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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레 일본 편들어 황당… 과거사 청산에 찬물”

“되레 일본 편들어 황당… 과거사 청산에 찬물”
한·일 엇갈린 평가…일본 측 “양국 관계 생각하면 안심”
[경향신문] 홍재원 기자·도쿄, 윤희일 특파원 | 입력 : 2015-12-23 23:00:53 | 수정 : 2015-12-24 09:35:54


헌법재판소가 23일 한일청구권협정 헌법소원을 각하하자 한·일 양국의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국내 시민단체들은 “헌재가 되레 일본 측에 힘을 실어줬다”면서 반발했지만 일본 측 인사들은 “한·일관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환영했다.

아시아·태평양전쟁희생자한국유족회 최용상 회장은 “헌재가 6년간 보류하다 느닷없이 황당한 결정을 내놓았다”며 “오히려 일본 측 손을 들어주면서 엉뚱한 쪽에 힘을 실어준 꼴”이라고 말했다. 그는 “헌재가 협정을 위헌이라고 판단해줬으면 일본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진행 중인 여러 건의 피해배상 소송이 새 국면을 맞았을 것”이라며 “이번 각하는 역사를 바로 세우고 일본의 책임 있는 사과와 청산을 끌어내려는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처사”라고 밝혔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1965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협정을 체결할 때도 국민 대다수가 반대했다”면서 “지금이라도 헌재가 위헌을 선언해 협정의 잘못을 지적했어야 하는데 일본과의 재협상 등의 계기를 헌재가 날려버렸다”고 말했다.

더 외롭습니다, 소녀상이…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23일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서 시민들이 참가한 가운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제1210차 정기 수요시위를 열고 있다. 이준헌 기자


반면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도쿄대 명예교수는 이날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헌재의 결정에 대해 “앞으로의 한·일 양국 관계를 생각하면 ‘안심’이라는 느낌이 가장 먼저 든다”면서 “이번 결정이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것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위헌 결정이 나왔을 경우 두 나라에 끼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각하가) 잘된 것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일본 언론도 헌재의 각하 결정을 속보로 전하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교도통신은 “협정이 위헌이 아니라는 판단이 나와 한국 정부가 일본에 협정 개정 등을 요구할 의무에서 벗어났다”고 보도했다. NHK와 지지통신도 헌재의 각하 소식을 긴급 보도했으며, 요미우리신문은 인터넷판을 통해 한국 대법원이 2012년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개인 청구권은 소멸되지 않았다고 판결한 것과 이번 헌재 결정을 비교·보도하기도 했다. 이날 공휴일(일왕 생일)을 맞아 업무를 하지 않는 일본 정부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 한일청구권협정

1965년 체결한 한일기본조약의 부속협정 중 하나다. ‘일본은 한국에 10년에 걸쳐 무상 3억달러와 유상 2억달러를 제공하고, 양국과 그 국민의 재산·권리 및 이익과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을 확인한다’는 것이 골자다. 청구권협정에서는 ‘청구권’과 ‘경제협력’을 병기함으로써 일본이 한국에 제공한 자금을 양국의 사정에 맞춰 해석할 빌미를 제공했다.



출처  “되레 일본 편들어 황당… 과거사 청산에 찬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