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산이 부서진 이름, 이명박
아무도 ‘대통령 이명박’을 부르지 않는 새누리 전당대회
‘박근혜 친정체제’ 대표단 구축해
[한겨레21 제912호] 송호균 기자 | 등록 : 2012.05.26 10:18 | 수정 : 2012.05.27 13:56
맥 빠진 전당대회는 재미없는 대선 후보 경선의 예고편일지 모른다. 5월15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새누리당 전당대회는 모두의 예상대로 ‘박근혜 친정체제’를 구축하는 것으로 귀결됐다. 황우여 신임 대표를 필두로 앞으로 대선까지 새누리당을 이끌 지도부는 친박계가 장악했다. 명실상부한 ‘박근혜당 건설’의 마침표가 찍힌 셈이다. 함께 당선된 이혜훈·정우택·유기준 최고위원 모두 친박계 인사다. 친이계 심재철 의원이 종합 3위로 지도부 입성에 성공한 대목 정도가 사건이라면 사건이었다.
낮은 참석률, 썰렁한 대회장
이미 특정 인사가 대표를 맡게 될 것이라는 비공식 문건이 나돌았던 터다. 논쟁과 토론을 질식시킨 ‘대세론’ 탓인지 현장 분위기도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통상 등장하던 꽹과리, 확성기 등의 응원 도구도 자취를 감췄다. 전날 이뤄진 당원과 청년 선거인단 투표율은 14.1%에 불과했다. 대의원들의 현장 참석률도 53.5%에 그쳐 행사장 곳곳에 빈자리가 넘쳐났다. 그렇게 ‘특정 인사’는 문제의 문건대로 당 대표가 됐다.
집권 여당의 전당대회였지만 현직인 이명박 대통령의 존재는 철저하게 지워졌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물론 지도부 입성의 도전장을 낸 9명의 후보들 중 누구도 ‘대통령 이명박’을 언급하려 하지 않았다. “공과를 평가하고 잘한 일은 계승하자”는 식의 의례적 수사마저 자취를 감췄다.
친이계 원유철 후보는 정견 발표에서 “이명박 정부에서 친이와 친박의 굴레는 당과 국가 발전에 장애가 되는 걸림돌이었다”고 비판했다. 이날 대표로 선출돼 당권을 잡은 황우여 후보는 “30대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희망을 가졌는데 (이 대통령은) 이들의 하소연에는 귀조차 기울이지 않았다”며 “(30대는) 소통 부재라는 절망의 세대”라고 일갈했다. 그게 전부였다.
박근혜 비대위원장도 ‘이명박 정부’를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149일 동안 맡아온 비대위원장 자리를 오늘 마감한다”며 “당의 존립조차 어려웠던 벼랑 끝 위기에서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비대위가 출범할 때를 생각해보면 정말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예상을 깨고 4·11 총선 압승을 이끈 유력 대선주자로서의 자신감이 행간에 녹아 있었다.
해외 순방 중인 이 대통령은 김학송 전당대회 의장이 대독한 짤막한 축사에서 “어려운 여건에서 당을 전면 쇄신하고 총선을 승리로 이끈 박근혜 위원장과 당직자들에게 큰 격려와 박수를 드린다”며 “나와 정부는 서민이 따뜻하고 중산층과 서민이 희망을 갖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임기 마지막 날까지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했다. 힘없는 박수 소리가 잠시 허공에 머물다 사라졌다.
행사장 밖에서 맴돈 절실한 목소리
아무도 부르지 않으려는 이름, 이명박 대통령을 가장 절실한 목소리로 호명한 이들은 아이러니하게도 파업 중인 전국언론노동조합 조합원들이었다. 행사장 입구에서 기습 시위를 벌인 1천여 명의 조합원들은 “이명박 정권의 수족으로 투하된 낙하산 사장들이 공영방송과 언론을 침묵하게 만들었다”며 “새누리당이 언론노동자의 정당한 요구를 외면한다면 언론 장악의 공범이 될 것”이라고 외쳤다. 그러나 그 목소리는 행사장 안으로 전해지지 못하고 장외에서만 맴돌았다.
