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세일즈외교 ‘뻥튀기’
“마힌드라 1조원 쌍용차 투자”는 이미 나온 내용이고 투자 주체도 실제론 쌍용차
[주간경향 1062호] 김지환 경향신문 산업부 기자 | 2014-02-11
‘박근혜, 마힌드라에서 1조 투자 약속 받아’ ‘마힌드라 1조 투자 끌어낸 세일즈 외교’ ‘인도 마힌드라, 향후 4년간 1조원 쌍용차에 투자.’
박근혜가 인도 국빈방문 사흘째인 1월 17일(현지시간) 쌍용자동차의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의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을 만났다. 국내 언론은 이 접견 결과를 전하며 위와 같은 제목을 뽑았다.
이 제목대로라면 박근혜의 세일즈 외교가 큰 성과를 거둔 셈이다. 무려 1조원에 이르는 투자계획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이는 마힌드라가 2011년 쌍용차를 인수하면서 투자한 금액(5225억원)의 두 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지난해 11년 만에 연간 최대 판매실적을 올리며 훈풍을 타고 있는 쌍용차에 추가 투자까지 이뤄진다면 금상첨화다.
재탕 삼탕 반복되는 ‘1조원 투자계획’
하지만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이 언급한 ‘4년간 1조원 투자계획’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재탕 삼탕으로 반복되는 내용일 뿐이다. 또 1조원 투자의 주체는 마힌드라가 아니라 쌍용차다. 다시 말해 쌍용차가 스스로 조달한 자금으로 재투자할 금액이 1조원이라는 것이다. 왜 새롭지도 않고 사실관계도 다른 내용이 국내 언론에서 크게 다뤄졌을까.
“쌍용차는 2017년까지 3~4년에 걸쳐 3개의 신차 모델 개발을 위해 1조원을 투자할 것이며, 마힌드라 또한 필요시 쌍용차에 추가적인 투자를 할 것이다.”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자동차·농기계부문 사장은 지난해 11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민주당 홍영표 의원과 은수미 의원, 정의당의 심상정 의원, 고용노동부의 권영순 노동정책실장 등이 마힌드라를 방문했을 때 이같이 말했다. 마힌드라 측은 “2012년 10월 환노위와의 미팅에서도 이런 계획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 역시 지난해 1월 고엔카 사장의 말을 인용해 “마힌드라와 쌍용차가 신차 3종과 엔진 6종 개발에 9억 달러 정도를 투입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1조원 투자는 이미 수차례에 걸쳐 되풀이된 내용인 셈이다.
또 1조원 투자와 관련해 유의해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투자의 주체다. 그동안 국내에 1조원 투자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마힌드라가 쌍용차에 추가로 자금을 투입하겠다는 것인지, 쌍용차가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한다는 것인지 명확히 정리되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투자의 주체는 마힌드라가 아니라 쌍용차다.
고엔카 사장은 지난해 2월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쌍용차와 마힌드라는 앞으로 4년 안에 신차 3종과 엔진 6개를 개발할 예정이고 여기에 1조원가량이 필요한데, 800억 이외엔 쌍용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는 게 인도 본사의 방침”이라고 밝혔다. “쌍용차 스스로 돈을 빌릴 여력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쌍용차 역시 마힌드라가 1조원을 투자한다는 내용의 기사가 잇따르고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확인했다. 쌍용차 측은 “쌍용차가 신차 개발 등에 1조원의 투자를 할 것이며, 쌍용차가 수익 창출 및 자금조달 능력이 충분히 있다”고 밝혔다. 만약 쌍용차가 투자 여력이 없으면 마힌드라가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마힌드라가 추가로 1조원 투자 오해 소지
쌍용차 노조가 지난해 12월 5일 발행한 소식지에서도 투자의 주체가 쌍용차라는 점이 분명히 나타난다. 소식지를 보면 김규한 쌍용차 노조위원장은 지난해 11월 28일 인도 마힌드라 본사에서 마힌드라 회장과 고엔카 사장을 직접 만나 “투자를 누가 할 것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고엔카 사장은 “쌍용차에서 이익이 발생되면 투자하겠다고 세 번이나 강조했다. 하지만 언론에 보도된 내용이 달라 즉각 정정기사를 요구했고, 이는 정정됐다”고 답했다.
