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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국수박물관에서 웬 안보전시회?

막국수박물관에서 웬 안보전시회?
자유총연맹 위탁운영하는
춘천 막국수체험박물관
천안함 사건 등 사진 내걸어
‘통합진보당 해산’ 서명운동도

[한겨레] 박수혁 기자 | 등록 : 2013.10.08 20:49


▲ 춘천막국수체험박물관

강원도 춘천시 신북읍에 있는 춘천막국수체험박물관이 막국수와 관련이 없는 안보 전시관으로 쓰여 시민단체 등의 비판을 받고 있다.

막국수박물관은 지난달 14~15일 ‘북한의 침략은 계속되고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안보사진 전시회를 열었다. 박물관은 입구에서 1층 전시실을 지나 2층 체험장으로 올라가는 계단까지 사진 20여점을 빼곡하게 전시했다. ‘대남도발 어제와 오늘’이란 부제를 달고 강릉 잠수함 침투 사건부터 천암한 사건 등의 사진도 걸었다. 박물관 입구에서는 ‘내란음모자 이석기 등 종북의원 제명 및 통합진보당 해산 촉구 서명운동’도 진행됐다.

당시 박물관 입구에는 <누가 대한민국을 부정하는가>라는 안내 책자까지 비치됐다. 책자를 펴보면 ‘북한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종북세력’ ‘대한민국 정통성을 부정하는 종북세력’이란 제목 아래 2007년 10월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가 주최한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각계 원로 및 대표인사 선언 기자회견’ 사진도 첨부돼 있다.

박물관을 찾은 홍아무개(36·경기도 수원시)씨는 “막국수의 고장이라는 춘천에 막국수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는 박물관이 있다고 해서 왔는데 마치 안보교육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박물관은 춘천시가 30억5000만원을 들여 2006년 8월 완공한 뒤 한국자유총연맹 강원도지부에 위탁해 운영하고 있다. 자유총연맹 쪽은 지난해 9월 열린 메밀꽃축제에서도 안보사진 전시회를 했다. 홍승미 한국자유총연맹 강원도지부 교육지원과장은 “안보사진 전시 등 축제 계획을 춘천시에 미리 보내 승인을 받은 다음 진행한 만큼 문제시될 것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역 시민단체와 막국수 관련 단체는 위탁운영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유성철 춘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자유총연맹이 지자체에서 위탁받은 시설에서 임의로 사진 전시회를 하고 서명운동을 하는 것은 문제다. 춘천시는 시설 설립 취지와 맞지 않는 행사에 대해 행정조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민성 춘천막국수협의회장도 “막국수와 전혀 관계없는 자유총연맹에 막국수박물관 운영을 맡긴 것 자체가 잘못이다. 춘천 막국수를 널리 알리기 위한 박물관 설립의 의미와 본연의 기능을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 : 막국수박물관에서 웬 안보전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