출처 : 산산이 부서진 이름, 이명박
아무도 ‘대통령 이명박’을 부르지 않는 새누리 전당대회
‘박근혜 친정체제’ 대표단 구축해
[한겨레21 제912호] 송호균 기자 | 등록 : 2012.05.26 10:18 | 수정 : 2012.05.27 13:56
▲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5월15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선된 신임 황우여 대표에게 당기를 전달하고 있다. 이날 전당대회와 함께 새누리당의 ‘박근혜 독주체제’는 완성됐다. 이정우 기자 |
맥 빠진 전당대회는 재미없는 대선 후보 경선의 예고편일지 모른다. 5월15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새누리당 전당대회는 모두의 예상대로 ‘박근혜 친정체제’를 구축하는 것으로 귀결됐다. 황우여 신임 대표를 필두로 앞으로 대선까지 새누리당을 이끌 지도부는 친박계가 장악했다. 명실상부한 ‘박근혜당 건설’의 마침표가 찍힌 셈이다. 함께 당선된 이혜훈·정우택·유기준 최고위원 모두 친박계 인사다. 친이계 심재철 의원이 종합 3위로 지도부 입성에 성공한 대목 정도가 사건이라면 사건이었다.
낮은 참석률, 썰렁한 대회장
이미 특정 인사가 대표를 맡게 될 것이라는 비공식 문건이 나돌았던 터다. 논쟁과 토론을 질식시킨 ‘대세론’ 탓인지 현장 분위기도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통상 등장하던 꽹과리, 확성기 등의 응원 도구도 자취를 감췄다. 전날 이뤄진 당원과 청년 선거인단 투표율은 14.1%에 불과했다. 대의원들의 현장 참석률도 53.5%에 그쳐 행사장 곳곳에 빈자리가 넘쳐났다. 그렇게 ‘특정 인사’는 문제의 문건대로 당 대표가 됐다.
집권 여당의 전당대회였지만 현직인 이명박 대통령의 존재는 철저하게 지워졌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물론 지도부 입성의 도전장을 낸 9명의 후보들 중 누구도 ‘대통령 이명박’을 언급하려 하지 않았다. “공과를 평가하고 잘한 일은 계승하자”는 식의 의례적 수사마저 자취를 감췄다.
친이계 원유철 후보는 정견 발표에서 “이명박 정부에서 친이와 친박의 굴레는 당과 국가 발전에 장애가 되는 걸림돌이었다”고 비판했다. 이날 대표로 선출돼 당권을 잡은 황우여 후보는 “30대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희망을 가졌는데 (이 대통령은) 이들의 하소연에는 귀조차 기울이지 않았다”며 “(30대는) 소통 부재라는 절망의 세대”라고 일갈했다. 그게 전부였다.
박근혜 비대위원장도 ‘이명박 정부’를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149일 동안 맡아온 비대위원장 자리를 오늘 마감한다”며 “당의 존립조차 어려웠던 벼랑 끝 위기에서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비대위가 출범할 때를 생각해보면 정말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예상을 깨고 4·11 총선 압승을 이끈 유력 대선주자로서의 자신감이 행간에 녹아 있었다.
해외 순방 중인 이 대통령은 김학송 전당대회 의장이 대독한 짤막한 축사에서 “어려운 여건에서 당을 전면 쇄신하고 총선을 승리로 이끈 박근혜 위원장과 당직자들에게 큰 격려와 박수를 드린다”며 “나와 정부는 서민이 따뜻하고 중산층과 서민이 희망을 갖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임기 마지막 날까지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했다. 힘없는 박수 소리가 잠시 허공에 머물다 사라졌다.
행사장 밖에서 맴돈 절실한 목소리
아무도 부르지 않으려는 이름, 이명박 대통령을 가장 절실한 목소리로 호명한 이들은 아이러니하게도 파업 중인 전국언론노동조합 조합원들이었다. 행사장 입구에서 기습 시위를 벌인 1천여 명의 조합원들은 “이명박 정권의 수족으로 투하된 낙하산 사장들이 공영방송과 언론을 침묵하게 만들었다”며 “새누리당이 언론노동자의 정당한 요구를 외면한다면 언론 장악의 공범이 될 것”이라고 외쳤다. 그러나 그 목소리는 행사장 안으로 전해지지 못하고 장외에서만 맴돌았다.
출처 : 산산이 부서진 이름,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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