청와대는 이런 맥락을 배제한 채 쌍용차가 아니라 마힌드라가 1조원을 추가로 투자할 계획인 것처럼 오인할 수 있는 보도 참고자료를 1월 17일 언론에 배포했다. 청와대는 이 자료에서 “마힌드라는 신제품 개발과 고용 증대 등을 위해 쌍용차에 1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근혜와 마힌드라 회장이 만나기 전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향후 4년간 엄청난 투자를 할 부분에 대해 얘기도 할 모양”이라며 “마힌드라는 앞으로 4년간 많은 투자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청와대의 ‘무리한 홍보’와 보도 참고자료를 충분히 검증하지 못한 언론의 문제가 결합돼 새롭지도 않고 사실관계도 다른 내용이 대대적으로 보도된 것이다. 이는 쌍용차 주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1월 20일 쌍용차는 직전 거래일보다 110원(1.38%) 오른 8060원에 장을 마감했다.
오민규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은 “결국 쌍용차가 돈을 빌려 투자를 해야 할 상황”이라며 “마힌드라는 쌍용차가 대출을 받을 때 지급보증을 하겠다는 수준의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오 위원은 또 “박근혜가 요청한 희망퇴직자 복직 계획도 이미 세워져 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도 1조원 투자와 관련된 맥락을 모르지 않았을 텐데 국빈방문의 성과를 키우기 위해 사실관계를 부풀린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사실관계를 알면서도 무리수를 둔 것이라면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만약 몰랐다면 청와대의 무능이 여실히 드러나는 ‘해프닝’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이라도 청와대가 해명자료를 내고 사실관계를 분명히 정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청와대는 ‘꿀 먹은 벙어리’다.
출처 : 박 대통령 세일즈외교 ‘뻥튀기’
“마힌드라 1조원 쌍용차 투자”는 이미 나온 내용이고 투자 주체도 실제론 쌍용차
[주간경향 1062호] 김지환 경향신문 산업부 기자 | 2014-02-11
‘박근혜, 마힌드라에서 1조 투자 약속 받아’ ‘마힌드라 1조 투자 끌어낸 세일즈 외교’ ‘인도 마힌드라, 향후 4년간 1조원 쌍용차에 투자.’
박근혜가 인도 국빈방문 사흘째인 1월 17일(현지시간) 쌍용자동차의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의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을 만났다. 국내 언론은 이 접견 결과를 전하며 위와 같은 제목을 뽑았다.
이 제목대로라면 박근혜의 세일즈 외교가 큰 성과를 거둔 셈이다. 무려 1조원에 이르는 투자계획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이는 마힌드라가 2011년 쌍용차를 인수하면서 투자한 금액(5225억원)의 두 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지난해 11년 만에 연간 최대 판매실적을 올리며 훈풍을 타고 있는 쌍용차에 추가 투자까지 이뤄진다면 금상첨화다.
▲ 박근혜가 1월 17일(현지시간) 숙소인 시내 한 호텔에서 마힌드라 그룹의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을 만나 환담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
재탕 삼탕 반복되는 ‘1조원 투자계획’
하지만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이 언급한 ‘4년간 1조원 투자계획’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재탕 삼탕으로 반복되는 내용일 뿐이다. 또 1조원 투자의 주체는 마힌드라가 아니라 쌍용차다. 다시 말해 쌍용차가 스스로 조달한 자금으로 재투자할 금액이 1조원이라는 것이다. 왜 새롭지도 않고 사실관계도 다른 내용이 국내 언론에서 크게 다뤄졌을까.
