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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WTO·FTA·TPP

“한-중 FTA, 한국산업 경쟁력 ‘중장기적 붕괴’ 가능성”

“한-중 FTA, 한국산업 경쟁력 ‘중장기적 붕괴’ 가능성”
중소기업연 보고서 공개
정부 용역보고서론 처음

[한겨레] 정은주 기자 | 등록 : 2012.03.11 22:04


1980년대만 해도 국내에선 예식용 면장갑을 제작하는 회사가 많았다. 하지만 300여개의 국내 기업만으로는 공급이 턱없이 부족했다. 품질이 떨어지는 중국산이 수입됐다. 가격이 워낙 싸니까 풀어놓으면 금세 동이 났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난 뒤 예식용 면장갑을 만드는 국내 기업은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중국산이 국내 시장을 완전히 잠식했기 때문이다.

1981년부터 면장갑을 생산·유통해 온 송학장갑 최현규(60) 사장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추진되는 것을 보면서 1990년대 예식용 면장갑을 떠올렸다. 그는 “작업용 면장갑의 경우 지금도 중국산이 켤레당 30∼40원 저렴한데 관세 8%까지 없어지면 아무리 국내산의 품질이 좋아도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면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이 급증해 노동집약적 저부가가치 산업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정부기관의 용역 연구보고서가 공개됐다. 중국의 빠른 기술 발전 추세를 감안하면 한-중 자유무역협정이 국내 산업경쟁력 기반을 중장기적으로 붕괴시킬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한겨레>가 입수한 중소기업청 산하 중소기업연구원의 ‘한-중 자유무역협정 체결이 국내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 분석과 대응과제 연구’ 보고서를 보면, “중국의 수입관세율(9.69%)은 미국(3.5%)과 유럽연합(5.6%)보다 높아 관세 인하에 따른 기대이익이 예상된다”면서도 “노동집약적 경공업 품목 및 생활용품 등에서 수입이 급증해 업종별로 피해가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과 관련한 정부의 용역보고서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한-중 협정과 관련한 용역 보고서를 대외비로 분류해 일체 공개하지 않아왔다.

업종별로 보면, 섬유·의류 산업은 관세 철폐로 중국산 섬유의 수입이 더욱 늘어나 국내 업체가 매우 줄어들고 고용 인력도 감소해 국내 산업의 공동화가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섬유산업은 이미 지난해 대중 무역적자가 35억달러에 이를 만큼 어려운 상황이다. 산업연구원의 한-중 자유무역협정 연구 결과를 보면 섬유와 관련한 관세를 전면 철폐할 경우 무역적자액은 4억달러 가량 증가할 전망이다.

반대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대중 흑자 품목인 전기·전자 산업은 관세가 폐지돼도 수출 증대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분석됐다.

정보통신제품은 정보기술협정으로 이미 무관세가 적용되고, 현재 우리나라가 우위에 있는 휴대전화, 엘시디(LCD), 반도체 등 3대 주력 품목도 중국의 기술 추격으로 2∼3년이면 동등해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또 자동차 산업의 높은 관세장벽이 없어지면 현대·기아자동차 등 완성차 업체는 이익을 보겠지만, 일부 자동차부품업체에는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다.

예컨대 타이어나 자동차 애프터서비스(A/S) 산업은 가격경쟁력이 있는 중국산의 수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또한 그 결과로 국내 부품업체들의 구조조정이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일반기계 산업에서도 중국이 기술력을 향상시키는 동안 우리나라가 일본을 따라잡지 못하면 되레 우리의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출처 : “한-중 FTA, 한국산업 경쟁력 ‘중장기적 붕괴’ 가능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