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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내란음모 정치공작

지상 다큐 ‘암흑의 9일’…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의 재구성

지상 다큐 ‘암흑의 9일’…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의 재구성
국정원 여직원 오피스텔 대치부터 18대 대선일까지
[한겨레] 정은주 기자 | 등록 : 2013.06.23 17:01 | 수정 : 2013.06.23 21:11


▲ 2012년 12월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조직적으로 올린 혐의로 선관위와 경찰에 신고된 한 오피스텔 앞에서 선관위 관계자와 경찰, 기자 등이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며 대치하고 있다. /뉴시스

국정원은 김씨가 직원이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정치 개입 활동은 부인했다. “직원 김씨가 오피스텔에서 정치 사안 댓글을 달았다는 민주당 쪽 주장은 사실무근이다. 국정원은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정치적 활동을 일절 한 적이 없다.” -12월 11일

경찰·선관위 직원이 문 밖에 있는 상황에서도 김씨는 ‘경찰, 국정원 직원 이번주 내 소환… 강제 수사는 어려울 듯’이란 제목의 뉴스 기사에 댓글을 달았다. “이게 뭔가. 젊은 처자 집 앞에 버티고 앉아서. 이건 범죄 아님?”-12월 12일

분석 보고서에 서명을 할 수 없다는 일부 분석관들의 의견은 묵살됐다. 김용판 서울경찰청장은 이광석 수서경찰서장에게 전화해 밤 11시에 중간 수사 결과 보도자료를 먼저 언론에 배포하고 다음날 오전 9시에 기자회견을 하라고 했다. -12월 16일

수서경찰서 수사팀이 서울청에 찾아와 분석 결과물을 내놓으라고 따지자, 가장 중요한 ID와 닉네임 40개는 빠뜨린채 자료를 내줬다. 이 사실을 알아챈 수사팀이 거듭 항의하자 자정이 넘어 자료 CD를 전달했다. 이미 대통령 선거일이었다. -12월 18일


지난 대선 때 국가정보원이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했다고 검찰이 지난 6월 14일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대선 직전 경찰도 이를 파악했지만 왜곡된 중간 수사 결과를 내놓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국정원이나 경찰은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국정원은 “정당한 대북 심리전 업무 전체를 선거 개입으로 왜곡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했고, 김용판(55) 전 서울경찰청장은 “검찰의 짜맞추기식 수사”라고 반박했다. 새누리당은 “대선 때 우리는 덕 본 것은 없고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청와대는 오늘도 침묵하고 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가 6월 20일 국정원의 정치 개입 시국선언문을 발표하며 장미꽃을 바구니에 꽂았다. 죽어버린 ‘민주주의의 꽃’ (선거)을 되살리겠다는 뜻이지만 현실은 암흑시대다. <한겨레21>이 국가권력이 짓밟은 제18대 대통령 선거, 그 9일간의 다큐멘터리를 기록한다. 파란색 글씨는 검찰 수사 결과로 새로 드러난 사실이다.


● 2012년 12월 11일

민주통합당 관계자가 국가정보원 여직원 김요원(당시 28살·가명)씨 차량을 뒤쫓았다. 국정원 심리전단이 불법 정치활동을 한다는 정보를 입수했는데 김씨가 그중 한 명이라고 국정원 전직 직원 김아무개(50ㆍ불구속 기소)씨가 알려줬기 때문이다.

김요원씨는 서울 역삼동 ㅅ오피스텔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집 호수를 알 수 없던 민주당 관계자는 김씨의 차량을 들이받았다. 오피스텔 경비원을 통해 접촉사고를 알렸지만 김씨는 “그냥 놔두라”며 내려오지 않았다. 저녁 6시 40분, 민주당은 “국정원 직원이 특정 후보를 지지·비방하는 댓글을 인터넷에 올리고 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저녁 7시 27분, 실제로 김요원씨는 오피스텔에서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 ‘북괴가 박근혜 엄청 두려워하는 듯ㅋㅋ’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하긴 당연하겠지. 누구 딸이냐. 북한이 오죽 박정희 싫어했으면 청와대로 특공대 파견했겠냐ㅋㅋ? 근혜 찡이면(찍으면)ㅋㅋㅋ 북괴는 괴멸할 거다.”

경찰 등이 김씨의 오피스텔 문을 두드렸다. 33㎡(10평) 규모의 방 안에는 데스크톱 컴퓨터 1대, 노트북 1대와 침대 등이 있었다. “국정원 직원이냐”고 묻자 김씨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방을 둘러본 뒤 경찰이 나왔다. “노트북과 스마트폰을 증거로 확보해야 한다”고 민주당이 거듭 요청했다. 그러나 문은 더 이상 열리지 않았다.

