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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死大江

모래톱 생기고 바닥보호공 유실...4대강 공사전으로 회귀

모래톱 생기고 바닥보호공 유실...4대강 공사전으로 회귀
[현장] 합천보에서 임해진까지, 냄새나는 강물에 조류 사체까지 떠올라
[오마이뉴스] 조정훈 | 13.04.23 16:01 | 최종 업데이트 13.04.23 22:01


▲ 낙동강 하류에서 바라본 합천보의 모습. ⓒ 조정훈

합천보는 준공 이후에도 우측 제방이 유실되고 고정보와 가동보에서 누수가 발생했다. 감사원도 7곳의 누수와 19곳의 균열이 발생하고 세굴현상으로 인해 하상유지공과 바닥보호공이 유실됐다며 보강을 지시할 정도로 문제점이 심각한 보 중의 하나이다.

낙동강 조사단은 22일 합천보 좌안 고정보의 수직 이음부 부분이 균열돼 누수가 발생한 사실을 확인됐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고정보 공사를 할 당시 콘크리트 작업을 하면서 이음부 부분에 대해 깨끗하게 청소하지 않고 공사를 해 균열이 생긴것 같다"며 "파이핑 현상으로 보기에는 물의 누수량이 많다"고 지적했다.

소수력발전소 하류 콘크리트 사면에서는 2년전부터 누수현상이 발생했으나 아직까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지난 겨울 민주통합당 이미경 의원과 4대강 범대위가 이곳을 찾아 파이핑현상으로 인한 누수라고 지적했지만 수자원공사는 산에서 내려오는 지하수가 유입된 것이라고 해명했었다.

박창근 교수는 "사면의 콘크리트 틈새에서 물이 새어나오고 물속에 모래가 섞이는 것은 파이핑 현상이 확실하다"며 "퀵 샌드(Quick Sand, 모래가 물의 힘에 밀려 올라오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콘크리트 사면의 특정한 위치의 높이에서만 누수가 발생하는 것은 심각하다는 증거로 보의 물을 빼고 정확한 진단을 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대희 수자원공사 합천보관리소장은 "사면 상부의 산지에서 지하수로 추정되는 물이 배수공으로 나오고 있어 계속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별다른 문제점이 없어 별도로 보완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소수력발전소 상판 물길, 부실공사 전형"... 수자원공사 "사실과 달라"

▲ 합천보 소수력발전소 하류 사면에 계속해서 물이 새어나오고 있지만 합천보를 관리하는 수자원공사는 지하수로 추정된다며 모니터링만 할 뿐 아무런 대책이 없다고 밝혔다. ⓒ 조정훈

▲ 합천보 소수력발전소 상판에 홈이 파여 있다. 비가 올 경우 물이 빠지지않아 작은 홈을 파 물이 빠지도록 한 것이다. ⓒ 조정훈

합천보 소수력발전소 건물의 옹벽에서는 불과 2년도 안돼 크랙(균열)이 발생했고 균열을 보수한 흔적이 보였다. 현재 진행되는 균열은 보수를 하지 않아 틈새가 벌어지고 있었다. 발전소 상판에는 비가 올 경우 물이 바로 빠져야 하지만 빠지지 않자 홈을 파 물길을 만들어놓기도 했다.

소수력발전소 상판에 물이 제대로 빠지지 않은 경우는 합천보 뿐만 아니라 달성보에서도 목격한 적이 있다. 달성보의 경우는 상판에 물길을 만들어놓지 않아 비가 온 후 빗물이 상판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건물 준공후 아직까지도 거푸집으로 사용했던 각목을 빼내지 않아 부실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박창근 교수는 "발전소 건물의 옹벽에 균열이 생기고 상판에 배수가 되지 않아 물길을 만들었다는 것은 부실공사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전형"이라며 "눈에 보이는 곳이 이 정도이니 안보이는 얼마나 부실한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소수력발전소 상부에 홈을 판 것은 원활한 유도 배수를 위해 시공한 것 뿐이지 부실공사는 아니다"라며 "건물의 안전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합천보 왼쪽 고정보에 안전난간이 설치되어 있었지만 지난해 산바 태풍으로 인해 물살에 휩쓸려 망가진 후 아직까지 설치하지 않아 추락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보를 찾는 탐방객들이 추락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일자 수자원공사는 "난간은 유속의 흐름에 방해가 되어 철거했었다"며 "즉시 바리케이드를 설치해 통행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 날씨가 따듯해지자 합천보 하류에 떠오른 조류 부유물. 함안보에서도 떠올랐다. ⓒ 조정훈

