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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톈진폭발사고, 우리는 안전한가

제2의 톈진폭발사고, 우리는 안전한가
[민중의소리] 현재순 일과건강 기획국장 | 최종업데이트 2015-08-22 10:14:54


지난 8월 12일 중국 톈진항 화학물질 보관업체에서 114명이 사망하고 40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하는 대형폭발사고가 일어났다. 1주일 이상이 지났지만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고 사고물질의 유독성으로 인해 텐진항 주변 3km 내 대피령이 내려진 상태로 중국인들의 불안과 공포는 높아지고 있다.


폭발 파급력이 높은 사고 물질

이번 사고는 폭발의 파급력에서 국내외적으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거론되고 있는 사고원인물질 중 시안화나트륨, 질산칼륨, 질산암모늄은 급성독성과 폭발성이 강해서 우리나라의 경우 사고대비물질로 규정하고 있는 위험물질이다. 특히 질산암모늄의 경우 로켓발사화약으로 쓰일 만큼 폭발성이 아주 강한 물질로 알려져 있다. 핵폭탄급 폭발의 원인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또한, 물과 접촉 시에는 시안화나트륨은 시안화수소, 탄화칼슘은 아세틸렌이라는 유독가스를 발생시켜 인체에 노출되면 호흡기, 피부, 눈 등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고, 시안화나트륨의 경우에는 태아나 생식능력에 이상을 주는 대표적 생식독성 물질 중 하나이다.

이들은 유독성이 강한 만큼 유출 방지와 수중 누출 시 석회 등을 첨가 후 제거하는 방제를 실시해야 해야하는 등 신속한 조치를 취해 확산을 막아야 한다. 중국 당국의 발빠른 유출 실태와 방제 작업이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이다.


부실한 안전관리, 정보 미공개
폭발사고로 본 가장 큰 문제점

이번 사고에서 몇가지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첫째는 아직까지 정확한 사고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부실한 안전관리가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자는 사전예방을 위한 관리와 사고발생 후 조치에 대한 의무를 가지고 있다. 또한 정부당국은 이를 관리하고 사고 시 비상대응에 대한 책임이 있다. 때문에 업체 뿐아니라 정부당국자가 경찰에 소환되어 조사받고 있는 것이다.

둘째는 600m 떨어진 아파트 단지를 포함한 지역주민들이 이처럼 위험한 물질을 취급하는 업체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더구나 사고 이후에도 중국당국의 정확한 정보전달이 이루어지지 않아 주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주민 스스로 자신들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정보공개와 이주대책요구가 나오고 있다. 지역사회의 알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지 못하면서 주민들의 불안과 분노가 계속 높아지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번 사고로 본 우리나라의 화학물질관리 현주소!

▲ 이성호 국민안전처 차관이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본관 마중물터에서 텐진항 폭발사고가 국내환경에 미치는 영향(환경부), 해양시설(저장시설) 사고예방을 위한 조치(해수부), 텐징항 폭발사고 관련 SNS 과담 차단방안(경찰청) 대책을 논의를 하고 있다. ⓒ뉴시스

그렇다면, 이번 사고로 본 우리나라의 화학물질관리 현주소는 어떨까.

우리나라에서 제2의 텐진항이 나오지 않기를 바라며 시급히 정비되어야 할 법제도적 문제를 짚어본다. 아래의 내용은 작년 5월 발의된 후 현재까지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지역사회알권리법(화학물질관리법 일부개정안)’에 포함되어 있다.

첫째, 이번 사고물질인 사고대비물질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화학물질관리법(이하 화관법) 상 사고대비물질을 69종으로 한정하고 있다. 그 독성과 폭발성이 강해 화관법 42조에 의해 사업주는 물질별 위해관리계획서를 작성, 제출하고 지역주민에게 1년에 1회 이상 고지하게 되어있다. 사고 시 피해가 심각한 물질인 화관법 상 정해놓은 유독물질은 너무나 많다. 미국의 경우 응급대응계획 수립대상을 고위험 물질(Extremely Hazardous Substances) 355종으로 확대 적용하고 있는 만큼 시급히 유독물질 중 사고대비물질로 확대 지정하거나 유독물질 전체를 위해관리계획서 작성,체출,고지 의무물질로 규정해야 한다.