국정원은 김씨가 직원이라고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정치 개입 활동은 부인했다. “직원 김씨가 오피스텔에서 정치 사안 댓글을 달았다는 민주당 쪽 주장은 사실무근이다. 국정원은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정치적 활동을 일절 한 적이 없다.”

하지만 국정원은 2010년 지방선거부터 지난해 대선까지 각종 선거에 개입했다. 원세훈(61) 국정원장이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야당·시민단체·노조 등을 모두 ‘종북 좌파’로 보고 공격 대상으로 삼으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그 지시에 따라 국정원 직원 70여 명이 포털 사이트 등 15곳에 쓴 게시글 5179건을 검찰이 찾아냈는데, 그중 1970건이 불법 정치 개입 글이었다. 이것도 국정원이 ‘실수로’ 지우지 못한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검찰 관계자는 “(김요원씨 사건) 이후 연말 연초에 국정원 직원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ID 수백 개가 회원 탈퇴하고 삭제됐다”고 증거인멸 정황을 밝혔다. 다음 아고라의 경우 2012년 7월 이후 글이 모두 삭제된 상태였다.

이날 김요원씨도 오피스텔 문을 걸어잠그고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 올렸던 게시글 ‘저는 이번에 박근혜 찍습니다’ 등을 삭제했다. “오래전부(터) 한나라당 지지자였다. 이유는 한나라당 정책이 우리 집을 위한 것(이) 많기 때문이다. 저희 가족은 압구정동에 아파트 두 채가 있다.”



● 12월 12일

오후 3시 50분, 민주당은 김씨를 공직선거법(공무원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 금지) 및 국정원법(정치 관여 금지)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김씨는 지난 3일간 하루 2~3시간밖에 (내곡동 청사에서) 근무하지 않았다. 국정원이 개인별 노트북을 지급해 매일 주요 정치·사회 현안에 대해 게재할 댓글 내용을 하달해왔으며 청사 외부에 나가서 활동하도록 했다.”

민주당의 이러한 주장은 검찰 수사 결과와 일치한다. 외부에서 일하는 사이버팀 요원은 각자 담당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여러 아이디를 번갈아 사용하며 글 게시, 추천·반대 클릭 등을 조직적으로 수행했다. 그 활동 결과는 최종적으로 원세훈 국정원장에게 보고됐다.

그러나 김요원씨는 취재진과 통화할 때 “비방 댓글은 물론이고 대선과 관련한 어떤 글도 인터넷에 남긴 적이 없다”고 말했다. 국정원도 “확인 결과 김씨가 악성 댓글을 남긴 것은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아무 근거 없이 정치적 목적으로 국정원을 끌어들여 중상모략·마타도어(흑색선전)를 하고 있다. 민주당은 사과하고 책임자를 문책하라.”

저녁 7시, 김요원씨의 아버지(58)가 오피스텔에 찾아와 “인권유린”이라고 항의했다. 김씨도 “겁이 나서 나갈 수가 없다”며 “내 방이 마치 여론 조작을 하는 아지트처럼 표현되는 게 억울하다”고 했다.

경찰ㆍ선관위 직원이 밖에 있는데도 김씨는 또다시 인터넷 댓글을 달았다. ‘경찰, 국정원 직원 이번주 내 소환… 강제 수사는 어려울 듯(종합)’이라는 네이버 뉴스 기사였다.

“이게 뭔가. 젊은 처자 집 앞에 버티고 앉아서 부모가 와도 못 데려가게 하고 이건 범죄 아님? 경찰은 왜 가만있음?”(밤 11시 1분)

본인 관련 기사에 다른 사람인 양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댓글은 계속 이어진다.

“어딜 봐서 현행범임?”(밤 11시 4분)
“증거 없이 고발하면 무고죄 되는 거 아닌가?”(밤 11시 7분)
“죄 없음. 누가 와서 가방 열어라 함 열어주고 문도 열어줘야 하나요.”(밤 11시 13분)
“부모가 와서 데려가려는데도 못 가게 했답니다.”(밤 11시 51분)



● 12월 13일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도대체 선거가 무엇이고 권력이 무엇이기에 급기야 한 여성을 가둬놓고 부모도 못 만나게 하는지 참담하다”며 “공당이 젊은 여성 한 명을 집단 테러한 것은 심각한 범죄행위”라고 비판했다. “정보기관마저 정쟁의 도구로 만들려고 했다면 좌시할 수 없는 문란 행위다. 터무니없는 모략으로 밝혀지면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책임져야 한다.” 원세훈 국정원장은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민주당이 제기한 것처럼 국정원이 여론 조작을 했느냐”는 질문에 “그런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민주당이 선거 공작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맞받아쳤다.

