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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내란음모 정치공작

"국정원 대화록 공개, 사전기획설 사실로 드러나"

"국정원 대화록 공개, 사전기획설 사실로 드러나"
서기호 정의당 의원, 국가기록원에 요청한 국정원 질의 공문 공개
[오마이뉴스] 선대식 | 13.09.30 11:03 | 최종 업데이트 13.09.30 11:03


국정원이 공개한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사본 지난 6월 24일 오후 국정원이 국회 정보위 여야 의원들에게 공개하기 위해 제작한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사본의 표지. ⓒ 권우성 | 2013.06.24

국가정보원이 지난 4월 검찰이 국정원 대선개입의혹 사건 수사에 착수한 이튿날 국가기록원에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에 대한 유권 해석을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한 국가기록원이 대통령기록물이라며 공개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는데도 무단 공개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정원은 지난 6월 24일 대화록 공개 당시 그 이유에 대해 "NLL 포기 논란은 새누리당과 국정원의 시나리오"라는 같은 달 17일 박영선 민주당 의원의 발언으로 생긴 논란을 해소하고 조직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16일 여야 대표와의 3자 회동에서 "박영선 의원의 주장에 남재준 원장이 의문 해소 차원에서 공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정원이 박영선 의원의 발언 두 달 전부터 대화록 공개를 추진한 것으로 드러나, 국정원이 대선 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여론을 돌리기 위해 대화록을 공개했다는 '사전기획설'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서기호 정의당 의원은 국가정보원이 4월과 5월 국가기록원과 법제처에 대통령기록물 공개 여부 등에 대해 질의한 공문을 입수해 30일 공개했다. 그는 "검찰의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 결과 발표 이후 국정원 개혁을 요구하는 여론을 물타기하고, 진보·보수 간 정치적 공방을 야기하여 국면을 전환할 목적이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라고 밝혔다.


국정원, 검찰 수사 착수 이튿날 국가기록원에 공개 여부 문의

국정원은 지난 4월 19일 국가기록원에 공문을 보내 국정원이 작성해 보관 중인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대통령기록물인지, 어떤 법률에 따라 관리돼야 하는지에 대한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4월 19일은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본격 시작되던 때다.

국정원이 국가기록원에 공문을 보내기 전날(4월 18일)은 경찰이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 사건을 국정원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한 날이다. 또한 당시 채동욱 검찰총장은 특별수사팀을 꾸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국내 정치개입의혹을 수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한 앞서 2월 검찰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관련 고발 사건을 무혐의로 처리하면서, 당시는 NLL 포기 논란이 잦아들던 때였다.

국가기록원은 5월 10일 국정원에 "국정원이 보관하고 있는 대화록과 동일한 기록물이 대통령지정기록물로도 존재한다면 국정원이 보관하고 있는 기록물 역시 대통령기록물에 준해서 관리되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회신했다.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국정원은 국가기록원의 회신을 받기 전인 5월 8일 법제처에도 같은 내용으로 법령해석을 요청했다. 특히 국정원이 보낸 공문에는 국가기록원의 회신 내용이 담겨있었다. 국정원이 국가기록원의 회신 전에 내용을 미리 받아 법제처에 법령해석을 요청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국정원은 법제처에 "국정원은 대통령 소속기관이지만 보좌기관이 아니므로, 대화록 열람시 대통령기록물법 17조의 요건(국회 재적의원 2/3이상 의결 또는 관할 고등법원장이 발부한 영장)이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라며 "국가기록원의 입장과 대립되므로 법제처가 법령해석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법제처는 5월 21일 법령해석심의위원회에서 "정치적 현안인 사건이므로, 의견을 내는 것이 적절치 않다"면서 판단을 보류했다.

이후 6월 들어 상황이 급변한다. 6월 14일 검찰이 대선 개입 의혹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원세훈 전 원장 등을 국정원법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20일 여야는 국정원 국정조사에 합의했다. 이에 국정원은 20일 오후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발췌본을 공개하고, 24일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전문을 기밀해제해 공개했다.

국정원은 이후 논란이 계속되자,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고 반박했다. "박경국 국가기록원장이 6월 27일 국가기록관리 분야 최고 기관인 국가기록관리위원회에서 대화록이 '공공기록물'이라는 것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기록관리위원회의 회의록에 따르면, 해당 내용이 안건으로 상정돼 논의된 사실이 없다. 박경국 국가기록원장은 당시 "(NLL 논란과 관련해서) 지금 단계에서 공공기록물이나 대통령기록물로 봐야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서기호 의원은 "청와대와 새누리당, 국정원은 한결같이 합법적 절차에 의해 공개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명백한 거짓"이라며 "열람과 공개가 모두 불법행위였음이 밝혀진 것"이라며 "법제처 국정감사 등을 통해 국정원으로부터 법령해석 요청을 받고도 판단을 유보하는 과정에 청와대나 국정원과 사전 교감은 없었는지 등을 밝혀내겠다"고 전했다.


출처 : "국정원 대화록 공개, 사전기획설 사실로 드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