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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LL 윤상현, 반성문은 준비됐나

NLL 윤상현 의원, 반성문은 준비됐나
[取중眞담] 1년 전 "노무현, NLL 포기" 주장 뒤집어
[오마이뉴스] 구영식 | 14.05.10 09:58 | 최종 업데이트 14.05.10 09:58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선출 인사하는 이완구 새 원내대표 8일 오전 국회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원내대표로 새롭게 선출 된 이완구 의원과 정책위의장으로 선출된 주호영 의원이 인사를 하자 임기를 마친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가 박수를 치고 있다. ⓒ 이희훈

지난 8일 오후 2시 35분 국회 정론관.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가 '고별 기자회견'을 열었다. 1년간의 원내수석부대표 활동을 마치는 소회를 밝히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윤 수석부대표는 "지난 1년 동안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뛰어왔다"라며 "박근혜 정부의 성공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성공이란 신념을 갖고 뛰어왔다"라고 자평했다.

"대통령의 일이 내 일이란 신념을 가지고 뛰어왔다... (중략)... (하지만) 박 대통령의 노력에 비하면 제 1년 노력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느낀다."

사석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누님"이라고 부른다는 '친박 실세'다운 발언이었다. 여기까지는 충분히 예상되는 발언이었다. 그런데 지난 '1년간의 여의도 정치'를 회고하는 대목에서 '놀라운 발언'이 터져 나왔다.


1년 만의 놀라운 발언 "노무현, NLL 포기 발언 안했다"

윤 수석부대표는 지난 1년 여의도 정치를 "2012년에 끝난 대통령 선거의 연장전을 치른 한해"라고 표현했다. "야당의 거센 대선 불복 투쟁에 맞서 싸운 한해"라고도 했다. 이어 "NLL 대화록, 국정원 댓글 의혹 등 사안들이 벌어질 때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얘기 듣고 연구해왔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지금 와서 보면, 야 정말 노무현 대통령이 NLL 포기했냐, 안했냐. (그걸 두고) 여야가 치열한 공방전을 벌인 것을 기억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NLL 포기란 말 한 번도 쓴 적 없다. 김정일이 포기란 말을 4번 쓰면서 포기란 단어를 유도했다.

어떻게 일국의 대통령께서 NLL를 포기할 수 있겠나. 국가 최고 통수권자가 어떻게 우리나라 영토를 포기할 수 있었겠나. 그것은 아닐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NLL을 뛰어넘고 남포에 있는 조선협력단지, 한강 허브에 이르는 큰 틀의 경제협력사업이란 큰 꿈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사료된다."

이 발언은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NLL(서해북방한계선) 포기 발언을 하지 않았다'로 요약된다. "노무현 대통령께서 좀 더 세게 (김정일 위원장을) 반박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라고 사족을 덧붙이긴 했지만, 윤상현 수석부대표의 발언은 그동안 새정치민주연합이 주장해온 내용과 거의 같다는 점에서 놀랍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합의한 '10·4선언'을 진정성 있게 평가한 대목도 눈길을 끈다.


"노무현, 굴욕적 남북관계 만든 장본인"이라 공격하더니...

'노란리본' 달지 않은 윤상현 의원 세월호 침몰사고 16일째인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국가재난 안전확대 최고회의에서 원내수석부대표인 윤상현 의원이 다른 참석자들과는 달리 '노란리본'을 달지 않은 채 참석하고 있다. ⓒ 권우성

지난 2002년 10월 처음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의혹이 나온 이후 줄곧 새누리당은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을 기정사실화했다. "굴종", "배신", "가슴이 떨린다" 등의 단어까지 동원해 야당을 공격했다. 그 과정에서 남북정상회담 대화의 맥락은 크게 왜곡됐다.

지난해 여름 NLL 포기 논란 등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국면에서는 '최경환(원내대표)-윤상현(원내수석부대표)-김재원(전략기획본부장)-조원진(제2정조위원장)'으로 이어지는 'NLL 공격수'가 구성됐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NLL문제는 '포기'라는 단어만 사용하지 않았을 뿐 사실상 상납했다"라며 이것을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민을 경악시킨 7거지악' 가운데 첫번째로 꼽기도 했다.

당시 대야 강경론을 주도한 이는 윤상현 수석부대표였다. 윤 수석부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가리켜 "굴욕적인 갑을관계, 남북관계를 만든 장본인이 누군지 알게 됐다"라고 비꼬았다.

"NLL을 사실상 무력화하고 북한 핵을 용인하고, 돌아와서는 국민에게 거짓보고를 한 게 회의록에 담긴 본질이다. 민주당의 주장대로 NLL 포기라는 말 자체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포기 의사를 가진 것은 확실하다."(2013년 6월 30일 기자간담회)

윤상현 수석부대표의 발언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 포기라는 단어를 쓰지는 않았지만, NLL를 포기한 것은 사실이다'라는 뜻이 담겨 있다. 그와 새누리당이 일관되게 주장해온 것이다. 심지어 '국익을 위해 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대화록뿐만 아니라 녹취록과 음성파일 원본까지 공개하자고 공세를 폈다.

그런 탓에 당시 여의도에서는 '새누리당이 윤상현당이 됐다'라는 말까지 나돌았다. 민병두 당시 민주당 의원은 남재준 국가정보원장,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과 함께 윤상현 수석부대표를 '국정을 농단하는 제2의 쓰리(3)허'로 지칭했다. 전두환 정권 시절 '쓰리허'로 불렸던 허삼수·허화평·허문도를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반성문을 써야 할 사람은 윤상현

그렇게 대야 강경론을 주도했던 윤상현 수석부대표가 이제 와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NLL 포기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NLL 포기 발언을 네 차례나 유도했지만 거기에 휘말리지 않았다며 은근히 추켜세웠다. 약 1년 만에 '진실'을 드러낸 극적 반전이다.

그런데 왜 윤상현 수석부대표는 당직을 마치면서 이전에 했던 '노무현 NLL 포기' 발언을 180도로 뒤집었을까? 기자는 그 이유를 들어보기 위해 수차례 전화했지만,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다만 <오마이뉴스>의 한 기자에게 "<연합뉴스>가 (고별 기자회견 내용을) 잘못 썼다, 작년과 같은 얘기로 기사거리 안된다"라는 문자만 남겼다. 일각에서는 오는 12일 첫 공판이 열리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사건'을 의식한 조치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작년과 같은 얘기다"라는 윤상현 수석부대표의 해명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다. "NLL을 포기했다"(2013년)와 "NLL을 포기하지 않았다"(2014년)는 전혀 다른 얘기이기 때문이다.

윤상현 수석부대표는 지난해 6월 30일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은 굴욕적 남북관계의 오류를 두 번 다시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반성문을 먼저 써야 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1년도 안돼 자신의 발언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어버린 그가 먼저 '반성문'을 써야 하지 않을까?


출처 : NLL 윤상현 의원, 반성문은 준비됐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