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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마리오 아울렛 규제 해제, 특혜 있었나

마리오 아울렛 규제 해제, 특혜 있었나
전직 국회의원 “나에게도 문제 해결 부탁”
[시사저널 1239호] 이석 기자 | 기사입력시간 2013.07.17(수)


마리오 아울렛의 선물 리스트가 유출되면서 당사자인 홍성열 회장과 지인들은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나가지 말아야 할 것이 나갔다”면서도 “명절 선물은 로비용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홍 회장을 잘 안다는 한 건설사 대표는 “지인이 보낸 선물을 거절하면 지역 사회에서 매장당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법을 떠나 사회 통념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회장도 “2001년 마리오 아울렛 1관을 세우고 3관까지 확장하는 과정에서 10년 가까이 한국산업단지공단(이하 산단공)과 갈등이 있었다”며 “로비력으로 해결하려 했다면 그 고생을 하겠느냐”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하지만 석연치 않은 부분이 적지 않다. 특히 마리오 아울렛을 둘러싼 규제가 2009년을 전후로 한꺼번에 풀리면서 뒷말이 나오고 있다. 홍 회장은 2001년 8월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에 마리오 아울렛 1관을 설립했다. 이 일대가 공장 지대에서 국내 대표적인 패션타운으로 진화할 수 있었던 데는 홍 회장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가 나온다.

▲ 2012년 9월 서울 금천구 가산동 마리오 아울렛 3관에서 열린 개장 기념행사에서 홍성열 회장(오른쪽 네 번째) 등 참석자들이 기념떡을 자르고 있다 © 연합뉴스


홍 회장 “로비로 해결했으면 그 고생 했겠나”

문제는 마리오 아울렛이 아파트형 공장으로 부지를 사용하겠다고 관리업체인 한국산업단지공단과 계약을 했다는 점이다. ‘산업집적 활성화 및 공장 설립에 관한 법률’(산집법) 등에 따르면 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아파트형 공장은 판매장 같은 지원시설을 20%까지만 둘 수 있다. 판매 물품 역시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이어야 한다.

마리오 아울렛은 1층과 2층에 유명 의류 브랜드를 대거 입점시키면서 금천구청·산단공과 갈등을 빚었다. 금천구청은 2003년 아파트형 공장의 근린생활시설을 판매시설로 용도 변경했다면서 6000만원의 이행 강제금을 부과했다. 산단공의 경우 타사 매장을 불법으로 규정짓고 계약을 해지했다.

마리오 아울렛 역시 검찰에 고발했다. 산단공 관계자는 “아파트형 공장으로 사용하겠다는 계약을 먼저 위반한 곳이 마리오”라면서 “그동안 여러 차례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지켜지지 않아 계약 해지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마리오 아울렛측은 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도 산단공의 손을 들어주었다. 재판부는 “50개의 의류 매장 중 45개가 공장에 입주한 업체가 생산하지 않은 제품”이라며 “원고(마리오 아울렛)는 2001년 개장한 이래 수년간 위법적 제품 판매를 계속해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입주 계약 해지로 입게 되는 손해 역시 원고가 자초한 것”이라며 “불법적인 영업을 통해 많은 금전적 이익을 누린 만큼 입주 계약 해지가 지나치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구로 지역의 명물이던 마리오 아울렛은 존폐 위기에 직면했다. 항소심에서도 같은 판결이 나오면 마리오 아울렛에 입점해 있는 브랜드가 모두 철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리오 아울렛은 2009년 최종 판결을 앞두고 돌연 소송을 취하했다. 이후 지식경제부는 지원 시설 확충 계획안을 발표하면서 마리오 아울렛을 둘러싼 규제를 모두 풀어주었다. 마리오 아울렛이 아시아 최대 아웃렛으로 성장할 수있었던 데는 이 조치가 큰 역할을 했다.

산단공의 계약 해지 조치도 소송 취하와 더불어 무마됐다. 때문에 특혜 논란이 일었다. 홍성열 회장은 “산단공 쪽에서 먼저 소송 취하 의사를 타진해왔다”고 해명했다. 그는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서 산업단지 관리제도 개선 방안을 대통령에게 보고하면서 규제가 완화됐다”며 “적법한 절차를 통해 사업자로 선정돼 3관을 건립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산단공에서는 이미 규제 완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그쪽에서 먼저 소송 취하 제안을 했고, 소송을 계속해도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 취하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 회장은 오히려 3관으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출혈이 적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산단공에서는 3관 건립을 조건으로 거액의 개발 분담금을 요구했다”며 “현금으로 주려고 했는데 실물을 요구해 두 개 층을 기부체납 형식으로 떼줬다”고 말했다. 정부 정책에 따라 규제가 완화된 것일 뿐 로비는 없었다는 얘기다.

▲ 가산디지털단지에 위치한 마리오 아울렛.© 임준선


“홍 회장이 관리하는 국회의원 수십 명”

하지만 업계 일각의 시각은 달랐다. 산업단지 입주 기업은 관련법에 따라 상당한 지원을 받게 된다. 우선 취득세와 등록세가 전액 면제된다. 5년간 지방세도 50%만 내면 된다. 특히 아파트형 공장은 분양대금의 70%까지 장기 저리로 융자를 받을 수 있다. 마리오 아울렛의 경우 산업단지 입주 혜택과 함께 규제까지 면제 받았다는 점에서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규제 완화로 마리오 아울렛은 이중 삼중의 혜택을 받게 됐다”며 “산단공이 관리하는 나머지 국가산업단지 입주 업체와의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마리오 아울렛 주변에서는 규제 완화 배경에 홍 회장 인맥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홍 회장은 2007년 산단공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감사원 민원과 헌법소원도 냈다. ‘타사 제품의 판매 금지가 자유로운 경제 활동을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 요지였다.

산업단지의 관리권을 지자체에 이양하는 내용의 결의대회도 여러 차례 개최했다. 내부 문건에 따르면 당시 마리오 아울렛 직원들도 이 집회에 동원된 것으로 나와있다. 금천구 국회의원은 물론이고, 예비후보들 역시 결의대회 참여 의사를 적극적으로 밝혔다. 일부 의원은 마리오 아울렛의 성장을 가로막는 산집법 개정안을 잇달아 발의했다. 산집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특정 기업(마리오 아울렛)이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특혜 논란이 일었다. 당시 마리오 아울렛과 연결된 인사 중 상당수가 공개된 선물 리스트에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의문이 일고 있다.

기자가 만난 한 국회의원 출신 인사도 비슷한 지적을 했다. 그는 “홍 회장이 관리하는 국회의원만 수십 명”이라며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을 가리지 않고 국회의원을 만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산단공과의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나한테 부탁이 들어온 적이 있다”며 "나중에 들어보니 산단공과 합의를 했더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선물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있는 의원들은 “(홍 회장과) 안면은 있지만 부탁할 사이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한 의원의 경우 “내 이름이 나오면 제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홍 회장도 “인허가 문제로 부탁한 적이 없다”고 펄쩍 뛰었다. 그는 “산집법 자체가 30년 전에 생긴 낡은 법률로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의원들이 개정안을 발의하고 결의대회에 적극적인 참여 의사를 밝힌 것도 나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출처  마리오아울렛 규제 해제, 특혜 있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