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에 이럴수가/死大江

[신음하는 4대강 복원이 답이다] 1부 (중) - 운하용 보, 재앙 더 커지기 전에 철거 검토해야

[4대강 복원] 1부 (중) 운하용 보, 재앙 더 커지기 전에 철거 검토해야
가둔 물 ‘녹조 오염’… 쓸데 없고 생태계 교란까지
“보 철거에 1600억”… 1년 관리비는 6000억

[한겨레] 김정수 선임기자 | 등록 : 2013.07.29 20:41 | 수정 : 2013.07.30 17:30


지난 10일 발표된 감사원의 4대강 사업 감사 결과 4대강 사업은 이명박 대통령이 포기했다던 운하 재추진을 고려해 추진된 사업임이 밝혀졌다. 숨겨졌던 4대강 사업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우리 사회는 4대강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한겨레는 4대강의 현장 집중점검을 시작으로 4대강의 복원을 모색하는 기획시리즈를 싣는다.


▲ 보 없앤 공릉천의 물놀이 -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선유동 한강 지류인 공릉천에서 29일 오후 시민들이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다릿발 아래 강물에 들어가 물놀이를 하고 있다. 2006년 4월 농업용수용 보를 철거한 뒤 공릉천의 수질이 개선되고 메기·참게가 다시 돌아오는 등 자연형 하천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고양/류우종 기자

4대강 사업은 이명박 정부가 내건 수자원 확보와 홍수 예방이라는 목적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사업이다. 사업 현장과 사업 내용이 내건 목적과 도무지 연결되지 않는다. 환경단체들이 “위장된 운하 사업”이라고 규정했던 것은 그 때문이다.

지난 10일 발표된 감사원의 4대강 사업 감사 결과는 환경단체의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감사보고서를 보면 청와대의 관심은 수자원 확보와 홍수 예방의 기준인 저수량과 하천 통수능력에 앞서 이상하리만치 ‘수심’에 집중됐다. 결국 그에 맞춰 자연형 작은 보 4개가 평균 수심 4~6m(낙동강의 경우)를 확보할 콘크리트 대형보 16개로 바뀌었다.

시민환경단체들로 구성된 ‘4대강복원 범국민대책위원회’ 황인철 팀장은 “4대강은 재자연화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검증과 책임 논의에 집중하다 보니 구체적인 이야기를 못 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제 감사원의 발표만으로도 4대강 사업의 성격과 실패가 판명된 만큼 환경재앙을 더 키우지 않기 위해서라도 재자연화 이야기를 함께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합리적 보수주의자로 꼽히는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도 비슷한 견해를 보였다. 이 교수는 재자연화 방법으로 보의 철거를 거론했다. “보로 물을 가둬놨지만 쓰겠다는 곳이 없지 않은가? 용도도 없고, 이코노미는 따져볼 필요도 없이 아무 의미가 없고, 수질·생태계에 부담만 주는 보들은 걷어내는 방향밖에 없다”고 말했다.

16개 보 건설에는 1조5000억원이 투입됐다. 마지막 보가 준공된 지 2년도 안 돼 철거 이야기까지 나오는 이유는, 보가 불필요할 뿐 아니라 유지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수온만 올라가면 낙동강 중상류까지 위협하는 녹조는 4대강에 보를 유지하기 위해 인간과 자연이 함께 치르는 가장 큰 비용으로 꼽힌다. ‘물그릇’이 커진 데 따른 희석 효과를 내세우던 환경부 관계자들도 지난 1월 감사원이 “보 안의 체류시간 증가 등으로 조류가 증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지적한 뒤로는 보의 악영향을 부인하지 않는다. 녹조 발생에 따른 국민의 불안과 생태계 위협은 조류 제거선 구입·운영비, 정수설비 보강 비용 등과 같이 금액으로 환산할 수도 없다.

강물에서 녹조 발생을 좌우하는 요인으로는 인간이 손댈 수 없는 햇볕과 수온, 영양물질, 물의 체류시간이 꼽힌다. 4대강에서 영양물질인 인 농도는 오래전부터 부영양화 상태다. 그런데도 과거 녹조가 크게 발생하지 않은 것은 체류시간이 짧았기 때문이다. 보 설치로 4대강의 유속은, 낙동강의 경우 10배가량 느려졌다. 기상 조건만 맞으면 언제든 녹조가 창궐할 상황이 된 것이다.

