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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死大江

[4대강 강천보 일대 르포]죽음의 강으로 변한 남한강… 뻘흙에 질식해 재첩 대량 폐사

[4대강 강천보 일대 르포] 죽음의 강으로 변한 남한강
뻘흙에 질식해 재첩 대량 폐사
보 때문에 강물 정체… 바닥에 오염물질 쌓여
물고기는 없고 청태만 “뭐 하나 잡히는 게 없어”

[경향신문] 김기범 기자 | 입력 : 2013-03-27 23:06:40 | 수정 : 2013-03-28 04:23:25


올라올 때마다 그물은 진한 초록빛이었다. 버리는 게 낫겠다 싶을 정도로 그물엔 청태(녹조류)만 잔뜩 끼어 있었다. 팔딱팔딱 뛰는 물고기는 한 마리도 없었다. “그물 당기기가 힘들기만 하고, 뭐 하나 사는 게 없어.” 강에 드리우고 7시간 만에 올린 그물을 보며 50대의 어민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강바닥에 가득해 이른 봄 수입을 올려주던 재첩마저 온데간데없다”고 말했다. 껍데기만 남기고 ‘뻘’(개흙) 속에서 입을 벌린 채 다 폐사했다고 했다. 지난해 가을과 올봄의 상황이 또 다르다는 것이다. 자전거도로와 수변공원으로 단장된 강변의 겉모양과 달리 남한강은 더 이상 수중생물이 살아가기 어려운 ‘죽음의 강’으로 변하고 있었다.

녹색연합·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로 구성된 4대강조사위원회, 여주지역 주민들과 함께 지난 26일 둘러본 남한강 상류 강천보 일대의 생태계는 처참했다. 20~30년간 어업에 종사해온 주민들도 “이런 광경은 평생 처음 본다”며 고개를 저었다. 4대강 사업이 완료된 후 남한강에서 특정 생물종이 한꺼번에 폐사하는 현상이 처음 확인된 것이다.

4대강조사위는 남한강 상류의 좌안인 경기 여주군 점동면 도리에서 수중 탐사·촬영 장비로 직접 강 속을 확인했다. 강바닥에서는 폐사한 재첩이 대량으로 발견됐다.

▲ 수중촬영 전문가인 윤순태 감독이 26일 경기 여주군 남한강 상류의 강천보 인근 물속에 잠수해 껍데기만 남은 채 폐사한 재첩들을 들어보이고 있다. | 4대강조사위원회 제공

3~4m 깊이의 남한강 바닥을 탐사한 수중촬영 전문가 윤순태 감독은 “강 속은 20~30㎝ 앞까지밖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탁해져 있고, 강바닥에는 뻘흙이 거대한 묵덩어리처럼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뻘흙을 손으로 5㎝ 정도 파내자 아래에는 재첩의 사체가 쌓여 있었다”며 “과거에 이 지역의 남한강 수중을 촬영했을 때는 여울이나 소 등 다양한 환경이 있었는데 현재는 다 뻘층으로 변해 있다”고 말했다.

윤 감독이 강바닥에서 여러 차례 떠온 재첩들은 모두 입을 벌린 채 껍데기만 남은 상태였다. 재첩 폐사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떠온 강바닥의 토양은 미세한 입자로 구성된 뻘에 가까웠다. 분뇨 냄새 같은 악취도 심했다. 도저히 생물이 살아갈 만한 강바닥 토양이라고 보기 힘들었다. 어민들은 지난해 가을부터 죽은 재첩이 발견되기 시작했으며 올 들어 폐사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재첩의 집단폐사를 얼음이 녹으면서 알게 됐고, 생업도 ‘꽝’났다는 것이다.

녹색연합 황인철 4대강현장팀장은 “재첩의 폐사 현상은 강천보뿐 아니라 여주보, 이포보 인근 등 남한강의 보 설치 구간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며 “이포보 인근에서 채취한 재첩들도 모두 같은 상태”라고 말했다. 유속이 느려지고 강바닥에 오염물질이 쌓이면서 산소가 고갈돼 재첩처럼 하천의 모래에서 서식하는 조개류가 살기 어려운 환경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남한강의 환경 변화 얘기는 물고기 감소로 이어졌다. 지역 주민 ㅇ씨가 강천보 인근에 쳐두었다가 걷어올린 자망에는 단 한 마리의 물고기도 없고 청태만 잔뜩 끼어 있었다. ㅇ씨가 오전 7시쯤 강에 쳐놓은 것을 오후 2시쯤 걷어올렸으니 약 7시간 만에 그물이 못 쓰게 될 정도로 조류가 달라붙은 셈이다.

