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에 이럴수가/내란음모 정치공작

‘검찰 독립성 훼손’ 비화에 당황…‘개인 윤리문제’ 몰아가기

‘검찰 독립성 훼손’ 비화에 당황…‘개인 윤리문제’ 몰아가기
청 “사표수리 안했다” 돌변 왜?
대검간부 사퇴 등 검찰 반발... ‘3자회담’ 앞 야당 공세 부담 “사표 반려는 없을 것이다”서
“진실규명이 먼저” 태도 변화... ‘청와대 개입설’ 후폭풍 차단, 다른 흠결 찾는 등 ‘시간벌기’

[한겨레] 석진환 기자 | 등록 : 2013.09.15 19:49



(채동욱 검찰총장의) 사표를 반려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13일 청와대 관계자)

채 총장이 왜 물러나나. 사표 수리 안 했다. 진실규명이 먼저다.” (15일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

이정현 수석은 15일 기자 브리핑을 자청해 청와대의 입장이 총장 ‘사표 수리’에서 ‘감찰조사 계속’으로 바뀌었다고 장황하게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공식적으로 ‘채 총장에 대한 감찰 지시’와 ‘사퇴 종용’ 등에 개입한 적이 전혀 없다고 했다가 논란이 확산되자 직접 나서서 ‘사퇴 보류, 감찰조사’ 방침을 밝히는 등 자가당착을 드러내기까지 했다.

채 총장의 사직서는 13일 법무부를 거쳐 안전행정부로 넘어갔다. 사직서가 법무부에서 안행부로 넘어간 것은 이미 조율 과정이 모두 끝나 정식 수리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는 뜻인데, 돌연 청와대의 기류가 바뀐 것이다.

청와대가 주말을 거치며 대응 방식과 수위를 바꾼 것은 몇 가지 변수를 고려한 포석으로 보인다. 우선 대검 감찰과장의 사퇴와 평검사 회의 소집 등 검찰 내부의 반발이 커지며 ‘후폭풍’ 조짐이 일자 일단 이를 희석시키려는 성격이 짙다.

이정현 수석은 브리핑에서 “이번 사안은 공직자의 윤리에 관한 문제이지 검찰 독립성에 관한 문제로 보지 않는다”며, 검찰 ‘조직의 일’이 아니라 채 총장의 ‘개인사’인 것처럼 선을 그었다.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는 국민들에겐 이 일이 검찰 ‘조직’과는 무관한 문제인 것처럼 설명하고, 동시에 집단 반발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검사들에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으로 보인다.

이 수석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기소 이후 청와대 내부에서 공공연히 거론됐던 채 총장과 정권의 갈등설도 “그런 일 없다”고 일축했다. 애초 검찰총장 유력설이 나돌다 성추문에 휩싸였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 고위 공직 후보자들의 도덕성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애써 침묵을 지켰던 청와대가 이번에만 유독 ‘공직자 윤리’와 ‘진실 규명’ 카드를 꺼내들면서도 검찰권 독립 문제와는 무관하다고 강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 수석은 또 “진실이 밝혀지면 도덕적으로 더 탄탄해질 텐데, 의혹을 제기하는 이런저런 언론보도 때문에 사표를 내서는 안 된다”, “순전히 개인의 윤리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공개적인 감찰조사 발표가 채 총장에게는 사실상 업무 중단과 사퇴 종용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은 애써 부인했다.

‘진실 규명’을 앞세워 민주당 등 야권의 반발을 ‘정치공세’라는 프레임에 가두려는 전략도 깔려 있다. 진실을 밝히자고 한 것뿐인데, 민주당이 ‘불순한 정치적 의도’로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주장하는 식이다. 이 수석은 “진실을 규명하면 끝나는 일인데 엉뚱하게 청와대를 공격해 국론을 분열시키고 정치적으로 악용해 공격의 빌미로 삼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되레 야당 쪽에 화살을 돌렸다. 그는 “야당도 공직자 의혹이 제기됐을 때 진실 규명을 하라고 항상 주장해왔지 않았나”라는 말도 덧붙였다.

실제로 정치권은 물론 검찰 내부에서도 청와대가 채 총장의 감찰 조사를 계속하면서 시간도 벌고 채 총장의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힐 도덕적 흠결을 찾으려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검사장급 인사는 “청와대가 사표 수리를 않는 것은 여론이 나빠질 것 같으니까, ‘검란’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시간 끌기 하는 것으로 보인다. (‘혼외 아들’설의 주인공이) 친자가 아니라고 나오면 복직이라도 시킬 건가?”라고 반문했다. 한 부장급 검사도 “검찰이 반발하면서 ‘국정원 사건 때문에 총장이 잘렸다’는 얘기가 나오니까 청와대가 윤리 문제로 몰아갈 반전 카드를 찾으려 할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가 감찰조사 계속 방침을 밝히면서 유난히 ‘진실 규명’과 ‘혼란 해소’를 강조한 것은 채 총장 조사 결과 뚜렷한 도덕적 흠결이 드러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명분을 쥐고 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유전자 검사나 기타 다른 조사를 통해 별문제가 드러나지 않더라도 ‘청와대는 사표 수리를 미루고 진실 규명에 최선을 다했다’는 방어논리를 내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출처 : ‘검찰 독립성 훼손’ 비화에 당황…‘개인 윤리문제’ 몰아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