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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수급위기의 거짓과 진실 ②] 전력수급 위기? '핵발전소'가 문제

전력수급 위기? '핵발전소'가 문제
[전력수급위기의 거짓과 진실 ②] 핵발전소 고장과 전력 수급
[오마이뉴스] 권승문 | 13.06.18 11:15 | 최종 업데이트 13.06.18 11:15


최근 몇 년간 전력수급난 심화, 발전기의 잦은 고장, 전기요금 인상 등 주요 이슈들이 불거지면서 전력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력수급 위기의 원인과 대책을 장기적이고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할 시점이다. 이에 17일부터 21일까지 5회에 걸쳐 ①전력수요 증가의 원인과 대책 ② 핵발전소 고장과 전력수급 ③ 전력난과 전력산업 민영화 ④ 밀양 송전탑과 전력수급 ⑤ 에너지세제 개편과 전원믹스를 연재한다. - 기자 주

핵발전소 리스크가 전력난을 부추기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 발생한 핵발전소 부품 시험성적서 위조사건은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아니었더라도 핵발전소의 잦은 고장과 노후 원전의 부품결함으로 인한 장기간의 운전 중단은 '상수'로서 전력수급위기를 야기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핵발전소의 고장이 전력수급 위기를 부르고, 전력난이 또 다시 핵발전소의 위험을 가중시키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9일과 15일 전력수급위기를 이유로 재가동한 한빛(영광)원전 3호기와 한울(울진)원전5호기가 이러한 악순환의 최근 사례라 할 수 있다.


과도하게 높았던 핵발전소 이용률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국내 핵발전소는 2000년 이후 평균 90%가 넘는 이용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해 이용률은 82.3%로 하락했다. 이는 지난해 고장으로 인해 원전이 정지된 경우가 총 17회로 2007년 이후 가장 많았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서는 4월까지 79%로 떨어졌다.

전 세계 평균 핵발전소 이용률은 2001년 이후 78~79%대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까지 국내 핵발전소 이용률이 상대적으로 매우 높았던 것이다. 미국과 프랑스 등 핵발전소를 많이 운영하고 있는 나라들의 원전 가동률은 60~70%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핵발전소를 무리하게 가동하면 필연적으로 고장이 날 수밖에 없다. 수 만개의 부품이 들어가는 핵발전소는 단 하나의 부품이 고장 나더라도 연쇄적으로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 게다가 시험 성적서를 위조한 불량 부품이 사용됐다면 그 위험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핵발전소 노후화에 따른 위험

▲ 국내 원전 증기발생기의 조기노후화 사례 ⓒ 녹색당

국내 핵발전소가 점차 노후화되고 있는 점도 큰 문제다. 스트레스 테스트를 받을 예정인 고리1호기와 월성1호기에 대한 안전성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뿐만 아니라 가동 중인 핵발전소 23기 중 8기는 1980년대에 가동을 시작했다.

1970년대 가동을 시작한 전 세계 가압경수로형(PWR)형 원전들은 원전 주요 설비의 재료로 사용된 인코넬600이란 금속의 결함 때문에 설계수명(40년)의 절반 수준인 20여 년 만에 노후화현상을 겪어야 했다. 이로 인해 1990년에서 2000년대 들어 대대적으로 증기발생기를 교체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10년을 격차로 두고 운전을 시작한 국내 원전들도 2000년대 들어 현재까지 증기발생기의 노후화 추세가 본격화 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증기발생기를 교체하는 시간과 비용을 이유로 증기발생기 전열관을 관막음하는 방식으로 노후화를 지연시켜왔으나 이 또한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다.

문제는 일단 노후화가 본격화되면 같은 모델과 재질의 원전이 비슷한 시기에 문제를 일으켜 증기발생기 교체나 장기간 보수 작업이 집중적으로 일어난다는 점이다. 증기발생기 전열관 균열로 1년 동안 정지 중인 한울원전 4호기나 최근 재가동된 한빛 3호기의 정비 원인도 이 같은 문제에서 발생했다.


전력난과 원전 위험의 악순환

더욱이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로 전력수급위기 기간과 핵발전소의 보수 및 교체기간이 겹치면서 전력대란의 위험을 심화시키고 있다.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같은 재질의 증기발생기 조기 노후화가 전력수급위기뿐만 아니라 대형 원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전원구성비 중 핵발전의 비중을 25.6%로, 2027년에는 22.7%로 줄여나갈 계획이다.

하지만 높은 원전 가동률을 전제로 계획을 수립한 데다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원전의 계속 운전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계속 운전을 전제로 한 원전은 고리1호기와 월성1호기 등 이미 수명이 다한 원전을 포함해 8기에 이른다.

하루 빨리 핵발전소 이용률을 낮추고 전체 발전량에서 원전 발전량이 차지하는 비중을 줄여나가야 한다. 그래야만 전력수급위기와 핵발전소의 위험을 가중시키는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전력수급 위기? '핵발전소'가 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