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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死大江

공산성, 붕괴 직전까지 '덧담' 공사 강행했다

공산성, 붕괴 직전까지 '덧담' 공사 강행했다
공주시, '배부름 현상' 알고도 여장 공사... 붕괴 촉발했나
[오마이뉴스] 김종술 | 13.09.25 16:43 | 최종 업데이트 13.09.25 16:43


▲ 공산성 붕괴 현장. 붉은 색 안이 남아있는 여장. ⓒ 김종술

공주시가 지난 14일 무너진 충남 공주시 공산성(사적 12호)에 붕괴 직전까지 덧담인 여장을 쌓는 공사를 진행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공주시가 설치한 여장 5개 중 1개도 이번 붕괴 때 같이 무너졌다.

공산성 배부름 현상은 지난 8월부터 지적돼 왔다. 지난 9일에는 변영섭 문화재청장 등이 공산성을 방문해 공주시로부터 성곽의 성벽 배부름 현상 16곳, 성상로 틈새 3개소, 지반침하 1개소, 공북루의 기둥 뒤틀림, 부식현상 4개소, 연지 측면 배부름 현상 1개소, 계단 침하 2개소 등을 확인한 바 있다. 이 가운데 공산성 내 2.5m 높이의 성벽 8.5m가 무너져 내려 붕괴 원인을 놓고 논란이 진행 중이었다. (관련기사 : 공주 공산성 지반침하, 원인 놓고 주장 엇갈려)

그런데 청장을 상대로 보고를 하던 9일 당시에도 공주시는 붕괴 지점(배부름 현상이 있다고 발표한 곳)에 여장을 쌓는 공사를 강행하고 있었던 것. 이로 인해 공주시가 성곽에 배부름 현상 및 지반 침하가 진행 중인 걸 알면서도 5군데에 개당 2톤짜리 사석을 덧쌓으면서 사고를 부추긴 게 아니냐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공주시는 추석을 하루 앞둔 지난 18일, 서둘러 남아있던 여장을 걷어냈다.

▲ 공산성 성곽에 (좌측) 높이 1.2m, 폭 80cm, 길이 3.5m 5개를 설치했었다. 성곽 붕괴로 1개가 무너지고 남아있는 4개는 공주시가 지난 18일 철거했다. ⓒ 김종술


공주시, 공산성 붕괴 직전까지 여장 공사 강행

공주시는 왜 이 기간에 여장공사를 강행했을까. 공주시는 문화체육관광부(아래 문체부)에서 3억 원을 지원받아 문화재청의 형상변경 심의를 거쳐 성곽 위에 높이 1.2m, 폭 80cm, 길이 3.5m 5개의 여장공사를 했다고 말했다.

24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공주시 관계자는 "전문가의 고증을 받아 완벽한 성의 형태를 이루기 위해 여장 사업을 시행했다"며 "법적인 절차인 형상변경까지 마친 상황에서 공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예산을 지원한 문체부 문화정책국 담당자는 "역사문화도시 조성을 위한 사업비로 지원했다"라며 "2012년 5억 원, 2013년 11억 원을 국비로 지원했지만 여장 사업만이 아니라 경관사업비도 포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형상 변경 심의를 담당했던 문화재청 담당자는 "문화재 위원회에서 심의했지만, 현장 답사는 하지 않았다"며 "현장에 나가봤어도 (붕괴) 단정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허재영 대전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배부름 현상이 있다는 것은 구조물 자체가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것인데 안정적이지 못한 곳에다가 또 다른 하중을 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며 "배부름 현상의 원인과 대책을 규명하고 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일을 한다는 것은 전혀 의미가 없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허 교수는 이어 "지반도 약하고 성곽의 배부름이 진행되는 곳에 원인도 찾기 전에 여장을 덧쌓은 것이 성곽 붕괴의 하나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 공산성 통제된 곳. ⓒ 김종술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 1순위 공산성... 내년 1월 심사 어쩌나

공산성은 백제의 슬픈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660년 18만 나당연합군에 맞서 의자왕은 둘째 왕자 태에게 사비(부여)를 맡기고, 태자 효와 웅진성으로 철수했다. 의자왕은 태가 사비에서 견디는 동안 각 지방의 5곳에 급히 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사비성은 왕자들끼리의 세력 다툼으로 함락됐다. 웅진성에서 전투 준비를 가다듬던 의자왕도 공산성 성주 예식의 배신으로 죽음을 맞으면서 백제는 멸망을 맞았다.

이런 공산성이 속한 공주·부여역사유적지구는 내년 1월 유네스코 세계유산 심사를 앞두고 있는 상태다.

세계유산은 1972년 유네스코(UNESCO, 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 세계 문화 및 자연유산의 보호에 관한 협약에 의거하여 세계유산목록에 등재된 유산을 지칭하는 것으로, 총 160개국의 문화유산 759건, 자연유산 193건, 복합유산 29건,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44건, 공동등재 세계유산 29건이 등재돼 있다.

한국 세계유산은 석굴암·불국사(1995년), 해인사 장경판전(1995년), 종묘(1995년), 창덕궁(1997년), 화성(1997년), 경주역사유적지구(2000년), 고창·화순·강화고인돌 유적(2000년), 제주화산섬과용암동굴(2007년), 조선왕릉(2009년), 한국의 역사마을 하회와 양동(2001년) 등 10건이다.

또,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는 중부내륙산성군 공주·부여역사유적지구, 익산역사유적지구, 외암마을 낙안읍성, 우포늪, 한국의 서원 한양도성, 강진 도요지, 남한산성, 서남해안 갯벌, 염전 대곡천암각화군, 설악산천연보호구역, 남해안일대 공룡화석지 등이 있다.


출처 :공산성, 붕괴 직전까지 '덧담' 공사 강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