9명의 미수습자들이 가족의 품에 돌아올 수 있을 때까지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31일 세월호 유가족들이 촛불 시민들에게 감사의 의미로 카레라이스를 배식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출처  “고생했어요. 고마워요. 같이 힘내요” 세월호 가족들 ‘촛불’에 건넨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