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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확대가 경제에 기여…‘노르딕 모델’ 성공이 증명”

“복지 확대가 경제에 기여…‘노르딕 모델’ 성공이 증명”
금융연구원 토론회…해외 석학들 ‘복지국가 위기론’ 반박
[경향신문] 김형규·김경학 기자 | 입력 : 2012-09-27 21:25:23 | 수정 : 2012-09-27 23:04:16


높은 수준의 사회보장과 공공지출이 경제성장을 저해한다는 것은 오해입니다. 복지의 확대는 비용이 수반되지만 이를 통해 결국 장기적으로 경제 발전에 기여한다는 것이 서구 주요 국가들의 경험입니다.

마르틴 슐라이프-카이저 옥스퍼드대 사회정책대학원장은 2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금융연구원 주최 ‘노르딕 모델의 교훈:복지와 금융’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복지 확대가 정부 재정지출 부담으로 경제성장을 가로막고 국민들에겐 도덕적 해이를 불러온다는 이른바 ‘복지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논란에 대해 반대되는 견해를 밝힌 것이다.

마르틴 교수는 “사회보장 제도가 강화되면 일에 대한 인센티브가 사라져 실업률이 높아지고, 공공부채가 가중된다는 가설이 있지만 그것은 사회적 지출이 아니라 복지국가 체계의 디자인 문제”라며 “그리스의 재정위기에 대해 과도한 복지지출을 이유로 들기도 하는데 그리스의 공공지출 수준을 보면 복지국가라 보기 힘들다”고 일축했다.

▲ 마르틴 슐라이프-카이저 옥스퍼드대 교수(왼쪽)·토르벤 안데르센 덴마크 오르후스대 교수 | 김문석 기자

▲ 복지와 경제 성장 저하 통계상 상관관계 없어...국민 신뢰가 가장 중요

그는 “공공지출 확대와 경제성장 저하 사이에 통계적 유의미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1998~2007년 사이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지출 비중 현황을 보면, 스웨덴은 사회적 지출이 가장 많은 편인데도 GDP 성장률 역시 높다는 것이다. 시간당 생산성과 고용률, 무역수지 등 다른 경제지표들 역시 공공지출의 규모와 인과관계를 찾기 힘들다는 것이 마르틴 교수의 분석이다. 오히려 복지를 확대한 나라들이 무역수지 흑자 규모와 고용률 등에서도 높은 성과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그의 연구 결과다.

마르틴 교수는 다양한 복지국가 모델을 세 가지로 분류해 그 성과를 빈곤과 불평등의 정도로 나타내 설명했다.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등 자유주의 시장경제 성향의 복지 체제를 택한 국가들은 지니계수가 0.3 이상에 상대 빈곤율도 19~24%로 높은 반면, 국가의 개입을 상대적으로 강조하는 독일, 프랑스 등은 지니계수가 0.2 수준에 빈곤율도 13~14% 정도로 낮았다. 전 국민을 사회보장의 틀 안에 아우르는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등 사회민주주의 성향의 복지국가들은 지니계수와 빈곤율이 가장 낮았다.

마르틴 교수는 “심각한 고령화와 세계경제의 위기, 대량 실업과 사회 분열 등의 문제로 더 이상 복지국가를 유지할 수 없다는 위기담론이 벌써 수십년째 이어지고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OECD 가입 국가들의 공공지출 자료를 보면 많은 주요 국가들이 스웨덴화, 즉 복지 강화로 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에서도 복지국가의 모델은 각각의 사회적 조건과 환경에 따라 매우 다양하지만 일단 복지국가의 틀을 만들고 나면 상당히 (경제가) 안정화된다”며 “사회 복지 체계의 선택과 작동에는 정치적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함께 주제 발표에 나선 토르벤 안데르센 덴마크 오르후스대 교수는 북유럽 국가들이 노르딕 복지모델을 현재까지 유지할 수 있는 이유로 국가 복지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강한 신뢰를 꼽았다. 덴마크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그는 “북유럽 국가들은 공공지출이 많아 세금 비중이 50%에 달할 정도로 높지만 그 세금이 나와 모두를 위해 효율적으로 사용된다는 국민들의 믿음이 있기 때문에 노르딕 모델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토르벤 교수는 폭넓은 사회안전망과 함께 도덕적 해이를 막을 대책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덴마크는 실업수당을 받으려면 일단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고 있음을 문서로 증명해야 하고 시간이 지나면 직업교육 등에도 참여해야 한다”며 “그러다 보면 결국 풀타임 직업을 가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단순히 실업수당만 받아선 안된다는 것”이라며 “실업수당을 받고 집에 있겠다는 건 허용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토르벤 교수는 교육, 보건, 육아, 노인요양 산업 등의 성장을 통해 복지와 일자리, 경제성장의 세 마리 토끼 모두를 잡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교육, 보건, 육아 등은 많은 노동력이 필요한 분야”라며 “덴마크는 모든 고용의 3분의 1이 공공부문에서 발생한다”고 말했다. 공공 육아를 시행할 경우 규모의 경제가 가능할 뿐 아니라 모든 아이들에게 육아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사회 통합적인 측면의 효과도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 노르딕 복지모델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네덜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의 경제·사회 정책 모델을 뜻한다. 시장에 대한 국가 개입을 강조하는 체제로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이상을 공공지출에 사용할 만큼 재분배를 통한 사회적 평등의 실현과 사회안전망 확충에 힘쓴다. 부유층에 대한 과세율이 높고 노조의 경영참여 확대 등 사회민주주의적 요소가 강하다. 낮은 실업률, 높은 노동생산성 및 경제성장률로 최근 세계 경제위기 속에서 대안적 모델로 각광받고 있다.


출처 : “복지 확대가 경제에 기여…‘노르딕 모델’ 성공이 증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