합천보에서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숨이 막힐 정도로 비릿한 냄새가 나는 강물이었다. 규조류의 영향으로 강물은 진한 갈색을 띄었다. 날씨가 따뜻해지자 합천보 하류에는 누런 이물질이 떠올랐다. 환경단체 활동가들은 이 이물질이 조류가 죽은 뒤 떠오른 사체라고 지적했다. 수질을 모니터링하는 관계자는 조류사체가 많이 떠올라 걱정이라고 했다.

조류사체는 함안보 하류에서도 상당수가 떠올라와 수질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낙동강유역환경청 평가과의 관계자는 "송화가루가 날려 엉켜붙은 것"이라며 "지금은 조류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조류사체가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낙동강환경유역청 수생태관리과 관계자는 "합천보와 함안보 상류 500m 지점에서 매주 수질을 측정하고 있다"며 "지난 15일 측정한 결과 조류농도(클로로필-a)가 합천보에서는 26.7, 함안보에서는 31.4로 아직까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마창진환경운동연합 임희자 정책국장은 "벌써부터 물에서 냄새가 진동하고 죽은 조류사체가 떠오르는 것은 오염이 심각하다는 증거"라며 "올 여름에는 지난해보다 더한 녹조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환경운동연합의 한 활동가는 "우리도 처음에는 꽃가루인줄 알았지만 가까이 가서 보니 꽃가루가 아니라 조류의 사체 부유물이 확실했다"며 "환경청 관계자의 안이한 태도는 문제"라고 비난했다.


합천보 하류, 모래 준설했지만 2~3년 만에 제자리로

▲ 합천보의 하류. 왼쪽은 강을 정비하기 전, 가운데는 강을 정비한 후의 사진을 홍보하기 위해 합천보에 설치한 비교사진이다. 오른쪽 사진은 같은 위치에서 찍은 사진. 강 정비사업 전에 있던 모래톱이 정비 후 없어졌다가 불과 2년만에 다시 생겼다. ⓒ 조정훈

낙동강 정비사업을 하면서 합천보 하류의 모래를 준설했지만 다시 쌓이기 시작했다. 불과 2~3년만에 원래의 강 모습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모래 위에 돌이 쌓인 모습도 보여 바닥보호공의 일부가 유실돼 떠내려오다 모래위에 쌓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임희자 정책국장은 "합천보는 바닥보호공 유실 뿐 아니라 제방이 붕괴돼 준공 후에도 상당기간 공사를 했다"며 "다시 준설할 것이라는 얘기가 있는데 이는 강을 죽이겠다고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합천보에서 불과 1.5km 떨어진 황강의 하류에도 모래가 쌓여 모래톱이 생겼다. 황강의 하류에는 측방침식으로 인해 제방의 일부가 무너진 모습도 보였다. 이런 모습은 구미보 하류의 감천에서도 똑같이 나타났었다.

경남 합천군 청덕면 앙진리에 위치한 상포교 좌측 둔치가 유실돼 교량이 위험해지자 보수공사를 하고 있다. 이곳은 낙동강으로 흐르는 신반천의 하류로 지난해 태풍으로 왼쪽 둔치가 물에 쓸려내려갔었다.

박창근 교수는 "보를 설치한 후 가장 피해가 많은 곳 중의 하나가 낙동강과 만나는 지천의 하류"라며 "물이 불어나면서 지천으로 넘쳐 모래가 하류로 쓸려내려가고 측방침식 등이 일어나 제방이 붕괴되는 사고가 잦아졌다"고 말했다.

