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화학사고, 골든타임 지키고 주민에게 알려라

화학사고, 골든타임 지키고 주민에게 알려라
[민중의소리] 현재순 일과건강 기획국장 | 최종업데이트 2015-09-11 09:58:15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은수미 의원실에서 환경부 소속기관인 화학물질안전원으로부터 「2015년 상반기(1.1~6.30) 접수·조치한 화학사고 상황보고서」 총 50건을 제출받아 ‘일과건강’이 분석을 진행한 결과, ▶ 화학 사고대응 골든타임 30분은커녕 현실에선 현장 출동하는 데만 1시간 30분 소요, ▶ 50건의 화학사고 중 환경부 소속 대응팀이 출동조차 하지 않은 사고는 20건, ▶ 사고가 발생해도 사업장 위해관리계획서에 따른 주민대피 메뉴얼은 무용지물, ▶ 단 1건의 사고도 주민들에게 통보된 사실이 없이 관계기관끼리만 유선소통, ▶ 단 1개의 언론에조차 보도되지 않은 사고가 26건으로 전체 52%인 것으로 분석됐다.

전체 인명피해는 사망자 11명, 부상자 63명으로, 사고유형은 누출사고가 35건으로 대부분(70%)을 차지하였고 화재, 폭발 12건, 기타(이상 반응) 3건 순으로 집계되었다.

화학사고는 최초 발생해서 30분 이내에 사고를 수습해야 큰 사고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30분은 화학사고대응을 위한 골든타임으로 환경부도 골든타임 30분 지키기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조사결과 최초 사고 발생 후 관계기관에 신고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50분, 접수 후 환경부 소속 대응팀이 현장 출장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40분이었다. 사고대응은커녕 현장까지 출동하는 데만 1시간 30분이 걸리는 것으로 골든타임 30분은 전화하거나 도로 위에서 보내는 시간인 셈이었다.

질소로 추정되는 가스가 누출돼 3명이 사망했던 경기도 이천시의 SK하이닉스 신축 공사장 ⓒ뉴시스

더욱 큰 문제는 상반기 발생한 50건의 화학사고 중 40%에 해당하는 20건의 사고는 해당 지역 소방관과 경찰관, 지자체 공무원들의 사고대응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다. 조사결과 환경부 소속 대응팀이라고 할 수 있는 각 지역환경청, 화학물질안전원, 6개 산단(시흥·서산·익산·여수·울산·구미) 지역의 화학재난합동방제센터가 직접 출동하여 현장수습과 대책활동을 진행한 것은 30건에 불과하였다. 20건의 사고는 유선상으로만 보고받고 상호 기관끼리 상황 전파하는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골든타임 지키기도, 주민 대책도 제대로 안되는 화학사고

화학사고 발생 시 가장 중요한 인근 지역주민을 대피시키거나 행동지침을 알리는 등의 사업장 위해관리계획서 상 사업주 의무사항이 현실에선 전혀 적용되지 않고 있다. 관계기관끼리만 소통하면서 50건의 상반기 화학사고 중 단 1건도 주민들에게 통보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신속하고 적절한 대피가 중요하지만, 통보시스템이 없다 보니 주민들의 불안과 분노는 사고 때마다 반복되고 있다. 그나마 사고소식을 알게 되는 언론보도 또한 부족한 현실이다. 전체 사고의 절반이 넘는 사고인 26건(52%)의 사고는 단 하나의 언론에도 보도되지 않았다.

여전히 지역주민들이 주변에 어떤 업체에서 어떤 화학물질을 취급하고 있으며 그에 대한 위험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전혀 알고 있지 못한 경우가 많아서 사고 발생 시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는 문제점은 남아 있다. 이와 관련하여 시민단체인 <화학물질 감시네트워크>에서는 ‘우리 동네 위험지도'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제작, 무료배포하고 있다. 환경부는 국민의 알 권리를 우선으로 보장한다는 관점에서 조속히 화학물질 정보공개 가이드라인 기준을 정하고 사업장 통계조사결과를 국민에게 더 손쉽게 알리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은수미 의원실에서 대표 발의하고 53명의 국회의원이 공동발의한 ‘화학물질관리와 지역사회 알 권리 법(화학물질관리법 개정안)’이 이번 10월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되어야 한다.

세계 화학물질 사고의 교훈은 정부나 기업주도만의 정책으론 화학사고 예방도 비상대응도 어렵다는 것이다. 미국의 응급계획과 지역사회 알 권리 법(Emergency Planning and Community Right-to-Know Act, EPCRA) (1986년)과 캐나다 토론토시의 지역사회 알 권리 ‘켐트랙(ChemTARC)’ 조례(2008년) 등의 선진국 사례처럼 지역사회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한 정보공개의 확대와 주민의 참여가 보장되는 지역 통합적 관리체계가 현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출처  [현재순 칼럼] 화학사고, 골든타임 지키고 주민에게 알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