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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핵실험 사전인지설에 ‘황당 반박’ 내놓은 국방부

미국 핵실험 사전인지설에 ‘황당 반박’ 내놓은 국방부
“무인기는 북 상공에 들어갈 수 없다”는 해명은 성능 기본도 모르는 주장
[민중의소리] 김원식 전문기자 | 최종업데이트 2016-01-09 07:21:36


국방부가 '미국이 최근 북한이 실시한 4차 핵실험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미국 언론의 보도에 관해 황당한 증거(?)를 대면서 "사실과는 다르다"고 해명하고 나서 논란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8일 국방부는 최근 미국 언론이 '미국이 북한의 핵실험 준비 사실을 미리 알고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에 무인기를 띄웠다'는 미국 언론 보도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공식 반박했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미군 무인기가 북한의 핵실험 관련 포집활동을 하려고 북한 상공에 갔다는데, 사실과 다르다. 이는 추측성 보도로 보인다"면서 미국 정부의 사전 인지설을 일축했다. 특히, "통상적으로 미국 무인기가 북한 상공에 들어갈 수 없다"면서 "동해로는 갈 수 있는데, 정찰 목적으로 가는 무인기이지 포집 활동을 하는 무인기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방부의 이런 발표는 미군이나 미 중앙정보국(CIA)이 운영하고 있는 최신 무인기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도 결여된 해명이다. 미군이나 미 CIA가 이미 RQ-170으로 불리는 무인기를 한반도 상공에 전개해 대북 정찰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 무인기는 자체 스텔스 기능으로 인해 레이더에는 모기 크기보다 작게 잡혀 거의 식별이 불가능하다. 지난 2009년 이 RQ-170은 한국의 오산 미군 공군기지에서도 공개적으로 시험 비행을 한 바 있다.

또 미 정보당국은 이미 2012년 말부터 기존 RQ-170보다 월등히 성능이 강화된 RQ-180 무인기를 이용하고 있음이 각종 언론의 보도로 인해 밝혀졌다. 이 최신 무인기가 기존 무인기 보다 상대국의 레이더 탐지 기술을 회피하는 고도의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만약 미군이나 미 CIA가 북한의 핵실험 탐지를 위해 북한 상공에 무인기를 투입했다면, 최신예 무인기를 놔두고 레이더에 잡히는 무인기를 투입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따라서 미 관계 당국이 북한의 4차 핵실험을 탐지하기 위해 레이더에 걸리는 무인기를 띄웠다는 한국 국방부의 전제는 전혀 현실을 무시한 발상이다.

▲ 이란이 격추시켰다고 주장하는 미 공군의 무인정찰기 록히드마틴 RQ-170 센티넬. ⓒAP/뉴시스


앞서 6일, 미 NBC 방송은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미국은 북한이 4차 핵실험을 실시하기 2주 전에 이를 파악하고 있었다"면서 "2주 전에 핵실험장 인근에서 기준치가 될 공기 시료를 채취하기 위해 무인기(drone)를 띄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즉 미국이 수시로 북한 상공에 무인기를 띄웠다는 것이다. 이 방송은 또 "핵실험 후 채취한 공기 시료를 앞서 채취한 시료와 비교해 공기 중에 삼중수소(tritium) 흔적을 확인해 북한이 일반적인 핵실험 이상의 실험을 했는지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본의 교도통신도 같은 날 "감청기능을 가진 미군 정찰기가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하기 약 10분 전 일본 오키나와 기지에서 이륙했다"고 보도해 미군이 핵실험 전에 상황을 인지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매체는 "미군 정찰기가 북한 쪽에서 상황을 확인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전자정찰기(RC135V)는 고도의 감청 기능을 갖추고 있고 북한이 2013년 핵실험을 단행했을 때도 이 기종의 미군기가 사전에 가데나 기지에서 이륙했다"고 보도했다.

이 밖에 미국의 온라인매체인 데일리비스트 등 여러 매체들도 이미 이번 북한의 4차 핵실험에 관해 미국 정보당국은 사전에 이미 이를 파악해 무인기 등을 가동했으며, 실험 실시 당일에는 감청 장치까지 갖춘 고성능 정찰기까지 띄운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한 바 있다. 미국 기자들의 질문이 잇따르자, 미 국방부 및 관계 당국의 관계자들은 일제히 이에 대한 확인을 거부해 '사실상 시인'이라고 일부 미 언론은 보도하기도 했다.


미국 기자 "한국 국방부가 그렇게 해명한 것이 사실이냐" 반문도

이에 관한 입장을 듣기 위해 기자가 미국 국방부와 주한미군 관계자와 통화를 했으나, 이들은 일관되게 '비보도(off-record)'를 전제하면서 확인도 부인도(NCND)도 하지 않았다. 다만 한 관계자는 "주한미군 사령관이 핵실험 당시 모든 것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구체적인 사항에 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하지만 한국 국방부는 10여 차례가 넘는 입장 표명 요청에도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국방부 공보실의 한 실무자는 "미 언론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는 것이 국방부의 공식 입장"이라며 "담당자들은 모두 회의 중"이라고 전했다.

이 실무자는 '미국 무인기가 북한 상공을 못 들어가기 때문에 미 언론의 발표가 사실이 아니라고 한 것이 누구냐'고 묻자 "해당 (보도) 내용을 알지 못한다'며 "관계자에 전해 답변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더 이상 이에 관한 해명을 하지 않았다.

한국 국방부가 "미군 무인기는 북한 상공에 못 들어간다"는 해명으로 미국 정부의 북 핵실험 사전인지설을 부인했다고 기자가 한 미국 기자에게 전하자, 그는 "한국 국방부가 그렇게 해명한 것이 사실이냐"고 반문하며 "왜 한국 국방부가 미국에 캐묻지(question)도 않은, 말이 안 되는 해명을 먼저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출처  미국 핵실험 사전인지설에 ‘황당 반박’ 내놓은 국방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