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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청와대의 ‘고심’이 부정적 뉴스라니

청와대의 ‘고심’이 부정적 뉴스라니
[민중의소리] 김동현 뉴미디어팀장 | 최종업데이트 2015-09-07 08:31:47


한 보수 매체의 온라인판 편집부에서 일하는 후배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우리 편집장이 하는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는 1면에 우리 기사를 잡아달라고 압박하기 위해 포털에 메일을 보내는 것이다.” 이 말을 들으면서 문득 포털의 뉴스팀이 떠올랐다. 하루에 얼마나 많은 메일을 받고 있을까. 네이버와 뉴스 인링크 제휴를 맺고 있는 CP(contents provider. 콘텐츠 제공자) 매체들이 일주일에 한 번씩만 메일을 보내도 그는 하루에 십수 통의 메일을 받고 답을 해줘야겠구나. 이해관계자들까지 그에게 메일을 보낸다면 하루에 그 일에 쏟는 시간만 꽤 되겠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다음은 예전과 비교하면 그 영향력이 떨어졌다고는 하나 한국 여론 지형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인터넷 사용자의 ‘대부분’이 양대 포털 1면을 적어도 1주일에 한 번은 보는 데다 상당수가 매일, 하루에도 몇 번씩 쳐다보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외부의 압력, 특히 권력과 자본의 압력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포털이 언론이냐 아니냐는 쟁점을 논외로 하더라도 포털이 언론이 당하는 ‘자유 침해’ 상황에 놓여있는 것은 사실이다.

포털뉴스는 늘 ‘균형’에 골몰한다고 한다. 한 포털사이트 대외협력 관계자는 한 진보언론과 CP 제휴 계약을 해지한 이유가 ‘쓸 기사가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콘텐츠의 질이 떨어져서라기보다 포털뉴스 1면에서 정치적 성향을 띠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그 언론사가 정부와 대척점에 있는 기사가 많고 강한 주장을 담고 있어서 1면에 잡기에 부담스럽고, 그러다 보니 굳이 CP 계약을 맺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는 것이다. 그는 그 언론사의 기사 상당량이 정치와 사회를 다루고 있어 다른 콘텐츠를 편집에 활용하기도 어려워 결국 계약을 해지했다고 설명했다.

포털사이트는 보수에서는 진보적 편향이라고, 진보에서는 그 반대라는 평가를 받는다. 사회적 영향력이 지대하다 보니 모든 이들이 불만을 느끼게 마련이고, 아무리 기계적 균형을 이루려 노력한다고 해도 불가능에 가까운 일일 터. 그래서 모두를 만족하게 하겠다는 시도는 불가능에 도전하는 일이다.

드라마 <어셈블리>에 그려지는 국회의원들은 포털사이트에 자기 이름이 얼마나 나오는지,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늘 확인한다. 이 모습은 꽤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다. 실제 의원들은 버릇처럼 포털사이트를 드나들며 자신의 이름이, 혹은 얼굴이 잘 나오는지 확인하며 어떻게 자신이 그려졌는지에 따라 ‘조울’을 왔다 갔다 한다.

그래서 국회의원 보좌관들이 매일 신경 쓰는 일 중 하나가 보도자료를 예쁘장하게 좋은 문구를 써서 만드는 일이다. 능력 있는 보좌관들은 기자들을 관리하며 자신의 ‘영감(국회의원을 지칭하는 은어)’에 대해 잘 써달라고 부탁하기도 하고 항의하기도 한다. 국회의원이 직접 기자들을 살갑게 챙기는 경우도 많다. 그들이 쓰는 기사가 포털사이트에 나가고 그것이 곧 여론의 방향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포털사이트 편집에서도 한 사건에 대한 언론사들의 기사량이 편집에 주는 영향이 꽤 크다고 한다. 언론들이 어떤 태도를 보이는가에 따라 포털뉴스 편집의 방향이 정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포털 1면에 ‘좋은’ 기사가 나오게 하려면 일단 언론사에서 ‘좋은 기사’를 보내줘야 한다.

여기까지가 ‘언론과 권력’의 정상적 혹은 상식적 수준의 이면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한국에서 ‘언론과 권력’의 관계는 언제부턴가 이런 패턴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이미 지난 정권을 거치면서 방송사들은 ‘기계적 균형’마저도 포기한 상태라는 평가를 받는다. 종편은 말할 것도 없다. 굳이 ‘편향’이라는 말을 쓰지 않아도 공중파와 종편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일을 흔치 않은 일이다. 오죽하면 한 공중파 보도국장이 대통령이 해외 순방에 가면 ‘매일 5꼭지’를 만들기 위해 있는 아이템 없는 아이템 쥐어짠다는 푸념이 나올까. 이런 상황이 되는 데까지 얼마나 많은 ‘폭력’이 동원됐는지 우리 사회가 지켜봤다. ‘공정방송’이 공중파와 케이블뉴스의 기자들 입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그들은 지금 해고자가 됐거나 뉴스와는 상관없는 그 어디엔 가로 발령이 나 뉴스생산자가 아니라 뉴스소비자가 돼 있는 상태다. 이제 공중파 뉴스에서 ‘공정’을 기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 언젠가 그 단어를 되찾으리라고는 생각하겠지만 ‘정권이 바뀌지 않고서야’라는 단서를 떼는 이는 별로 없다.

새누리당 대표는 여기에 만족할 수 없나 보다. 이제 포털에서도 ‘순방마다 5꼭지’라는 말이 나와야 만족하시려는지 ‘(포털이) 젊은층에 왜곡된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며 “시정돼야 한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의 어법대로 ‘포털이 편향적이지 않았으면 김무성 차기 대권 지지율이 50%를 넘었을 상황’이라고 생각하는지 이번 정기국회 국정감사에서 포털 손보기를 제대로 할 참인가 보다.

그가 포털의 편향이라고 근거로 삼은 여의도연구원의 자료는 공감하기 참 어렵다. <박 대통령, 러시아 승전 행사 참석할까…靑 '고심'> <靑 인사개편…與 "기대" VS 野 "김기춘 유임 실망"> 이런 기사들이 청와대와 정부에 부정적이라고 평가해버리면 도대체 어떻게 제목을 잡아줘야 하는가. 대통령이 ‘고심’하는 것이 부정적이라는 것인지 인사개편에 대한 여당의 평가를 더 길게 써줬어야 하는지 참 알기 어렵다.

하지만 지난 정권에서 방송이 망가지는 과정은 그 어떤 상식에 기반을 뒀나. 권력이 어떻게 힘을 발휘하는가를 보여줬을 뿐이었다. 여당의 포털손보기가 제대로 될지는 모를 일이다. 하지만 그런 말이 나오는 것 자체가 요새 유행하는 말 그대로 ‘헬조선’의 단면임은 분명하다.


출처  [데스크칼럼] 청와대의 ‘고심’이 부정적 뉴스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