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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통령 비난 전단 처벌하라”

[단독] “대통령 비난 전단 처벌하라”…경찰 지침 하달 ‘논란’
“대통령 비난ㆍ희화 전단 살포시 어떻게든 처벌한다”는 의지 엿보여
일선 경찰 “최근 하달 받았다”, 서울시경ㆍ경찰청 “그런 문서 모른다”
인권위, 대북 전단은 “표현의 자유”, 정부 비판 전단 수사엔 ‘침묵’

[헤럴드경제] 배두헌ㆍ이세진 기자 | 기사입력 2015-03-13 09:13


▲ 최근 전국에서 박근혜와 정부를 비판ㆍ희화한 전단지 살포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처벌 법규와 대응 요령’ 문서를 만들어 일선 경찰서에 하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13일 헤럴드경제가 단독 입수한 경찰 내부 문건.

최근 전국에서 박근혜와 정부를 비판ㆍ희화한 전단지 살포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처벌 법규와 대응 요령’ 문서를 만들어 일선 경찰서에 하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정부가 그간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막을 법적 근거가 없다”고 밝혀온 것과는 대조적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13일 헤럴드경제가 단독 입수한 경찰 내부 문건에는 VIP(대통령을 지칭)나 정부를 비난ㆍ희화하는 전단지 살포 행위자 발견시 경찰의 대응요령과 처벌 법규 등이 상세히 기술돼 있다.

이 문건에는 전단지 살포 유형을 ▷빌딩 옥상에 올라가 살포하는 경우 ▷노상에서 무단으로 살포하거나 시민들에게 배포하는 경우 ▷건물, 노상 등에 스프레이 페인트를 이용해 낙서하는 경우(그래피티) 등 세 가지로 분류했다.


그런 다음 건물 옥상 등에 올라가 무단 살포한 경우와 건물 등에 비방성 낙서를 한 경우에는 각각 건조물 침입 및 재물손괴 혐의로 현행범 체포가 가능하다고 문건은 안내했다.

또 “전단지 살포 행위 자체가 경범죄처벌법 ‘광고물 등 무단배포’ 행위에 해당돼 처벌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즉, 처벌을 하려고 하면 어떻게든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상에서 전단을 살포ㆍ배포하는 경우를 두고는 “전단지 내용 검토를 해야 ‘명예훼손 또는 모욕 혐의’ 적용 가능 여부 판단할 수 있으므로 일단 검문검색을 위한 임의동행 요구하라”고 설명했다.

이어 “임의동행 불응하고 인적사항도 밝히지 않을 때는 경범죄처벌법(광고물 등 무단배포ㆍ벌금5만원) 위반 혐의로 현행범 체포 가능하다”면서 “전단지나 낙서 내용이 명예훼손이나 모욕 혐의가 명백한 경우에도 현행범 체포 가능”이라고 쓰여 있다.

그러나 모욕 혐의 부분에서는 일선 경찰들 조차 “모욕죄는 친고죄(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기소가 가능한 죄)라 혐의 적용이 어렵다”며 고개를 가로젓기도 했다.

이 문서에 대해 서울시내 일선 경찰서의 한 간부는 “지난달 말 서울에서 한 시민단체가 전단지를 살포한 이후 하달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단 살포에 대해) 마땅히 적용할 법조항이 없어서 이런 상황에 잘 대응하라고 매뉴얼이 내려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상급기관인 경찰청과 서울지방경찰청에서는 “그런 문서를 만든 적도, 하달한 적도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 최근 전국에서 박근혜와 정부를 비판ㆍ희화한 전단지 살포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처벌 법규와 대응 요령’ 문서를 만들어 일선 경찰서에 하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13일 헤럴드경제가 단독 입수한 경찰 내부 문건.

앞서 지난달 26일 낮 12시쯤 강남대로의 한 빌딩 옥상에서 한 남성이 강남대로변을 향해 전단지 400여장을 뿌려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바 있다.

당시 유인물에는 박근혜가 담배를 물고 있는 삽화와 환하게 웃는 사진이 인쇄됐고 ‘담뱃세, 주민세, 자동차세 인상 연말정산 폭탄!’, ‘(담뱃값 인상으로) 국민이 절망하고 있다’는 글이 들어 있었다.

한편 지난달 17일 국가인권위원회는 대북 전단 살포가 표현의 자유이기 때문에 정부가 단속해선 안 된다는 의견을 표명했지만 정부 비판 전단 살포에 대한 경찰 수사에 대해서는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출처  [단독] “대통령 비난 전단 처벌하라”…경찰 지침 하달 ‘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