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에 이럴수가/내란음모 정치공작

박근혜, 권력기관 독립 공약해놓고…

박근혜, 권력기관 독립 공약해놓고…
‘임기보장’ 권력기관장 3명
취임 7개월새 모두 밀어내

[한겨레] 김종철 기자 | 등록 : 2013.09.15 19:49 | 수정 : 2013.09.16 09:20



“저 자신이나 정치적 목적을 위해 검찰을 이용하거나 검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이 결코 없을 것임을 국민에게 엄숙히 약속드린다.”

박근혜가 지난해 12월 2일 강원도청에서 검찰 개혁과 관련한 선거 공약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한 말이다. 그는 공약집에서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 확보를 위한 합리적이고 예측가능한 인사제도 확립” 등 무려 4쪽을 검찰 개혁에 할애했다. 선거 유세에서도 박근혜는 “검찰이 청와대나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오직 정의의 편에 서서 법과 양심으로 국민에게 봉사하는 검찰로 만들겠다”(2012년 11월 20일 부산 유세)며 검찰의 중립성을 누누히 강조했다.

검찰총장·감사원장·경찰청장
청와대와 갈등 겪고 물러나
국정원·국세청까지 ‘5대 권력’
모두 자기사람 채워 넣게 돼


박근혜는 취임 초기에 대국민 약속을 지키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이명박 정부 말에 사상 처음으로 구성된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한 3명의 후보 중 한명이었던 채동욱 후보자를 지난 4월 검찰총장에 임명했다. 당시 “채 총장은 우리 사람이 아니어서 다시 후보를 선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권에서 나왔지만, 박근혜는 검찰총장추천위를 통한 인선이라는 공약을 이행했다.

그러나, “검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다짐은 오래가지 못했다. 박근혜 정부는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해 법무장관의 지휘권 발동을 검토하는 등 검찰에 각종 압력을 행사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구속을 반대하는가 하면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지 말 것을 종용했던 것이다.

검찰이 두사람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뒤부터는 여권에서 아예 채 총장의 중도하차설이 흘러나왔으며, 지난 13일 황교안 법무장관의 검찰총장 감찰 지시로 검찰총수 교체 시도는 정점을 찍었다.

임기가 보장된 권력기관장에 대한 박근혜 정권의 인위적인 손보기는 경찰청장과 감사원장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다. 채 검찰총장까지 교체될 경우 박근혜는 검찰, 경찰, 국정원, 국세청, 감사원 등 이른바 5대 사정기관장을 모두 자기사람으로 채우게 된다.

여권의 한 주요 인사는 15일 “초기에 권력기관장을 장악 못한 것이 이명박 정권 때 촛불시위 등이 번진 이유 중 하나라는 인식이 김기춘 비서실장 등장 이후 청와대 주변에서 강하다. 최근 권력기관장 교체는 그런 흐름의 연속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양건 전 감사원장은 헌법에 의해 임기가 보장돼 있음에도 지난달 말 자진 사퇴 형식으로 물러났다. 감사위원 선임을 둘러싼 청와대쪽과 갈등 탓이었다. 청와대는 대선 때 박근혜 선거캠프에 참여했던 장훈 중앙대 교수를 감사위원으로 제청해달라고 요청하는 등 상당한 외압을 행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3월초 물러난 김기용 전 경찰청장의 경우 박근혜의 약속 위반은 더 두드러진다. 박근혜는 선거 때 “경찰이 외압이 흔들리지 않고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면서 본업에 충실할 수 있도록 현재 2년인 경찰청장의 임기를 보장하겠다”고 여러차례 공약했다. 하지만, 임기가 14개월이나 남은 김 전 청장은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 교체했다. 그가 물러난 이유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내정자의 성접대 의혹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청와대와 마찰을 빚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 박 대통령, 권력기관 독립 공약해놓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