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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 기밀? 노량진 ‘공시생’들은 다 아는데…

군사 기밀? 노량진 ‘공시생’들은 다 아는데…
‘고시넷’에 버젓이 떠 있는 사이버사령부 요원 명단
대선 댓글’ 의혹에 “북한이 알면 이용해” 부인 일관

[한겨레] 하어영 기자 | 등록 : 2013.10.16 19:39 | 수정 : 2013.10.17 09:17


▲ 김관진 국방부 장관
공무원 수험생이라면 누구나 아는, ‘고시넷’이라는 사이트에 들어간다. 그 한가운데에 공무원(군무원 포함) 공고가 떡하니 보인다. 몇 번의 클릭, 지난해 국군 1011부대의 채용 공고가 보인다. ‘1011부대? 뭘 하는 곳이지?’ 궁금하다면 포털 창에 1011이라고 입력한다. 연관 검색어로 ‘사이버사령부’가 뜬다. 바로 아래 1011부대 최종합격자 명단도 있다. 혹시 나와 함께 공부했던 스터디 멤버가 있나? 클릭. 명단이 주르륵 뜬다. 그런데 잠깐, 당신이 한 일을 15일 국회 국정감사장에 나온 사이버사령관이 알았다면? 당신은 군사비밀에 해당되는 요원의 이름을 알아낸 것이다. ‘면책특권’을 지닌 국회의원들도 비공개를 약속해야만 확인 가능한 게 사이버사 요원들의 이름이다.

<한겨레>가 사이버사에 대한 국정감사 하루 전인 지난 14일 사이버사 요원으로 보이는 4명의 인터넷 아이디와 명단에 대해 국방부에 신원 확인을 요구했을 때 돌아온 대답은 “그것은 군사비밀이다. 절대로 알려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잠깐, 눈을 돌려 아까 본 최종합격자 명단이 행정요원과 군사정보요원으로 나뉘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여기서 그만. 당신은 사이버사의 조직 체계까지 알아낸 것이다. 국군 사이버사 요원들이 지난 대선 때 트위터와 블로그에 글을 올려 선거에 개입했다는 <한겨레> 보도가 나간 지 48시간이 지난 16일 저녁때까지도 그 채용 공고와 합격자 명단은 버젓이 포털과 고시넷 사이트에 올라 있었다.

이렇듯 등잔 밑도 못 보는 사이버사의 옥도경 사령관이 15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정감사장에 나와 주로 한 말은 “그건 군사비밀이다. 북한이 알면 이용한다”는 것이었다. 옥 사령관은 얼굴까지 붉히며 <한겨레> 보도가 추정에 불과하다는 등 사이버사 요원들의 대선 개입 활동을 부인했다. 같은 시각, 국방부는 <한겨레>가 보도한 그 3명이 사이버사 소속 요원이라고 확인해줬다. 이런 상황을 보다 못한 국군 기무사령관 출신 김종태 새누리당 의원이 한마디 했다. “여야 의원과 국민들이 다 알듯, 최근 십수년간 군이 명확히 지켜온 정치적 중립과 관련해 (사이버)사령부는 오늘 사망했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16일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어 “(그동안) 사이버사 요원들에게 정치적 중립을 강조했다. 이번 사안에 대해 엄정한 조사를 지시했다”고 해명했다. 믿어도 될까? 국방부 장관이 정치적 중립을 누차 강조했는데도, 상명하복이 생명이라는 사이버사 요원들이 대선에 개입하는 글을 버젓이 수백건이나 올렸을까? 장관이 엄정 조사를 지시했는데도, 증거에 해당하는 요원들의 글은 왜 16일까지도 계속 삭제되고 있을까? 사이버사의 존재 자체가 군사비밀이라는데 포털과 고시넷에는 왜 사이버사 요원들의 명단이 계속 떠 있는 것일까?


출처 : 군사 기밀? 노량진 ‘공시생’들은 다 아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