화학물질관리법 42조 상 위해관리계획서 작성 정보목록

1. 취급하는 사고대비물질의 목록 및 유해성정보

2. 사고대비물질 취급시설의 목록, 방제시설 및 장비의 보유 현황

3. 사고대비물질 취급시설의 공정안전정보, 공정위험성 분석자료, 공정운전절차 및 유의사항에 관한 사항

4. 사고대비물질 취급시설의 운전책임자, 작업자 현황

5. 화학사고 대비 교육·훈련 및 자체점검 계획

6. 화학사고 발생 시 비상연락체계 및 가동중지에 대한 권한자 등 안전관리 담당조직

7. 화학사고 발생 시 유출·누출 시나리오 및 응급조치 계획

8. 화학사고 발생 시 영향 범위에 있는 주민, 공작물·농작물 및 환경매체 등의 확인

9. 화학사고 발생 시 주민(인근 사업장에 종사하는 사람을 포함한다)의 소산계획

10. 화학사고 피해의 최소화·제거 및 복구 등을 위한 조치계획

11. 그 밖에 사고대비물질의 안전관리에 관한 사항

둘째, 화학물질 정보공개 범위가 확대 적용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화학물질 취급사업장 중 20%만이 자신들이 취급하는 화학물질 배출량 정보만을 공개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이 취급사업장 전체가 취급량 전체를 공개하는 것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소규모 취급사업장 전체를 포괄하고 사용량, 저장,보급량은 아니더라도 사업장별 취급량이 공개되어야 한다. 화관법 12조 화학물질 조사결과와 정보의 공개 절차가 주민의 알권리를 최대한 보장하는 선에서 시급히 진행되어야 한다. 그것이 제2의 텐진사고를 우리나라에서 막을 수 있는 길이다.

마지막으로 주민거주 지역과 인접한 곳에 취급사업장이 설치되고 있는 문제이다.

성장만을 중시한 무분별한 화학물질 취급사업장의 설치운영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화학물질 주요산단 곳곳에서 문제가 발생하였고 주민보상과 집단이주 등의 사례가 있었다. 현재는 화관법 23조 화학사고 장외영향평가서 작성제출의무 제24조 (취급시설의 배치·설치 및 관리 기준 등), 제15조 (유해화학물질의 진열량·보관량 제한 등) 의 규정으로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을 설치·운영하려는 자의 의무를 강제하고는 있다. 하지만 지난 2012년 구미불산누출사고 이후 연이은 화학사고로 뒤늦게 개정된 법인 만큼 시행초기로 현실적용이 더딘 상황이다.

더군다나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전국 항구의 화학물질 보관업체 관리가 체계적이지 못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보관물질에 따라 관리책임이 이원화되어 있는 점과 소규모업체인 경우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점에서 정보공개는 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환경부는 이번 보관업체 폭발사고를 계기로 법시행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지역사회알권리법과 조례’ 제정으로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거듭나길

세계 화학물질사고의 교훈은 정부나 혹은 기업 주도만으로는 화학사고 예방과 대응이 어렵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느 지역장소, 어느 사업장에 어떤 종류의 위험물질이 얼마만큼 취급되고 있고 얼마나 위험한지, 사고 시에는 어떤 대응메뉴얼에 따라 대피해야 하는지를 누구나 알고 싶을 때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 취급하는 사업주는 알려 주어야 할 의무를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과건강은 지난 2012년 구미불산누출사고 이후 지속적으로 화학물질 취급지역을 화약고라고 지칭하며 화학물질 관리체계 도입을 주장해왔다. 이번 사고로 말이 아닌 현실로 위험의 정도를 실감한 만큼 중앙정부와 주요산단 지자체에서는 화학물질관리와 사고 시 대응체계인 ‘지역사회알권리법과 조례’ 제정에 나서 주길 바란다.

하루가 급하다. 울산, 광양, 대천 등이 제2의 톈진항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말이다.


출처  기사 : [민중의소리], 원문 : [일과건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