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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물이 핏빛... 마을 전체가 공동묘지 됐다"

"계곡물이 핏빛... 마을 전체가 공동묘지 됐다"
[현장] 세종시 부강면 등곡마을... 닭 39만 마리 매몰하자 침출수 발생
[오마이뉴스] 김종술 | 14.03.19 11:34 | 최종 업데이트 14.03.19 11:34


▲ 흘러내리는 침출수를 대형 차량이 동원되어 걷어내고 있다. 마을 상류 매몰지 ⓒ 김종술

▲ 마을 주민이 밖으로 나오면서 소독을 하고 있다. ⓒ 김종술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해 닭 39만 마리가 매몰처리됐던 세종특별자치시(아래 세종시) 부강면 등곡마을 상류 매몰지에서 발생한 침출수가 금강으로 흘러들면서 악취를 풍기고 있다. 또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하는 주민들도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지난 18일 제보를 받고 찾아간 등곡 3리에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발생농장이 있다. 때문에 사람·차량의 출입을 금지 시킨다는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장의 표지판을 세우고 주민과 공무원을 제외한 모든 출입을 막고 있었다.

이 마을의 하류 개울은 마을에서 흘러나오는 축산분뇨와 퇴적토가 바닥에 쌓여 하얀 거품을 만들면서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주민에 따르면 "어제까지 연붉은 핏물이 개울을 타고 흘렀다"고 한다.

매립장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취재진이 몰리자 축산농가 주민이 나와서 "안 그래도 어려움에 처해서 고통을 받고 있는데 그만 좀 찍으라"며 방송사 카메라를 밀어 잠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세종시와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는 "출입은 불가능하다"는 말로 취재진을 막아섰다.

마을 입구에서 만난 한 어르신은 "지난주 일 주일간 마을 상류 계곡 주변에서 굴착기 3대가 구덩이를 파고 닭들을 실어 날라 묻었다, 그런데 엊그제부터 마을을 휘감아 흐르는 계곡물이 핏물인지, 연붉은 핏물색을 띄면서 악취가 풍겼다"고 말했다.

생수를 사러 차를 몰고 간다는 또 다른 주민은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하는데 상류에 닭을 매몰하면서 개울에 핏물이 흘러 꺼림칙해 생수를 사러가는 길"이라며 "마을 전체가 거대한 공동묘지로 변해 버렸다"고 걱정했다.

세종시 관계자는 "'호기성 호열성 미생물 처리방법'으로 2m 정도 땅을 파서 비닐로 덮고 미생물과 왕겨·톱밥을 넣은 다음 그 위에 사체를 집어 넣었다, 그런데 굴착기 작업을 하면서 실수로 비닐에 구멍이 뚫어져 산에서 내려오는 계곡물과 혼합되어 사체에서 나온 핏물과 섞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주말에 비가 많이 와서 계곡에서 유입된 물량이 늘어나 발생한 사고로, 지금은 침출수 전량을 저류지로 받아서 처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차 오염 걱정... 앞으로는 소각처리 해야 할 것"

▲ 마을에서 흘러내려오는 하천 바닥은 축산 분뇨 퇴적토로 쌓이고 악취가 풍기고 있었다. ⓒ 김종술

정민걸 공주대학교 환경교육과 교수는 "호기성이란 말은 공기(산소)를 충분히 공급해서 닭 사체를 완전히 분해하겠다는 것이다. 매립된 닭 사체들 사이로 통풍이 잘 되어야 분해되는 과정에서 열이 발생하여 온도가 올라가면서 미생물이 만들어진다"며 "퇴비 만드는 것도 아니고 뚜렷한 근거도 없이 검증되지 않은 방식의 매몰법을 택해서 예산 낭비와 사고발생을 불러온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AI가 사람에게 옮긴다는 보고는 없지만 최근에 포유류로 전염되는 것을 확인했다. 표면으로 노출되는 침출수만이 아니고 지하로 침투하는 침출수로 인해 닭이 썩으면서 독성물질이 나오고 균이 발생하면서 인간에 해를 끼칠 수 있다"며 2차 오염을 걱정했다. 그는 이어 "현재의 매립법은 축산 폐수를 방치하는 법으로, 앞으로는 소각처리로 가야 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양흥모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자치단체가 안일하게 주민들이 거주하는 상류 쪽에 매립지를 선정한 것 자체가 문제다. 이번 사고로 전염병까지도 우려가 된다"며 "우선적으로 주민들에게 식수를 제공하고 매립장을 다시 점검하고 토양과 지하수에도 오염됐는지 정밀조사가 우선시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양 사무처장도 "앞으로는 다른 방식에 따른 처리가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출처 : "계곡물이 핏빛... 마을 전체가 공동묘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