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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마당에 분뇨와 오수를 묻어버린 건설회사

내 집 마당에 분뇨와 오수를 묻어버린 건설회사
강릉시 ‘하수관거 임대형 민자사업’ 정화조 불법·부실 공사 사실로 드러나
[오마이뉴스] 성낙선 | 13.06.07 19:04 | 최종 업데이트 13.06.07 19:09


▲ 폐쇄 신고된 정화조 안. 여전히 오물과 오수로 가득하다. 오물은 3년이 돼 검게 변색됐다. 정화조 주변은 작은 텃밭이다. 주인이 정화조 주변에 상추 등의 채소를 심어 길러 먹고 있었다. ⓒ 성낙선

강릉시에서 시행한 '하수관거 정비 임대형 민간투자사업'이 말썽이다. 그동안 주문진 공사 구간의 정화조를 폐쇄하는 과정에서 공사가 부실하게 진행되거나 불법을 동원했다는 의혹이 있었는데, 최근 그 의혹이 일부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이 사업 전체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또 시민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데도, 강릉시가 최근까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어 또 다른 문제를 불러오고 있다.

하수관거 정비 사업을 하게 되면, 기존의 정화조는 더 이상 쓸모가 없게 된다. 따라서 이 사업에는 반드시 기존의 정화조에 담겨 있는 분뇨를 말끔히 제거하고 정화조를 완전히 폐쇄하는 일이 뒤 따른다.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서다. 정화조 폐쇄는 하수관을 설치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일이다. 그런 만큼 법에서 정한 대로, 정화조를 깨끗하고 완벽하게 처리해야 한다.

정화조 폐쇄는 하수관거 정비 사업의 시행사인 GS건설에 맡겨졌다. GS건설은 그 일을 다시 하도급업체에 넘겼고, 하도급업체는 상당 수의 정화조를 법에서 정한 대로 처리하지 않아 문제를 일으켰다. '하수도법 시행규칙 제28조'를 따르면, 정화조를 철거하는 경우에는 그 안에 있는 오수와 찌꺼기를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 그리고 정화조 자체를 철거하지 않는 경우에도 오수와 찌꺼기를 완전히 제거하고, 그 안에 오수가 다시 유입되지 않도록 밀폐해야 한다.

정화조 처리 공사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밝힌 것은 강릉 시민들이다. 최근 강릉시 주문진에서는 지역 주민 등이 중심이 돼, 업체가 정화조를 완전히 폐쇄한 것으로 보고한 공사 현장 몇 군데를 조사했다. 그 결과, 그 정화조들 대부분에서 분뇨 등이 뒤섞인 오물과 오수가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 확인됐다. 악취가 진동했다. 일부 정화조는 건축폐자재로 메운 상태였다. 모두 불법이다.

GS건설은 그동안 정화조 처리 공사에 불법과 부실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러 차례 현장조사가 실시된 후, 최근에 와서야 공사 중 분뇨가 담긴 정화조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일부 문제가 있었음을 시인했다. 건설사가 문제를 시인한 만큼, 관리 관청인 강릉시가 후속 조치를 취할 법하다. 그런데도 강릉시는 여전히 이 사업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여,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강릉시가 시행사를 지나치게 감싸고 돈다는 지적이다.

강릉시는 정화조 분뇨 처리 과정은 물론이고 이 사업에 또 다른 문제는 없는지 앞장서서 확인해야 할 입장이다. 그런데도 강릉시는 이 문제를 알아서 해결할 생각은 하지 않고, 오히려 문제를 제기하는 시민에게 증거 자료를 제출하라는 말만 되풀이해 더 큰 분노를 사고 있다. 이 사업의 하자보수 기간은 오는 8월 24일로 끝난다. 강릉시가 GS건설에 법적으로 하자 보수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기간이 이제 겨우 3개월도 남지 않았다.

▲ 강릉시 하수관거 정비 임대형 민자사업 개요 설명서. ⓒ 성낙선

강릉시 하수관거 정비 임대형 민간투자사업은 2007년에 시작해 2010년 8월에 공사를 완료했다. 이 사업은 GS건설 등 7개 회사가 민간사업자로 참여했다. 콘소시엄을 형성한 회사 이름은 '강릉아랫물길(주)'이다. 이 사업으로 GS건설 등은 강릉시로부터 20년 동안 1800억 원에서 2000억 원 가량을 거둬들이게 된다. 물론 이 돈은 고스란히 강릉시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오게 돼 있다. GS건설 등이 이 사업에 투입한 돈은 약 800억 원이다.