▲ 합천보 어도에 1억3500만원을 들여 설치해놓은 어도모니터링 시스템. 물고기들이 어도를 통해 몇 마리가 이동하는지 확인하려고 설치한 이 시스템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무용지물이라고 주장했다. ⓒ 조정훈

▲ 함안보 가운데 있는 고정보의 세로로 틈새가 벌어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조사단이 정확한 확인을 하려고 하자 갑자기 많은 물을 내려보내 보이지 않았다. ⓒ 조정훈

함안보는 고정보의 수평부분에 누수가 발생해 보강공사를 한 흔적이 드러났다. 고정보 중간에는 수직으로 균열이 생겨 틈새로 물이 흘러나오고 있지만 수자원공사는 확인해주지 않았다. 감사원은 함안보에 19곳의 균열 3곳에서 누수현상이 있다고 지적했다. 함안보 하류에서도 상당히 많은 양의 죽은 조류 사체가 떠올라왔다.

함안보의 상류와 하류를 연결하는 어도의 중간에 어도모니터링 시스템이 설치돼 있었다. 이같은 모니터링 시스템은 합천보와 함안보에만 설치돼 있다. 모니터링 시스템을 이용해 통과하는 물고기의 어종과 수량을 모니터링한다.

하지만 모니터링시스템은 어도를 가로질러 물고기의 이동을 막고 조그만 통로를 통해 이동하도록 설계돼 있어 과연 제대로 이동이 가능할지 의문을 갖게 한다. 한국수자원공사 낙동강통합관리센터 관계자는 "어도모니터링 시스템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설치해 지난 3월부터 모니터하고 있다"며 "1년동안 지켜본 후 관찰하고 문제가 있다면 그때 가서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마창진환경운동연합의 한 관계자는 "며칠전 한시간 동안 이곳을 관찰했지만 물고기가 통과한 숫자는 7마리에 불과했다"며 "과연 이 시스템이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 경남 창녕군 부곡면 청암리 임해진. 낙동강의 물이 많아지면서 제방이 유실되자 호안블럭을 설치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강변에 콘크리트 호안블럭을 설치하는 것은 생태계에 문제라고 지적했다. ⓒ 조정훈

▲ 박창근 교수가 임해진 낙동강변에 설치하고 있는 호안블럭을 돌로 내려치자 가볍게 깨졌다. ⓒ 조정훈

함안보에서 약 4km 떨어진 경남 창녕군 부곡면 임해진에도 강물이 불어나 측방침식으로 인해 도로를 끼고 있는 자연제방이 무너져 호안블럭을 설치하는 보강공사를 하고 있지만 블럭사용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됐다.

임희자 정책국장은 "강가의 생태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콘크리트 블럭을 설치하는 것은 문제"라며 "환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전형적인 토목공사"라고 비난했다. 이곳은 부산지방국토관리청 산하 진영국도유지사무소에서 발주한 공사다.

박창근 교수도 "이런 블럭은 강물과 맞닿은 곳에 설치해서는 안되고 제방의 상부에 설치해야 맞다"며 "강에 맞지 않는 블럭을 일방적으로 설치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낙동강유역환경청 관계자가 "제방의 유실을 막기 위해 콘크리트 블럭을 설치하는 게 뭐가 문제냐"라고 발언해 비난을 받았다.

마창진환경운동연합은 블럭 일부를 분석해 환경에 얼마나 유해한지 확인하고 임해진의 제방을 생태계와 전혀 맞지 않는 콘크리트 블럭으로 시공하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로 했다.

한편 이날까지 낙동강 전역에 대한 조사를 마친 조사단은 조만간 보의 누수와 균열, 물받이공과 바닥보호공의 유실로 인한 문제, 역행침식과 측방침식으로 인한 문제, 보의 담수로 인한 농경지 지하수 수위가 높아지는 문제 등에 대한 종합적인 문제점을 지적하는 자료를 발표할 예정이다.


출처 : 모래톱 생기고 바닥보호공 유실...4대강 공사전으로 회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