오전 11시 민주당은 김씨의 오피스텔 앞에서 철수하고, 오후 2시 13분 경찰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이 들어갔다. 경찰은 휴대전화와 이동식 저장장치(USB)를 제출해달라고 요구했지만 김씨는 거절했다. “난무하는 유언비어로 인권과 명예를 침해당해 결백을 입증하고 싶다”며 데스크톱 본체와 노트북만 임의 제출했다. 건강에 문제가 생겨 당장 경찰에 출석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김씨의 컴퓨터를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에 넘겨주고 삭제 파일의 복구, 인터넷 접속 기록 확인, 저장 정보의 검색 등 디지털 증거분석을 의뢰했다.


● 12월 14일

오전 11시, 서울경찰청은 국정원의 협조를 받아 김씨 노트북의 보안을 해제했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인력까지 10명을 투입해 저녁 7시 20분부터 디지털 증거분석 작업에 들어갔다. 40분 뒤 삭제됐던 메모장 문서 파일 ‘_꾩씠_붿뼱.txt’를 복구했다. 커뮤니티 운영 방식과 어떻게 하면 베스트 게시물로 선정되는지 등을 설명한 글과 함께 30개의 ID와 닉네임이 쏟아졌다. 국정원 심리전단의 외부 조력자 이아무개씨의 이름과 주민번호, 이명박 전 대통령을 찬양하는 내용의 ‘오빤 MB 스타일’ 동영상의 특정 인터넷 주소(URL), ‘이적단체 강제해산법 제정이 시급합니다’ ‘한일 군사정보협정 체결을 서둘러주세요’라는 글 등도 적혀 있었다. 분석관들은 ID와 닉네임의 검색어를 활용해 그와 연계된 10개를 추가로 발견했다. 김씨가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와 언론사 사이트 등에 이례적으로 수만 건 접속한 사실을 확인했다.

인터넷상에서 IP 역추적을 회피하려 한 흔적도 나왔다.


● 12월 15일

아이디·닉네임 40개를 검색어로 활용해 인터넷 커뮤니티를 뒤졌더니 이번에는 여야 정당 및 대선 후보에 관한 게시글이 넘쳐났다. 당시 상황은 디지털증거분석실 자체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녹화 영상에 고스란히 담겼다.

분석관1: 이 사람이 주로 활동한 사이트가 네이버, 다음, 오유(오늘의 유머), 투데이유머, 보배드림.

분석관2: 그러면 여러 명이 똑같은 ID로 번갈아가면서… 왜나면 IP 주소 바꿔야 될 것 아냐.

분석관1: 당연하지. 얘가 업무적으로 안 했다면 그냥 웬만한 사이트는 잡다한 게 있어야 되는데 없잖아. 딱딱, 딱딱 몇 개 사이트만 반복되어서 이렇게 있는 게 업무 사항이야. (중략) 며칠 단위로 쓰기도 하고 계속해서 쓰기도 하고 10월달부터 계속 썼네요. 거의 안 빼고. 안 빼고 거의 사용했네. 하루 종일 사용했네.

분석관2: 하루 종일 한 2시부터 보네요.


김요원씨가 피고발인 신분으로 4시간 30분 동안 조사를 받았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온 저와 국정원을 왜 이렇게까지 선거에 개입시키려 하는지 정말 실망스럽다. 이번 사건으로 내 인생은 너무 황폐화됐다.”

증거분석 상황에 대한 보고는 김용판 서울청장이 직접 받았다. 다만 컴퓨터 기록이 남지 않도록 펜으로 작성하라고 지시했다. “김 청장은 결과물을 수서서에 그대로 넘겨주면 바로 수사해 국정원의 불법 선거운동 혐의가 상당 부분 드러날 것으로 판단했다. 그는 수서서에 보내지 않고 국정원의 개입 의혹을 해소하는 내용의 왜곡 발표를 시키기로 마음먹었다.”(김용판 공소장)

김 청장은 대구 출생으로, 박근혜 후보가 이사장을 지낸 영남대를 나왔다. 행정고시 합격 뒤 국정원에서 근무하다 경찰로 이직했다.

김 청장이 왜곡한 수사 결과 발표를 지시하자 서울청은 하드디스크 분석 결과와 인터넷 검색 자료를 모두 은폐하고 디지털 증거분석 결과 보고서 초안을 준비했다.


