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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경찰 폭행 가담 안 했어도 세월호 집회 참가했다면 유죄”

법원 “경찰 폭행 가담 안 했어도 세월호 집회 참가했다면 유죄”
추모집회 참가자 또다시 유죄 판결
[민중의소리] 오민애 기자 | 최종업데이트 2015-09-10 14:24:58


세월호 참사 추모 집회 참가자에 대해 또다시 유죄판결이 선고됐다. 집회에 그냥 참가했어도, 직접 경찰에게 폭행을 가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아도 다른 참가자 6천명과 ‘암묵적으로’ 모의한 사실이 인정된다는 이유였다. 경찰이 집회 참가자들을 막아선 행위는 적법하고 세월호 집회 참가는 불법이라는 법원의 판결이 계속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 강병훈 부장판사는 지난 4월 18일 ‘세월호 1주기 범국민대회’에 참여했다가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비정규직 노동자 권 모 씨에 대해 10일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지난 4월 18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대통령 정부 시행령 폐기, 선체인양 공식 선포, 세월호 참사 1년 범국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광화문 광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경찰은 광화문 사거리 등에서 차벽으로 길을 막고 있다. ⓒ민중의소리


“그냥 참가했어도 다른 참가자들과 공무집행방해 모의한 것”

강 부장판사는 집회에 단순 참가했고 경찰관에게 직접 폭행을 가하지 않아 무죄라는 권 씨 측 주장에 대해 “범죄공모는 함께 실현하려는 의사가 암묵적으로라도 결합되면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게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라면서 “피고인이 경찰병력과 대치‧충돌한 경위, 피고인의 집회 당시 위치 및 행동 등을 종합했을 때 다른 시위대들과 순차적, 암묵적으로 상통해 (공무집행방해행위를) 공모한 점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았다.

권 씨가 경찰관을 폭행하는 장면을 봤다고 진술서를 썼던 증인이 재판과정에서 “권 씨가 직접 폭행 가하는 것을 보지는 못했다”고 번복했고 다른 증거는 없었다. 그러나 권 씨에 대한 유죄 판단은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집회 과정에서 역할이나 가담 정도가 중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참작했다”며 집행유예 선고 이유를 밝혔다.

권 씨의 변호를 맡았던 하주희 변호사(법무법인 향법)는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것이 유감스럽다”면서 “적극적인 폭력행위에 대한 진술이 사실이 아님이 법정에서 밝혀졌고 (권 씨가) 대열 앞에 있는 장면이 찍힌 30초가량의 동영상만으로 폭행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당일 다른 집회 참가자들과도 관련돼있기 때문에 항소해서 다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차벽은 적법"...헌재 결정 취지 또다시 부정

이날 재판에서는 당시 설치된 경찰 차벽이 적법하다는 판단이 또다시 나왔다.

강 부장판사는 당시 경찰이 차벽을 설치하고 물대포를 사용한 것이 위법한 공무집행이기 때문에 이에 저항한 행위는 특수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권 씨 측 주장에 대해 “(권 씨 등 참가자와 경찰의 대치는) 경찰병력에 의해 차단된 지역에서 벌어져 차벽설치의 적법성이 직접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도 “차벽설치의 목적과 설치당시 상황, 운영방법과 물대포 운영시기, 사용정도에 비춰보면 (차벽설치와 물대포 사용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이는 같은 집회 참가를 이유로 지난 8월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강 모 씨 재판에서 나온 판결 이유와 같았다. 재판부는 “차벽 설치가 위법한 공무집행이므로 이에 저항한 행위는 정당하고 죄가 되지 않는다”는 강 씨 측 주장에 대해 “강 씨의 행위가 차벽 설치 지역과 무관한 곳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범죄 혐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보고 강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판단은 2011년 헌법재판소가 “차벽설치는 엄격한 조건 아래 있어야 한다”고 판단한 취지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다. 헌재는 경찰이 서울광장을 차벽으로 둘러싼 행위에 대해 “불법집회 가능성이 있다고 해도 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는 최소한의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면서 “일반 시민들의 통행 제지 행위는 급박하고 명백하며 중대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 한해 취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라고 판시했다.

4월 18일 당시 광화문 일대에는 470여대의 버스로 곳곳에 차벽이 설치돼있었다. 이 날 하루 동안 살수차에서 사용된 물의 양은 33,200ℓ로 2013년과 2014년에 걸쳐 사용된 9,540ℓ의 세 배에 달하는 양이었다. 법원은 권 씨와 강 씨 재판에서 “차벽의 적법성은 재판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서도 “차벽설치와 물대포 사용은 적법했다”고 판단해, 당시 집회 현장에서 경찰의 대응에 면죄부를 준 셈이 됐다.

한편 권 씨에 대한 재판과정에서 당시 종로서 경비과장 명의의 진술서가 조작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됐다. 세월호 참사 추모집회 참가자를 구속, 기소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무리하게 증거를 만든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세월호 집회 참가자들에 대한 유죄판결이 계속되고 있다.


출처  [단독] 법원 “경찰 폭행 가담 안 했어도 세월호 집회 참가했다면 유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