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읽을거리/읽고

그 섬에 살자



    친구야, 혹시 숨겨 놓은 금궤 같은 거 없니?
    갑자기 살아보고 싶은 집이 생겼거든.
    너도 보면 마음에 들 거야
    그 섬은 내가 보았던 섬 중에 가장 아름다운 섬이었고,
    그 집은 내가 보았던 집 중에 가장 쓸쓸한 집이었어.
    바다에서 불어오는 그리움들을 어쩌면 그렇게 견뎌낼 수 있었을까.
    하긴 그 집이 비었던 이유는,
    그림움과 쓸쓸함을 견디지 못하고 주인이 떠났기 때문일지도 몰라.

    우리 당장은 아니더라도 돈을 모아서 그 집을 사자.
    가장 먼저 창문을 단 다음,
    앉아서 해지는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의자를 하나 만들자.
    차곡차곡 원고료를 모아서
    창호지도 새로 바르고 삭아가는 반 평 마루도 새로 깔자.
    무너진 축대를 바로 세우는 것도 잊지 말아야겠지.

    살다 살다 지치거나,
    우리도 가슴에 멍 하나씩 생기면 섬을 떠나게 되겠지.
    그래도 섬이 우리를 버리지는 않을 거야.
    외로운 것은 우리가 아니고 섬이었으니 어찌 변심을 하겠어.

    그 섬이 어디냐고!?
    목포에서 뱃길로 네 시간,
    서쪽 끝에 있는 가거도라는 섬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