● 12월 16일

수서서에 보낼 디지털 증거분석 결과 보고서는 ‘인터넷 접속 기록, 키워드 검색, 최근 사용 파일, 삭제된 문서 파일을 살펴보았지만 혐의 사실 관련 내용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허위로 작성됐다. 일부 분석관들은 서명을 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다수의 아이디와 닉네임이 발견됐고 그 아이디와 닉네임으로 작성한 게시글도 남아 있었다’는 내용도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묵살됐다. 분석관들이 분석 과정에서 확인한 선거·정치 관련 출력물이 100여 쪽에 이르렀지만 이날 밤 모두 폐기됐다.

김용판 서울청장은 이광석 수서서장에게 전화해 밤 11시에 중간 수사 결과 보도자료를 먼저 언론에 배포하고 다음날 오전 9시에 기자회견을 하라고 했다.


대선 3차 TV토론회가 끝나자마자 A4용지 3장의 경찰 보도자료가 기자들에게 전달됐다. “13일 김씨로부터 받은 하드디스크의 삭제된 파일을 복원하고 인터넷 접속 기록과 문서 파일을 분석했다. 관련 게시물이나 댓글을 찾기 위해 수십 개의 검색어로 검색한 후 정밀 분석하기도 했다. 그 결과 김씨가 지난 10월 1일부터 12월 13일 사이 양당 후보에 대한 비방·지지 게시글이나 댓글을 게시한 사실은 발견되지 않았다.”

11분 만에 국정원이 보도자료를 냈다. “국정원 직원 개인의 인권이 철저히 짓밟혔음은 물론이고 국정원의 명예가 크게 실추됐다. 국가정보기관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는 일이 더 이상 반복돼선 안 될 것이다.” 새누리당 박선규 대변인은 “민주당의 터무니없는 허위 거짓이 경찰 수사로 밝혀졌다. 민주당의 무모하고 위험스런 행위에 대해 국민의 심판이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 12월 17일

오전 9시, 이광석 수서서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김요원씨가 인터넷에서 사용한 ID·닉네임은 40여 개”라고 밝혔다. 국정원은 “정보기관 직원 특성상 사이버 영역의 첩보를 수집하는 일이 많아 그 정도의 ID는 쓰고 있다”고 해명했다. 민주당이 김씨의 오피스텔에 들이닥친 12월 11일 이후 일부 파일이 삭제됐다고도 했다. 하지만 “김씨가 삭제한 파일을 복구했으나 비방 댓글과는 관련 없는 개인적인 내용이었다”고 경찰이 설명했다.

그러나 원세훈 원장의 공소장을 보면, 김씨는 2009년 2월 14일~2012년 2월 17일 오늘의 유머 등 사이트에 518차례, 다음 아고라에 1415차례, 다음 카페 안티MBC에 44차례 등 합계 1977회에 걸쳐 특정 정당 또는 정치인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글을 게시했다.

민주당은 “총체적 부실수사, 정치적 기획수사”라고 비판했다. 김용판 서울청장은 기자들을 만나 “분석 결과가 반대로 나와도 마찬가지로 즉시 발표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경찰은 또 “추가 수사를 하려면 먼저 민주당에서 댓글의 내용 등 범죄 혐의를 특정해야 한다”고 다그쳤다. 박근혜 후보는 충남·경기·인천 유세에서 이렇게 말했다. “민주당은 증거 하나 내놓지 못하면서 국정원 못 믿겠다, 경찰도 못 믿겠다, 선관위도 못 믿겠다고 하면 도대체 누구를 믿는단 말이냐. 이런 구태 정치를 여러분의 투표로 끝내달라.”


● 12월 18일

이틀간 수서서 수사팀은 디지털 증거분석 결과물과 증거물을 달라고 서울청에 수차례 요구하고 공문까지 보냈다. ‘분석 결과 보고서에서 확인한 ID 및 닉네임 목록을 지체 없이 통보 바란다.’ 하지만 서울청 수사과는 거부했다. 증거분석 상황을 알리지 말라는 김용판 서울청장의 지시 때문이었다.

저녁 7시 35분, 수서서 수사팀이 직접 찾아와 분석 결과물을 내놓으라고 따지자 마지못해 김요원씨의 하드디스크에서 확인한 인터넷 접속 기록과 최근 3개월간 사용한 파일 내용 등을 전달했다. 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ID와 닉네임 40개는 빠뜨렸다.

이 사실을 알아챈 수서서가 다시 강력히 항의하자 자정이 넘은 0시 38분 결과물을 CD에 담아 줬다. 이미 대통령 선거일이었다.



● 12월 19일

박근혜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108만 표 차로 누르고 제18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박 당선인은 “국민 여러분의 승리”라고 당선 소감에서 밝혔다. “선거 기간 중 저에게 신뢰와 믿음을 주신 뜻을 결코 잊지 않겠다.”


출처 : 지상 다큐 ‘암흑의 9일’…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의 재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