ㅇ씨는 “지난해 가을까지만 해도 청태가 조금 끼긴 해도 물고기가 아예 잡히지 않을 정도는 아니었다”며 “2월 말 처음 조업을 시작했는데 그 이후 물고기는 거의 잡지 못하고 그물값만 계속 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폭 50m에 5만원 정도인 그물을 사서 물에 넣어봤자 일일이 분리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청태가 잔뜩 끼어 있다고 했다.

ㅇ씨는 남한강 일대에서 어업을 생업으로 삼는 주민들 상당수가 그물값만 들이면서 손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어획량이 3분의 1, 많게는 5분의 1까지 급감했기 때문이다. ㅇ씨는 “17년 동안 물고기를 잡으면서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보가 생긴 이후 강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윤 감독도 “강 속에 오래 있으면서 살아있는 생물이라고는 다슬기 몇 마리와 물고기 한 마리를 봤을 뿐”이라며 “그나마 한 마리 발견한 물고기도 쉽게 손만 뻗으면 잡을 수 있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그가 잡아올린 민물고기 돌마자는 퍼덕거리지도 못한 채 힘없이 늘어져 있을 뿐이었다.

어민들은 남한강에서 많이 잡히는 누치도 머리만 크고 몸집은 마른 형태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먹이를 찾기 어려워진 어류에 나타나는 특징이다. 비교적 생명력이 강한 편인 다슬기도 한 달 한 달이 다른 상황일 만큼 급감하고 있다고 했다.

▲ 어민이 물에 쳐놓았다가 끌어올린 그물에 청태가 잔뜩 끼어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물고기가 급격히 줄어들고 조류가 늘어난 이유를 물의 흐름이 끊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민들과 함께 배로 강천보 일대를 돌아본 국토환경연구소 이현정 연구원은 “그물을 못 쓰게 될 정도로 조류가 늘어난 것은 대형 보로 인해 남한강 물이 흐르지 않기 때문”이라며 “축산 분뇨 등 영양염류가 포함된 퇴적물이 강 속에 쌓이면서 조류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영양염류는 질소·인 등 염류를 이르는 말로 플랑크톤이나 바닷말 등이 증식하는 요인이 되는 물질이다.

이 연구원은 “상류에서 오염원이 유입되더라도 보가 생기기 전 강물의 흐름이 있을 때는 자정작용이 활발히 일어나고, 오염물질도 하류로 흘러내려가기가 쉬웠다”며 “강물이 정체되면서 오염물질이 강바닥에 퇴적되고 생태계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한강은 수면만 유심히 관찰해도 정상적인 강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둘러본 남한강 곳곳에서는 수면에 축산 분뇨 등 오염물질과 조류로 추정되는 잿빛 덩어리들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이 연구원은 “겨울에 강바닥에 가라앉았던 부착 조류와 오염물질이 봄이 되면서 온도가 올라가고 바닥이 뒤집어지는 전도현상이 일어나며 수면으로 올라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전도현상은 흐름이 있는 강에서는 일어나지 않고 물의 흐름이 없는 호소에서 생긴다”며 “현재 남한강의 물은 생물이 살기 어려운 상태로 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남한강 보 설치 구간의 유속은 보 설치 이전보다 1.7~3.2배가량 느려진 상태다.

환경단체들은 “재첩 폐사와 물고기 감소는 금강, 낙동강 물고기 떼죽음의 연장선상에 있는 일”이라며 남한강을 다시 생명이 살아숨쉬는 강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4대강 사업 이전처럼 물이 흐르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보 자체를 없애는 것인 셈이다. 이 연구원은 “보의 수문을 개방해 물을 간헐적으로 흐르게 한다고 해도 이전과 같은 환경으로 돌아가기는 어렵다”며 “보 해체가 이전의 생태계를 복원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죽어가는 남한강의 생태계를 살리려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환경단체 사람들은 남한강 탐사를 마치는 길에 “4대강 생태계의 복원을 위해 박근혜 정부에 4대강 사업 검증단 구성을 위한 원칙과 방안을 다음달 초 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죽은 재첩과 청태는 수중촬영 사진과 함께 증거물로 보여줄 참이다.


출처 : [4대강 강천보 일대 르포] 죽음의 강으로 변한 남한강… 뻘흙에 질식해 재첩 대량 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