'하수관거 정비 임대형 민간투자사업'은 기존의 합류식 하수관로를 오수관과 우수관으로 분리해 설치하는 사업이다. 그리고 '임대형 민간투자사업'은 민간사업자가 자기 자금을 투입해 사회기반시설을 건설한 후, 그 소유권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이전하되 운영권은 자신이 갖는 사업을 말한다. 그러면서 민간사업자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그 시설을 일정 기간 빌려 주는 형식을 취하게 되는데, 거기에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지급하는 임대료와 운영비로 수익을 얻게 된다.

▲ 강릉시청 앞에 내걸린 현수막. ⓒ 성낙선


사실로 드러나기 시작하는 정화조 불법·부실 공사

'강릉시 하수관거 사업'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말이다. 문제를 제기한 쪽은 강릉시 내 분뇨처리업체 중에 하나인 '(합)동서환경'이다. 동서환경은 주문진과 사천, 연곡 등지에서 분뇨처리업을 하는 회사다. 동서환경은 강릉시 하수관거 사업에서 정화조에 차 있는 분뇨를 제거하는 일을 맡았다.

하지만 동서환경은 이 사업에 끝까지 참여하지 못했다. 중간에 더 이상 작업 의뢰가 들어오지 않았고, 이후 나머지 분뇨가 어떻게 처리됐는지는 알지 못했다. 동서환경이 주문진 내 정화조 처리 공사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GS건설로부터 주문진 지역 내 공사 하도급을 맡은 한 중장비업체에서 사람이 찾아오면서부터다. 그 사람은 동서환경 대표와 선후배 관계였다.

동서환경에 따르면 이 중장비업체는 동서환경에 분뇨처리 영수증을 만들어줄 것을 요청했다. 강릉시청에 정화조 안의 분뇨를 깨끗하게 처리했다는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데, 동서환경의 영수증이 필요했던 것이다. 동서환경은 이렇게 이 업체와 접촉하는 과정에서, 주문진 내 정화조들이 대부분 분뇨를 제대로 제거되지 않은 채 매립되는 등 부실하게 시공됐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동서환경은 그 후 자체적으로 정화조 폐쇄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화조 폐쇄에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확신한 이 회사는 2010년부터 강릉시에 하수관거 불법 시공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강릉시는 그때도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동서환경은 강릉시가 문제 해결에 소극적인 데 더 화가 났다. 시가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다고 판단하고, 시청 앞에서 '진상 조사'를 요구하는 시위까지 벌였다.

▲ 정화조 불법 및 부실 공사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폐쇄 정화조를 다시 파헤치는 장면(사진 재촬영). ⓒ 성낙선

동서환경은 꽤 오래, 외로운 싸움을 진행했다. 이 문제가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지난해 12월이다. 동서환경은 당시 공무원들과 GS건설 직원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폐쇄 완료' 보고가 된 정화조 3곳을 파헤쳤다. 당시 그 정화조들에서 오물과 오수, 산업폐기물이 확인됐다. 악취가 진동했다. 하지만, 강릉시와 GS건설은 문제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 정화조들이 "특별한 경우"에 해당하거나 "빗물이 차 있는 것"이라는 등 별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치부했다.

반면 의혹은 점점 더 짙어졌다. 강릉시와 시행사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정화조 폐쇄가 법대로 시행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눈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 문제의 실체를 규명해야 한다는 여론도 높아졌다. 지난해 12월 말에 강릉시의회에서 마침내 이 문제를 조사하기 위해 5명의 시의원이 참여하는 '강릉시의회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위원장 유현민, 이하 특위)'가 구성됐다. 그리고 주문진에서는 지난 2월 7일 시민들이 중심이 돼 '주문진 하수관거 공사 의혹 진상규명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정인수, 이하 대책위)'가 구성됐다.

▲ 자갈로 대충 채워놓은 폐쇄 정화조. 가운데는 검은 오수로 가득 차 있다. 오수 안에는 무엇이 들어 있는지 모른다. 원래는 정화조 안 전체를 모래나 흙으로 단단히 채워넣어야 한다.(사진 재촬영). ⓒ 성낙선
특위와 대책위가 구성되면서, 정화조 공사 현장을 파헤쳐 보는 현장조사도 계속됐다. 지난 3월 17일에는 특위가 중심이 돼서 다시 정화조 2개를 파헤쳤다. 그 정화조에서도 같은 문제가 드러났다. 그러나 강릉시와 GS건설은 그때도 역시 문제를 인정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이 문제에서 벗어나려는 데만 급급했다. 그러자 일부 지역 언론에서는 심지어 현장 조사 결과 특별한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다는 식의 보도가 나가기도 했다.

