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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올해 사자성어 ‘昏庸無道(혼용무도)’

올해 사자성어 ‘昏庸無道(혼용무도)’
어지러운 세상, 군주에게 책임을 묻다
[민중의소리] 권종술 기자 | 최종업데이트 2015-12-20 12:42:05



“나라 상황이 마치 암흑에 뒤덮인 것처럼 온통 어지럽다(혼용무도/昏庸無道).”

2015년은 과연 어떤 사회였을까? 교수들은 2015년 한해를 ‘昏庸無道(혼용무도)’로 표현했다. 혼용무도는 나라 상황이 마치 암흑에 뒤덮인 것처럼 온통 어지럽다는 뜻으로 각박해진 사회분위기의 책임을 군주, 다시 말해 지도자에게 묻는 말이다. 교수신문은 2015년 올해의 사자성어로 ‘昏庸無道’를 선정했다.

혼용은 고사에서 흔히 사리에 어둡고 어리석은 임금을 지칭하는 昏君(혼군)과 庸君(용군)을 함께 일컫는 말이다. 무도는 세상이 어지러워 도리가 제대로 행해지지 않음을 묘사한 <論語>의 ‘天下無道’에서 유래했다. 교수신문이 지난 8일부터 15일까지 전국 대학교수 88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절반을 웃도는 524명(59.2%)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혼용무도를 골랐다.

혼용무도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추천한 이승환 고려대 철학과 교수는 “연초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온 나라의 민심이 흉흉했으나 정부는 이를 통제하지 못하고 무능함을 보여줬다. 중반에는 여당 원내대표에 대한 청와대의 사퇴압력으로 삼권분립과 의회주의 원칙이 크게 훼손됐고, 후반기에 들어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으로 국력의 낭비가 초래됐다”며 추천이유를 설명했다.

▲ 교수신문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 ‘昏庸無道(혼용무도)’ ⓒ교수신문


이외에도 후보에 올랐던 사자성어를 살펴보면 2015년 한국사회의 현재를 잘 알 수 있다. 14.3%로 2위를 차지한 似是而非(사시이비)는 사시이비는 겉은 옳은 것 같으나 속은 다르다는 뜻으로, 겉으로 보기에는 그럴듯하나 사실은 틀린 경우 쓰는 말이다. 사시이비를 추천한 석길암 금강대 불교학 교수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비롯한 최근 정부정책을 보면 국민을 위한다고 말하거나, 공정하고 객관적이라고 홍보하지만 실제로는 근거를 왜곡하거나 없는 사실조차 날조해 정당성을 홍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그러나 이 같은 시도에도 불구하고 국민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13.6%를 기록한 竭澤而漁(갈택이어)는 갈택이어는 못의 물을 모두 퍼내어 물고기를 잡는다는 뜻이다. 목전의 이익만을 추구해 미래의 생산적 기회를 상실하는 모습을 일컫는 말이다. 갈택이어를 추천한 남기탁 강원대 국어학 교수는 “사회 현상에 대한 대립은 불가피하지만 최근 대립을 넘어 상대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없애버리려는 폭력과 욕설이 난무하고 있다. 당장은 고기를 많이 잡을 수 있더라도 장기적인 발전은 불가능하게 되는 것을 빗댔다”고 말했다.

이 같은 교수들의 비판적 시각은 박근혜 정부의 위기를 보여준다. 메르스 사태에서 보여준 무능과 십상시 파동과 성완종 리스트, 해외 자원비리, 사자방 등 거듭되는 의혹과 노동법 개정이나 열정페이 논란 등에 적절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자사고 폐지나 육아대란 등 교수들은 어지러운 세상에 대한 책임을 어리석은 지도자에게 묻고 있다. 이번 설문에 응한 한 대학 교수는 “박근혜는 국가를 사유화하고 여당은 이에 굴종하고 있다. 모든 국가조직과 사조직이 개인의 이익만을 추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교수신문은 지난해엔 ‘指鹿爲馬(지록위마)’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한 바 있다. 지록위마는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부른다는 뜻으로, 남을 속이려고 옳고 그름을 바꾸는 것을 비유하는 표현으로 정치적으로는 윗사람을 농락해 자신이 권력을 휘두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출처  올해 사자성어 ‘昏庸無道(혼용무도)’… 어지러운 세상, 군주에게 책임을 묻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