환경부는 4대강 수계에 계획된 하수처리장들을 조기 건설하는 등 영양물질 낮추기에 매달렸다. 그 결과 4대강 16개 보 수역의 총인 농도를 2005~2009년 상반기 평균 0.207㎎/L(이하 단위 생략)에서 2012년 상반기 평균 0.114로 낮추는 데까지는 성공했다. 하지만 지난해 여름 낙동강에서는 ‘녹조라테’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졌다.

김좌관 부산가톨릭대 교수(환경공학)는 “4대강에서 인을 잡아 녹조 발생을 막으려면 총인 농도를 0.05까지 낮춰야 하고, 엄격하게 말하자면 4대강이 사실상 호소화된 상태이므로 호소의 부영양화 기준인 0.02까지 떨어뜨려야 한다.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가능하다고 해도 문제는 비용이다. 총인 농도를 0.207에서 0.114로 45%가량 낮추는 효과를 낸 4대강 수질개선사업에만 3조원이 들어갔다. 해양투기 금지로 육상에서 처리해야 할 오염물질이 늘어난 상황에서 이것을 다시 절반으로 떨어뜨리는 데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더 들 수밖에 없다.

이런 비용을 치르면서 강물을 모아놓아도 사용할 곳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4대강 사업 계획이 나오기 전인 2006년 확정된 정부의 수자원장기종합계획을 보면, 낙동강 권역의 물 부족량은 물 수요가 계속 증가하는 시나리오에서 최대 가뭄이 들더라도 2016년 1억3600만t, 2020년 1억5600만t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이 정도 부족량은 4대강 사업에 포함된 중소규모 댐 건설과 저수지 둑 높이기만 해도 충당하고도 남는다. 대형 보를 설치해 6억7000만t의 물을 더 모아둘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보를 그대로 두고 수문의 방류량을 조절해 녹조 문제를 푸는 방법도 있다. 부분적인 자연화다. 이런 경우엔 보의 유지·관리비와 환경성, 안전성 등을 따져봐야 한다. 정부는 4대강 유지·관리비를 포함한 국가하천관리사업 예산으로 올해 2000억원가량을 편성했다. 국토연구원이 4대강을 제대로 유지·관리하기 위한 비용으로 추산한 금액은 6000억원이 넘는다. 보를 철거하면 안 치러도 될 비용이다.

보의 환경적 폐해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수질 악화 이외에도 하천 경관 훼손, 하천 생태통로 차단, 수변 생물 서식환경 변화로 인한 생태계 교란 등의 문제를 일으킨다. 건설기술연구원이 2006년부터 2년간 경기도 고양시 공릉천(옛 곡릉천) 공릉2보와 경기도 연천군 한탄강 고탄보를 실제 철거하면서 하천 생태통로 복원과 수질개선 효과를 연구한 보고서를 보면, 보 철거는 하천 생태기능 회복은 물론 수질 개선에 큰 도움이 된다.

박창근 관동대 교수(토목공학)는 “보를 유지하면서 방류량을 조절하는 것은 녹조 예방에 효과는 있겠지만, 보는 홍수 위험을 증가시키는 시설이라는 점과 보 상류 강바닥에 오염물질이 쌓이는 것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라며 “궁극적으로는 보를 해체해 자연복원하는 방안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보를 철거할 경우 비용은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개에 100억원 정도면 충분하다는 것이 하천학회의 계산이다. 16개를 모두 철거한다 해도 비용은 4대강 사업 1년 유지·관리비보다 적다.

보 제거가 필요하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보를 당장 모조리 폭파해 없애자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지금처럼 강바닥이 깊이 준설된 상태에서 보가 제거되면 강의 수위는 4대강 사업 이전보다 더 아래로 내려갈 수밖에 없다. 이것은 하천 주변 습지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홍수 이동 속도의 변화에 따른 안전 문제 등도 고려해야 할 점이다. 이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준비,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것이다. 김정욱 서울대 환경대학원 명예교수는 “보를 헐어 강을 다시 자연에 돌려주는 것이 순리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이명박 정부가 국민을 무시하고 밀어붙이듯 할 것은 아니다. 국민적 합의 과정을 거쳐 차근차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 운하용 보, 재앙 더 커지기 전에 철거 검토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