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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종교와 개독교

“여긴 이단 김밥집, 절대 가지말라”…한 교회의 횡포

“여긴 이단 김밥집, 절대 가지말라”…한 교회의 횡포
연세중앙, 교회 곳곳 사진 내걸어
결국 20일도 안돼 문닫게 만들어

[한겨레] 허재현 기자 | 등록 : 2013.06.03 21:03 | 수정 : 2013.06.04 15:12


한국 개신교 일부 교회의 불관용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자신들과 다르면 이단으로 낙인찍고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약자는 상처받는다.

김아무개(48)씨도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지난달 10일 서울 구로구 연세중앙교회 옆에 김밥집을 열었다가 20일도 안 돼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 손님들이 “여기가 정말 이단 김밥집이냐”고 물을 때만 해도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잘 몰랐다. 알고보니 마치 수배전단처럼 교회 곳곳에 김씨의 사진이 내걸렸다는 것이다. 이 교회의 윤석전 목사가 예배 시간에 김씨의 김밥집에 절대 가지 말라고 설교했다고, 김씨는 교인들에게 전해들었다. 교인들은 매일같이 김밥집 앞에서 “이단은 물러가라”고 외쳤다. 김씨는 3500만 원을 들여 시작한 김밥집을 포기했다. 서둘러 정리하느라 가게를 넘기지도 못했다.

김씨도 연세중앙교회 교인이었다. 그러다 5년 전 근처의 ‘작은 개척교회’로 옮겼다. 연세중앙교회는 침례교단이지만 작은 개척교회는 성결교단 가입을 앞둔 곳이었다. 이런 김씨에게 ‘신천지 교인’이라는 소문이 덧씌워졌고, 김씨가 교인을 빼돌리려고 김밥집을 교회 근처에 열었다고 의심받았다. 김밥집은 교회 200m 앞에 있었지만, 김씨의 집으로부터는 30m 거리였다.

문 닫은 김밥집 앞에는 “영업을 할 수 없게 만든 연세중앙교회의 정중한 사과를 요구합니다”라는 펼침막이 걸려 있다. 김씨는 윤 목사를 만나려고 찾아갔지만 만날 수 없었다. 연세중앙교회는 “김씨가 신천지 교인이라는 증거가 있다. 일반인은 이해가 안 되겠지만 신천지 교인은 접촉하는 그 순간 미혹된다. 김씨 이름만으로는 동명이인이 피해를 볼 수 있어 사진까지 공개했다. 다소 문제가 돼서 곧 떼어냈다”고 밝혔다.

교계에서는 이런 일이 한국 개신교계의 배타성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애희 교회개혁실천연대 사무국장은 “한국 기독교가 명확한 기준 없이 나와 다르면 무조건 이단으로 가르치는 경향이 있어 일부 신자들이 이런 무리한 행동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출처 : “여긴 이단 김밥집, 절대 가지말라”…한 교회의 횡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