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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내가 살수차 수리…이걸 직사하다니, 사람 죽이겠다는것”

“내가 살수차 수리…이걸 직사하다니, 사람 죽이겠다는것”
살수차 납품업체 직원의 증언
기자에게 직접 이메일 보내와 “경찰의 살수차 수리해 잘 알아”
“200ℓ들이 드럼통 45m 거리서 직사때 20㎏이나 되는 통이 멀리 나가떨어져
경찰이 기자가 맞아보겠다는 것 막은 건 위험성 뻔히 알기 때문”

[한겨레] 박태우 김성환 기자 | 등록 : 2015-11-19 19:58 | 수정 : 2015-11-20 01:52


“(농민 백남기씨가 물대포를 맞아 쓰러지는) 동영상을 보고 ‘이건, 정말 아니다 싶었어요. 내가 몇 년 동안 고쳤던 차랑 똑같은 차라 내가 제일 잘 알거든요. 그걸 사람한테 직접 대고 쏘는 건… 아휴~ 사람 죽이려고 작정한 거나 다름없는 거죠.”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제보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경찰에 살수차를 납품한 업체에서 근무했다고 밝힌 ㄱ씨는 ‘경찰이 서울 신당동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본부 앞마당에서 살수차 시연을 했다’는 기사(<한겨레> 11월18일치 2면)를 본 뒤, 18일 글을 쓴 기자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내왔다. “사람들이 살수차의 위력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정확하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는 게 이유였다. ㄱ씨는 이날 밤 기자와의 통화에서 조목조목 경찰 살수차의 특성과 위험성을 설명하며 “(시위대에 대한) 물대포 직사는 살상 행위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 백남기씨는 20m 거리에서 직사 물대포를 맞고 쓰러졌다. ⓒ뉴스타파


경찰에 살수차를 납품한 ㅈ업체 서비스팀에서 지난해까지 근무했던 ㄱ씨는 지난 17일 살수차 시연이 이뤄진 기동본부를 수차례 드나들며 경찰 살수차를 수리하는 업무를 했다. 그가 눈으로 본 살수차의 위력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ㅈ사가 경찰에서 사용한 것과 동일한 제원의 살수차를 해외에 수출한 적이 있거든요. 그 과정에서 경찰 살수차로 시연을 한 적이 있어요. 200ℓ 드럼통 2개를 밑에 놓고 그 위에 하나를 올려놓은 뒤 45m 거리에서 직사를 했는데, 드럼통이 저 멀리로 굴러떨어질 정도였어요.”

200ℓ 드럼통의 무게는 대략 18~20㎏ 정도다. 백씨는 20m 거리에서 직사 물대포를 맞고 쓰러졌다. ㄱ씨는 “(기자가 직접 물대포를 맞아보겠다고 했는데) 경찰이 못 맞게 한 건 뻔히 위험성을 알았기 때문”이라며 “사람에 대고 (물대포로) 조준사격한다는 것은 사람을 죽이려고 작정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살수차의 이런 위험성 때문에 최근 영국은 시위 진압용 물대포 사용을 금지했다. <비비시>(BBC) 방송 등이 지난 7월 보도한 내용을 보면, 테리사 메이 영국 내무장관이 의학적·과학적 실험을 통해 척추·골절 등 심각한 신체 손상의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드러난데다, ‘국민의 동의에 기반한 경찰’이라는 영국 경찰의 전통을 훼손할 수 있다며 잉글랜드·웨일스 지역에서 시위 진압용 물대포의 사용을 불허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경찰의 공권력 남용에 대해 직권조사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인권위는 물대포를 맞고 백씨가 쓰러지게 된 과정 등에 인권침해적인 과잉진압이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 16일 백씨가 입원한 서울대병원을 방문 조사하고, 18일 경찰 쪽 살수차 폐회로텔레비전(CCTV) 채증 동영상을 열람하는 등 기초조사를 상당 부분 마친 상태다.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인권위는 지난 5월 세월호 추모집회 때 벌어진 경찰의 집회·시위권 침해에 대해서도 현재까지 이렇다 할 의견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며 “인권위가 하루빨리 민중총궐기 때 벌어진 공권력 남용에 대해 입장을 표명하고 진상규명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내가 살수차 수리…이걸 직사하다니, 사람 죽이겠다는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