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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추악한 자본

기업, 자진신고 과징금 감면 악용 ‘꼼수경쟁’

기업, 자진신고 과징금 감면 악용 ‘꼼수경쟁
LCD패널 담합, 삼성 100%·엘지 50% 감면
작년 과징금 부과 사건, 68%가 ‘리니언시’ 적용
짬짜미 적발 자백에 의존, 주도자 처벌 피해 ‘딜레마’

[한겨레] 황예랑 기자 | 등록 : 20111030 20:38



“공정거래위원회가 처리한 국제카르텔 사건 중 최고 과징금 액수다.” 한국·대만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 제조업자들의 짬짜미 사실을 밝혀낸 공정위의 자화자찬이다. 하지만 실제 속사정은 다르다. 자진신고자 감면(리니언시) 제도를 악용한 기업들이 ‘미꾸라지’처럼 과징금 폭탄을 피해간 탓이다.

겉으로만 봐선, 30일 공정위가 10개 엘시디 업체에 부과한 과징금 1,940억원은 지난해 처리한 항공화물운임 사건의 과징금(1,243억원)을 크게 웃돈다. 그러나 실제 기업들이 낼 과징금 액수는 640억원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많은 과징금을 부과받은 삼성전자와 엘지디스플레이가 1·2순위 자진신고자로 각각 과징금 100%, 50%를 감면받게 되기 때문이다. 항공화물운임 사건의 실제 과징금 800억원대에도 못 미치는 액수다. 공정위의 ‘의미부여’가 머쓱해지는 대목이다.

기업들간에 은밀히 이뤄지는 짬짜미를 효과적으로 적발하기 위해 지난 1997년 도입된 리니언시 제도의 ‘딜레마’가 또 다시 확인된 셈이다. 1·2순위자로 한발 앞서 신고해 과징금을 피해가려는 영악한 기업들 덕분에 공정위 조사는 한결 쉬워졌다. 이번 사건만 해도 업체들은 서면 증거를 남기지 않거나 시간차를 두고 회의장소를 빠져나가는 등의 치밀함을 보였지만, 자진신고자의 증언이 결정적인 증거가 됐다. 문제는 리니언시 제도를 기업들이 악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과징금 부과 사건의 68%가 리니언시 적용 사건일 정도로 ‘기업들의 자백’에 의존하다보니 정작 짬짜미 주도자가 처벌을 피해가는 상황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김순종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자진신고를 이용해 카르텔 적발율을 높이는 건 미국, 유럽연합 등 외국 경쟁당국도 마찬가지”라며 “주도자에 대해 감면을 제한해야 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누가 주도자인지 판별이 어렵고 자진신고가 크게 감소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공정위 결정에 대해 삼성 이외의 업체들은 반발했다. 삼성전자는 앞서 미국과 유럽연합 경쟁당국이 과징금을 부과한 엘시디 패널 국제카르텔 사건에서도 자진신고자 감면 혜택으로 과징금을 전혀 물지 않았다. 엘지디스플레이는 “법적 시효가 지났는데도 공정위가 부당하게 과징금을 부과했다”며 행정소송을 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자진신고를 했던 2006년 7월로부터 5년이 지난 시점에서야 공정위가 제재를 가했다는 이유에서다. 공정거래법에는 ‘위반행위가 종료한 날로부터 5년이 지나면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는다’(제49조4항)고 돼있다. 그러나 공정위 관계자는 “자진신고 날짜가 아니라 짬짜미가 종료된 날짜(2006년 12월)를 기준 시점으로 삼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대만업체들은 “삼성, 엘지가 주도한 회의에 시장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참석한 것뿐 가격 등에 대한 짬짜미는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어, 재판과정에서 공방이 예상된다.


출처 :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50313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