지난 5월 29일에는 대책위가 중심이 돼서 정화조 10여 군데를 파헤쳤다. 일부는 조사가 불가능해 조사를 중단했지만, 일부는 공사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조사 결과 앞서 실시한 조사들과 같은 결과들이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도 오물과 오수가 가득 찬 정화조가 나타났다. 대부분 불법으로 매립된 상태였다. 그런데 이날 조사에서는 GS건설의 반응이 조금 달라졌다. GS건설 측은 이날 현장에서 정화조 처리 공사에 일부 문제가 있음을 시인했다.


GS건설, “강릉시장이 요구하면 전수조사 수용 가능”

문제는 또 강릉시다. 강릉시는 현장조사를 통해 정화조 처리 공사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는데도 여전히 별다른 대책을 밝히지 않고 있다. 강릉시의회에서는 기세남 의원과 김미희 의원 등이 강릉시에 전수조사를 요구했다. 동서환경과 대책위 역시 전수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강릉시는 그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전수조사가 쉽지 않아 보인다. 강릉시는 현재 시민들의 요구에 지나치게 높은 담을 쌓고 있다.

이와 달리 GS건설은 뒤늦게, 어떻게든 이 문제를 수습하려는 모습이다. GS건설 측은 4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회사 자체적으로 정화조 폐쇄 공사를 모두 조사한 결과, 상당 수 잘못이 있었다는 게 확인됐다"며, "강릉시가 요구한다면 전수조사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GS건설 측은 일단 "그 수가 얼마나 됐건, 하자 보수는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GS건설 측은 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릉시와 시의회, 대책위 등이 함께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상하고 있다"며 "협의체에서 전수조사 방식을 논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상태에서 동서환경은 물론이고, 시의회와 대책위 등이 GS건설의 이런 제안을 얼마나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는 의문이다.

GS건설 측은 이날 주문진에서 불거진 정화조 문제가 강릉시 내 하수관거 사업의 전체 문제로 확대되는 것을 경계했다. GS건설 측은 이 사업에서 정화조 관련 공사가 차지하는 부분이 매우 작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GS건설 측은 "이 사업의 중심은 하수관거를 시공하는 데 있고, 정화조 폐쇄 공사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며, 정화조에서 드러난 문제를 가지고 하수관거 사업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을 펼쳤다.

▲ 강릉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동서환경 직원. ⓒ 성낙선

그러나 GS건설 측의 이같은 주장에도 불구하고, 강릉시 주문진에서 불거진 정화조 불법·부실 공사 문제는 단지 주문진 내 정화조들을 모두 조사하는 선에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강릉시의회 김미희 의원은 현재 주문진 공사 구간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이 사업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GS건설이 강릉시 내 전체 하수관거 정비 사업을 시행한 이상, 주문진에서 드러난 문제를 주문진에만 한정할 수 없다는 논리다.

김미희 의원은 게다가 강릉시 하수관거 사업에서 정화조뿐만 아니라 하수관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김 의원은 얼마 전 군산시 하수관거 부실시공 현장을 방문하고 돌아온 이후, 강릉시에서도 군산시에서 일어난 것과 비슷한 일이 벌어졌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군산시에서는 2011년 하수관거 사업을 완료한 이후, 부실시공 의혹이 제기돼 시장의 명령으로 지난해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하수관거 정비 임대형 민간투자사업'은 전국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업이다. 불법과 부실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군산시는 하수관거 사업에서 부실시공이 있었음을 확인하고, 최근에는 하수관거 사업의 시공 실태 전반에 걸쳐 객관적인 조사를 실시하는 한편, 문제점이 드러나면 법적 조치까지 강구할 계획임을 밝혔다. 군산시에서는 시장이 문제 해결에 매우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에 반해 강릉시장과 강릉시 공무원들은 자신들은 모든 공사의 책임을 시행사와 감리회사에 맡긴 만큼, 달리 어떻게 책임질 일도, 방법도 없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수관거 사업은 주민들의 일상생활과 직결돼 있다. 그런데도 강릉시 최명희 시장은 이 사업에 일부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이 된 이후에도, 여전히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동서환경은 현재 시청 앞에서 진상조사를 요구하며, 매일 시위를 벌이고 있다. 주문진 대책위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부실시공 사례를 조사하는 등 지역에서 이 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김미희 의원은 주문진에서 나타난 정화조 불법·부실 시공을 '강릉시 하수관거 정비 임대형 민자사업'이 안고 있는 문제의 일부분으로 보고, 앞으로 이 사안을 주문진의 문제가 아닌 강릉시 전체의 문제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일들에 최명희 시장이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출처  내 집 마당에 분뇨와 오수를 묻어버린 건설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