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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후보 검증 땐 “유전자 검사, 천륜 끊는 일” 개탄하더니…

박근혜, 후보 검증 땐 “유전자 검사, 천륜 끊는 일” 개탄하더니…
2007년 ‘혼외자녀설’에 개탄 발언
이번엔 아동인권 침해 외면 ‘모순’
“원치않는 감찰조사 아이에 충격”
“공작정치의 전형” 비판 잇따라

[한겨레] 김경욱 박승헌 기자 | 등록 : 2013.09.16 19:55 | 수정 : 2013.09.16 23:55


▲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민주언론시민연합·전국언론노동조합 등이 16일 오후 서울 태평로 조선일보사 인근의 코리아나호텔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조선일보>의 채동욱 검찰총장에 대한 보도를 규탄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청와대가 채동욱(54) 검찰총장의 사표 수리를 미룬 채 혼외아들 의혹의 ‘진실 규명’을 명분으로 내세워 아동의 유전자 정보 제공을 사실상 강요하는 모습을 보이는 데 대해 심각한 아동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대선후보 검증 과정에서 혼외자녀 의혹이 제기됐을 때 “(이런 식의 의혹 제기는) 천륜을 끊는 일”이라며 개탄했던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 사안에서 보이는 모순된 인권의식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청와대가 지난 15일 진실 규명이 우선이라는 의견을 밝힘에 따라 법무부는 채 총장의 혼외아들 의혹 관련 진상조사에 들어갔다. 의혹의 핵심인 혼외아들 유무에 대한 조사를 집중적으로 벌이겠다는 것이 법무부의 방침이다. 진실 규명을 위해서는 당사자들의 고백 말고는, 채 총장과 임아무개(54)씨, 임씨의 아들(11) 등 세 사람의 유전자 검사가 유일한 방법이다. 아이로서는 청와대와 법무부의 진실 규명 방침이 곧 유전자 정보 제공 압박과 다름없는 셈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청와대와 법무부는 아이가 입을 수 있는 정서적 상처나 충격, 인권 침해 가능성에 대해선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청와대의 이런 태도가 아동인권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지적한다.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법학)는 “진상 규명을 하려면 아이의 생체정보를 제공받아야 하는데, 이는 강제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아무리 ‘공직자 윤리’라는 의혹을 규명한다고 해도 ‘아동’이 당사자인 경우에는 아동인권에 관한 일반 원칙상 아이의 인권과 이익을 우선시해야 한다. 아이의 어머니가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유전자 제공을 압박하는 감찰 조사를 이어가는 것은 아이의 인권과 삶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욱 참여연대 집행위원장(변호사)은 “현재 진상 규명 차원에서 제기되고 있는 유전자 검사가 아이나 아이 어머니의 자율적인 판단이 아니라 강요된 차원이라면 인권침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행 아동복지법은 아이의 정신건강과 발달에 해를 끼치는 행위를 ‘정서적 학대’로 규정해 금지하고 있다. 유엔아동권리협약에도 아동은 사생활과 가족 등에 대해 자의적이거나 불법적인 간섭을 받지 않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청와대의 조처는 빈약한 아동인권 인식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청와대의 진실 규명 조처가 전형적인 공작정치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형철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는 “사의 표명을 한 공직자의 사퇴를 막아놓고 직무와 관련된 영역도 아닌 사적 영역에 해당하는 일을 국가가 나서서 진실 규명하겠다는 발상은 정치적으로 자신들에게 반하는 공직자에 대한 부도덕성을 강조하려는 의도이자,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등 최근 논란이 되는 사안에 대한 물타기”라고 지적했다. 한상희 건국대 교수(법학)도 “공직자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마음에 안 들 때 사생활과 관련한 의혹을 흘려 여론재판식으로 몰아 물러나게 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퇴행이며 공작정치의 전형”이라고 말했다.

과거 ‘혼외자녀 의혹’으로 피해를 봤던 박근혜 대통령의 당시 발언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박 대통령은 2007년 7월19일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 검증 청문회에서 “아무리 네거티브라 하더라도, 만약에 아이가 있다는 확실한 근거가 있다면 누가 그 애를 데리고 와도 좋다. 제가 유전자(DNA) 검사도 다 해주겠다”며 혼외자녀설을 부인하고 “멀쩡하게 사는 애를 어디에 있다고 해서 만약에 그 애를 지목해서 누구 자손이니 어쩌니 하면 그 아이와 부모한테는 얼마나 날벼락 같은 얘기인가. 그것이야말로 천륜을 끊는 일이자 한탄스러운 일”이라고 말한 바 있다.


출처 : 박 대통령, 후보 검증 땐 “유전자 검사, 천륜 끊는 일” 개탄하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