“쌍용차는 2017년까지 3~4년에 걸쳐 3개의 신차 모델 개발을 위해 1조원을 투자할 것이며, 마힌드라 또한 필요시 쌍용차에 추가적인 투자를 할 것이다.”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자동차·농기계부문 사장은 지난해 11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민주당 홍영표 의원과 은수미 의원, 정의당의 심상정 의원, 고용노동부의 권영순 노동정책실장 등이 마힌드라를 방문했을 때 이같이 말했다. 마힌드라 측은 “2012년 10월 환노위와의 미팅에서도 이런 계획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 박근혜가 1월 17일(현지시간) 숙소인 시내 한 호텔에서 마힌드라 그룹의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
월스트리트저널 역시 지난해 1월 고엔카 사장의 말을 인용해 “마힌드라와 쌍용차가 신차 3종과 엔진 6종 개발에 9억 달러 정도를 투입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1조원 투자는 이미 수차례에 걸쳐 되풀이된 내용인 셈이다.
또 1조원 투자와 관련해 유의해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투자의 주체다. 그동안 국내에 1조원 투자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마힌드라가 쌍용차에 추가로 자금을 투입하겠다는 것인지, 쌍용차가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한다는 것인지 명확히 정리되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투자의 주체는 마힌드라가 아니라 쌍용차다.
고엔카 사장은 지난해 2월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쌍용차와 마힌드라는 앞으로 4년 안에 신차 3종과 엔진 6개를 개발할 예정이고 여기에 1조원가량이 필요한데, 800억 이외엔 쌍용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는 게 인도 본사의 방침”이라고 밝혔다. “쌍용차 스스로 돈을 빌릴 여력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 마힌드라 그룹의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 | 연합뉴스 |
쌍용차 역시 마힌드라가 1조원을 투자한다는 내용의 기사가 잇따르고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확인했다. 쌍용차 측은 “쌍용차가 신차 개발 등에 1조원의 투자를 할 것이며, 쌍용차가 수익 창출 및 자금조달 능력이 충분히 있다”고 밝혔다. 만약 쌍용차가 투자 여력이 없으면 마힌드라가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마힌드라가 추가로 1조원 투자 오해 소지
쌍용차 노조가 지난해 12월 5일 발행한 소식지에서도 투자의 주체가 쌍용차라는 점이 분명히 나타난다. 소식지를 보면 김규한 쌍용차 노조위원장은 지난해 11월 28일 인도 마힌드라 본사에서 마힌드라 회장과 고엔카 사장을 직접 만나 “투자를 누가 할 것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고엔카 사장은 “쌍용차에서 이익이 발생되면 투자하겠다고 세 번이나 강조했다. 하지만 언론에 보도된 내용이 달라 즉각 정정기사를 요구했고, 이는 정정됐다”고 답했다.
청와대는 이런 맥락을 배제한 채 쌍용차가 아니라 마힌드라가 1조원을 추가로 투자할 계획인 것처럼 오인할 수 있는 보도 참고자료를 1월 17일 언론에 배포했다. 청와대는 이 자료에서 “마힌드라는 신제품 개발과 고용 증대 등을 위해 쌍용차에 1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근혜와 마힌드라 회장이 만나기 전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향후 4년간 엄청난 투자를 할 부분에 대해 얘기도 할 모양”이라며 “마힌드라는 앞으로 4년간 많은 투자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청와대의 ‘무리한 홍보’와 보도 참고자료를 충분히 검증하지 못한 언론의 문제가 결합돼 새롭지도 않고 사실관계도 다른 내용이 대대적으로 보도된 것이다. 이는 쌍용차 주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1월 20일 쌍용차는 직전 거래일보다 110원(1.38%) 오른 8060원에 장을 마감했다.
오민규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은 “결국 쌍용차가 돈을 빌려 투자를 해야 할 상황”이라며 “마힌드라는 쌍용차가 대출을 받을 때 지급보증을 하겠다는 수준의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오 위원은 또 “박근혜가 요청한 희망퇴직자 복직 계획도 이미 세워져 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도 1조원 투자와 관련된 맥락을 모르지 않았을 텐데 국빈방문의 성과를 키우기 위해 사실관계를 부풀린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사실관계를 알면서도 무리수를 둔 것이라면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만약 몰랐다면 청와대의 무능이 여실히 드러나는 ‘해프닝’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이라도 청와대가 해명자료를 내고 사실관계를 분명히 정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청와대는 ‘꿀 먹은 벙어리’다.
출처 : 박 대통령 세일즈외교 ‘뻥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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