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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통신3사에 압박 250억 기금 요구

청와대, 통신3사에 압박 250억 기금 요구

한겨레 | 입력 2009.10.07 07:40



[한겨레] MB특보 출신 김인규씨가 회장인 '코디마(디지털미디어산업협)' 지원용

청 "협회 안정위해 필요…동창모임 하듯 찔끔 걷을 순 없다"



아이피티브이(IPTV)를 국책사업으로 띄우고 있는 청와대가 아이피티브이 활성화를 목적으로 설립된 민간협의체 지원을 위해 민간사업자인 통신 3사에 거액의 기금을 내놓도록 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병헌 민주당 의원의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청와대 방송정보통신비서관실(국정기획수석실 산하) 박노익 행정관은 8월 초 통신 3사 대외협력 담당 임원들을 청와대로 불러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KoDiMA·코디마)에 거액의 기금 출연을 요구했다. 박 행정관이 요구한 금액은 케이티(KT)와 에스케이(SK)에 100억원씩, 엘지(LG)에 50억원이다. 박 행정관은 방통위 융합정책과장으로 있던 지난 5월 청와대에 파견됐다.

전 의원은 6일 "2008년 10월 창립 직후 코디마가 통신 3사로부터 모두 20억원의 기부금을 협회 운영비 명목으로 징수하고도 수백억원의 기금 조성을 위해 통신사들에 출연금을 요구했다"며 "통신사들이 난색을 표하자 청와대까지 나서서 통신사를 압박한 것"이라고 밝혔다.

코디마는 범정부 차원의 '아이피티브이 사업 밀어주기'에 발맞춰 통신 3사와 지상파방송 4사, 위성방송 등 40여개 업체가 '방송통신 융합산업 활성화'를 이유로 설립한 민간협회다. 전 의원은 "아이피티브이 사업이 애초 목표치에 한참 못 미치고 적자까지 내고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아이피티브이 안착을 위해 사업부진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통신사들을 압박하고 있다"며 "특정 사업과 언론특보 출신을 지원하려 기업들에 거액을 내놓으라 압박하는 것이 이명박 정권의 비즈니스 프렌들리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인규 코디마 회장은 이 대통령의 언론특보 출신으로, '차기 방통위원장 설'까지 나돌 정도로 현 정권의 언론·방송계 실세로 통한다.

케이티와 에스케이는 청와대까지 나선 기금 출연 요구를 뿌리치지 못해 수용 방침을 정했으나, 엘지 쪽이 난색을 표명해 최종 결정은 답보상태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 3사의 한 관계자는 "강제로 내야 할 이유는 없지만 정권이 달라고 하니까 안 내겠다고 버틸 수도 없다. 여러 정치적 작용도 있는 것이고 기관들의 작용도 무시 못할 것"이라며 곤혹스러워했다.

박 행정관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기금 출연은 지난해 방통위 근무 시절부터 계속 논의해온 문제로, 주무관청으로서 의견조율 책임이 있었다"며 "새해 들어서도 결론이 나지 않아 매듭을 지어야겠다는 생각에 (청와대에서 사업자들을) 만났다"고 밝혔다. 그는 "매년 동창모임 하듯 찔끔찔끔 걷을 순 없다. (250억원대의 거액 출연은) 협회의 안정적 재원확보를 위해 필요하다"며 "특정인과 무관하다"고 덧붙였다. 김인규 회장도 "기금 문제는 통신사들이 알아서 하는 문제"라며 청와대와 방통위 및 사업자에게 출연을 요청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