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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성명서] “아리랑 3호 환호성 뒤에 잊혀진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의 눈물이 있다”

[성명서]

“아리랑 3호 환호성 뒤에
잊혀진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의 눈물이 있다”

-아리랑 3호 위성 발사 성공에 부쳐-



18일 새벽 1시 39분 일본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한국의 세 번째 다목적 실용위성인 아리랑3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된 것을 국민들과 더불어 환영한다.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들어졌다고 하지만, 사실 우주로 보낼 수 없는 위성은 아무 소용이 없다. 이번에도 알려진 바와 같이 가장 중요한 발사체 기술은 남의 손에 의지해야 했다. 그것도 다름 아닌 제1의 일제 전범기업 미쓰비시중공업이다.

‘과거’의 일로 모든 잣대를 재거나 재단하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환희와 환호성 뒤에 깊게 배인, 해방 67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깊은 회환과 한 숨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미쓰비시중공업을 왜 제1의 전범기업이라고 하는지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2006년 일본에서 발간된 학술지 ‘전쟁책임연구’에 의하면 미쓰비시중공업은 일제강점기 무려 한국에서 10만여명을 강제 징용 해, 임금 한 푼 없이 노동력을 착취한 악덕기업 중의 악덕기업이다.

이중에서도 특히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 있는 미쓰비시조선소로 동원된 피해자들은 억울하게도 대부분 원폭에 의해 고귀한 생명까지 잃어야 했으며,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피해자 역시 해방 67년 동안 본인은 물론이거니와, 2세, 3세에 이르기까지 대를 이어 그 후유증에 몸부림 치고 있다.

이른바 후생연금 ‘99엔’ 사건의 단초를 제공한 것 역시 미쓰비시중공업이다. 전시 노동력 착취를 위해 학교를 진학시켜 준다고 속여 불과 13~14세의 어린 소녀들을 끌고 가 버젓이 무일푼으로 중노동을 강요했던 것 역시 미쓰비시중공업이다.

단순히 과거만의 사실이 아니다. 미쓰비시는 해방 후 위안부로 오인 받아 대부분 가정 파탄에 이른 피해자 몇 분이 미쓰비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자, 사죄는커녕 오히려 “그런 사실이 없다”며 법정에서 줄 곳 강제연행과 강제노역 사실을 부인하는 파렴치한 짓을 반복해 왔다.

일본에서 3년째 진행 중인 근로정신대 문제에 대한 교섭(협상)에서의 태도 역시 마찬가지다. 한마디로 무성의하고 오만방자하기 이를 데 없다. 처음 교섭 테이블을 마련할 때와는 180˚ 태도를 달리해, “1965년 한일협정에 의해 이미 한일 양국 간에 끝낸 문제”라고 발뺌하고 있으며, 재판 결과를 핑계로 “별도의 보상 문제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딴청을 피우고 있다.

아쉬운 것은 한마디로 남의 일 바라보듯 하는 이명박 정부의 느긋한 태도, 몰 역사인식이다. 돌아보자. 과연 누가 제1의 전범기업 미쓰비시에게 이런 오만방자함과 못된 용기를 주고 있는가!

공교롭게도 미쓰비시중공업이 ‘아리랑 3호 위성’ 수주를 발표한 날은 이명박 정부가 막 출범한 직후인 2009년 1월 서울에서 개최된 한일정상회담(2009.1.11~12일) 기간이었다. 대통령의 의중이 담긴 일종의 ‘선물’이었던 셈이다.

아는 바와 같이 일본이 외국의 상업 위성 발사를 수주한 것은 ‘아리랑 3호’가 처음으로, 그동안 항공 우주산업에 전력을 쏟아 온 미쓰비시중공업으로서는 이번 ‘아리랑 3호’ 위성 발사 성공을 통해 향후 해외 시장 개척에 중요한 전기를 마련하게 됐다.

노구를 이끌고 팔순에 이른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이 10년 넘게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외롭게 싸우고 있는데 반해, 한국정부는 위로는커녕 도리어 상대편에 크나 큰 경제적 선물을 안겨주고 있으니 굳이 사죄해야 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잔칫집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자 함이 아니다. 다만 식민 지배를 뼈아프게 경험한 국가라면 ‘환영 일색’ 뒤에 숨은 우리의 아픈 역사를 되돌아 볼 줄 아는 역사적 안목 정도는 갖자는 것이다. 일제에 모든 것을 빼앗긴 피해자들이, 이제 도리어 해방된 대한민국의 체통과 줏대까지 걱정해야 하는가!

2012년 5월 18일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일제피해자공제조합



출처 : “아리랑 3호 환호성 뒤에 잊혀진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의 눈물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