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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통합진보당 탄압

87쪽 분량에 RO 결성 경위 딱 한 줄, “알 수 없는 시기에 결성했다”

87쪽 분량에 RO 결성 경위 딱 한 줄, “알 수 없는 시기에 결성했다”
2일 국회에 보고된 체포동의안 살펴보니...RO 실체 근거없고 내란음모 근거는 녹취록뿐
[민중의소리] 정웅재 기자 | 입력 2013-09-02 17:20:21 | 수정 2013-09-02 18:03:16


2일 국회에 보고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체포동의안은 모두 87쪽 분량으로, 체포동의안 별지에는 이 의원에 대한 사전구속영장 청구서가 첨부돼 있다. 사전구속영장청구서는 82쪽 분량으로 이 의원의 범죄사실 요지가 적혀 있다. 즉, 사전구속영장청구서를 첨부해 체포동의를 요구한 것이다.

2일 국회 보고된 체포동의안의 내란음모 근거는 '녹취록' 뿐
변호인단 "녹취록 내용만으로 내란음모 규율할 수 없어"


체포동의안(사전구속영장청구서)를 보면 구체적인 범죄사실로 △내란음모, 선동 (형법 90조 1항, 2항) △반국가단체 활동 찬양·동조(국가보안법 7조 1항) 등 두 가지를 적시하고 있다. 당초 이 의원에 대해서는 내란음모 혐의만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체포동의안에는 내란 선동 혐의가 추가됐다. 녹취록 만으로 내란음모를 적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이 의원 측도 적극 반박하자 선동 혐의를 추가한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이 언론에 흘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내란음모 혐의의 근거로는 5월 12일 서울 마포구 종교시설 모임에서의 이 의원과 참석자들의 발언을 제시하고 있다. 국정원은 이 모임이 "이석기 의원이 총책인 지하혁명조직 RO(Revolution Organization, 일명 산악회)의 회합"이라고 주장했다. 통합진보당은 "경기도당이 주최한 당원모임이었고 이석기 의원은 강사로 초청돼 한반도 전쟁위기와 관련한 정세 강연을 한 것이다"며 RO는 들어본 적도 없고 존재하지도 않는다고 반박한 바 있다.

▲ 내란음모 혐의로 국회에 체포동의안이 제출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체포동의안 처리를 반대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언론을 통해 국정원 녹취록이 공개됐을 때 법조계 인사들은 녹취록 만으로 내란음모 혐의를 적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었는데, 2일 국회에 보고된 체포동의안에서도 녹취록 내용만이 내란음모 범죄사실로 제시돼 있다. 이는 현재 내란음모 혐의로 구속돼 있는 홍순석 통합진보당 경기도당 부위원장 등 3명의 구속영장도 마찬가지인데, 이들의 구속영장에 적시된 범죄사실 중 내란음모 부분은 5월 12일 모임에서 한 발언 뿐이다. 즉, 이석기 의원과 이미 구속된 3명 등 모두 5월 12일 모임 발언만으로 내란음모 혐의를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을 변호하고 있는 '국정원 내란음모 조작 및 공안탄압 규탄 대책위 공동변호인단'(단장 김칠준 변호사)은 2일 보도자료를 통해 "내란음모죄의 구성요건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첫째 국토참절과 국헌문란 목적 실현의 실질적인 위험성(실현 가능성), 둘째 범죄주체가 되는 집단의 특정, 셋째 내란의 수단·방법·시기 등에 대한 구체적 사항의 특정 등의 사실이 입증돼야 한다"라며 "녹취록에 나타난 내용만으로 이석기 의원 등 관련자들을 내란음모로 규율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RO 실체, 제보자(프락치) 진술에 의존...
RO 결성 경위 2쪽에 걸쳐 언급, 대부분 사면복권 받은 민혁당 관련 내용 언급
정작 RO 결성에 대해서는 "알 수 없는 시기에 RO 결성했다" 딱 한 줄 언급


당장 국정원이 지하혁명조직이라고 밝힌 RO라는 조직의 실체는 현재 국정원의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객관적 근거가 없다. 이석기 의원의 체포동의안에는 '북한 추종 지하혁명조직 RO의 실체'가 언급돼 있는데 2페이지 분량으로 결성 경위가 언급돼 있다. 그런데 거의 대부분이 이석기 의원이 이미 사법적 판결을 받고 사면복권된 '민혁당' 사건 경위에 대한 언급이고, RO 결성에 대해서는 "알 수 없는 시기에 민혁당 경기남부위원회 조직원들을 중심으로 지하혁명조직 RO를 결성하였다"라고 딱 한 줄만 언급하고 있다. RO는 내란음모의 결정적 근거인데, 국정원이 3년간 통합진보당 관계자들을 내사해 밝힌 결과치고는 너무 빈약하다고 할 수 있다. 체포동의안에는 '알 수 없는 시기'와 관련 각주를 달아, "이석기가 (민혁당 사건 관련) 2003년 8월 출소한 점 등을 고려하면 RO는 2003년 하반기경 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설명이 붙어있다. 결론은 지하 혁명조직 RO는 언제 결성된 건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국정원이 이런 결론을 내린 것은 '이석기 의원 등의 내란음모' 혐의가 국정원이 밝힌 제보자(통합진보당은 국정원이 매수한 프락치라고 밝혔다)의 진술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체포동의안에는 "본 사건은 RO 조직원의 제보에 의해 최초 단서를 포착하게 되었다"라며 제보자가 참고인 조사 과정에서 RO의 강령, 목표, 조직원의 의무, 보위 수칙, 조직원 인입절차, 주체사상 교육과정, 총화사업, 조직원들의 활동 동향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진술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제보자(프락치)의 진술 외에 다른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진술의 신빙성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고, 제보자가 불법 도감청을 통해 녹취록을 만든 것이라면 증거로 인정받기도 어렵다.

RO에 대해 객관적으로 증명할 증거가 없어서인지 국정원은 앞서 구속된 3인에 대해 내란음모라는 어마어마한 혐의를 적용하면서도 범죄사실에서 '반국가단체 구성'은 언급하지 않았다. 내란은 물리력을 가진 단체가 아닌 한 실행 능력이 없다는 점에서 내란음모 혐의로 구속하면서 반국가단체 혐의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국정원이 느닷없이 꺼낸 내란음모 사건이 국정원 대선개입 사태 후폭풍에 물타기를 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반국가단체 찬양·동조 범죄 사실도, '혁명동지가' 등 불렀다는 것 뿐
혁명동지가는 노래패 우리나라 멤버가 작사·작곡한 민중가요
변호인단 "냉정하고 합리적으로 법리에 의해 따져야 할 문제가 여론재판으로 끝나고 있다"


이석기 의원이 받고 있는 또 다른 혐의인 '반국가단체 활동 찬양·동조 부분도 체포동의안을 보면, '4.11 총선 승리 보고 대회' 등에서 노래패 우리나라 멤버 백자가 작사·작곡한 '혁명동지가'를 부른 것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 전부다.

김칠준 변호사는 2일 '민중의소리'와 통화에서 "내란음모라면 이적단체나 반국가단체로 의율해야 하는데, RO의 실체가 없다. (제보자의) 진술에만 의존하고 있다. 내란음모 범죄사실로 제시하고 있는 게 녹취록 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반국가단체 혐의를 적용하지 못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현재 분위기는) 정상적인 사법절차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냉정하고 합리적으로 법리에 의해 따져야 할 문제가 여론에 의해 사전 재판이 끝나는 분위기다"라고 비판했다.


출처 : 87쪽 분량에 RO 결성 경위 딱 한 줄, “알 수 없는 시기에 결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