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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경찰청장이 인권전문가에게 훈계하는 뻔뻔함

경찰청장이 인권전문가에게 훈계하는 뻔뻔함
키아이 집회특별보고관의 발언에 인식의 오류가 있다고?
[민중의소리] 명숙(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 | 최종업데이트 2016-02-09 10:51:13


망둥이가 뛰면 꼴뚜기가 뛴다는 속담처럼 세상이 최소한의 상식도, 인권 기준도 없어지니 경찰청장이 망언을 하고 나선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인권전문가에게 뻔뻔하게 ‘사실·인식의 오류가 있다’며 조언을 했다. 물론 그가 그렇게 망언을 한 건 어쩌면 도둑이 제 발 저려서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지난 11월 14일 민중총궐기 때 경찰이 쏜 물대포로 백남기 농민이 아직도 사경을 헤매기 때문에 책임을 면하고 싶을 것이다.

지난 1월 29일 마이나 키아이 유엔(UN) ‘평화적 집회 및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이하 키아이 집회 특별보고관)은 한국의 집회와 결사의 실태를 공식 방문조사를 하고 출국하면서 기자회견을 했다. 키아이 집회 특별보고관은 한국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이 조금씩 뒤로 후퇴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민주주의와 인권은 체계 하나를 만든다고 완성되는 것도 아니며 뒤로 갈 수도 있다며 한국의 최근 상황에 대해 말했다. 경찰을 비롯한 행정부만이 아니라 법원의 판결 등 사법부에도 우려를 표했다.

▲ 마이나 키아이(Maina Kiai) 유엔 평화적 집회 및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 ⓒ김철수 기자


특히 그는 최근 경찰의 집회에 대한 행태를 모두 짚었다. 사전 금지, 집회 중 방해, 집회가 끝난 후 형사처벌 등 모든 단계에서 제약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인식했다. 그 결과 “공식적인 법적 제약에서부터 더욱더 실제적인 장애물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여 평화로운 집회의 자유를 점진적으로 약화시켜 일종의 특권으로 전락” 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즉 집회시위의 자유가 누구나 누려야 하는 보편적 권리가 아니라 특권처럼 전락해 아무도 제대로 누릴 수 없게 됐다고 짚었다. 키아이 집회 특별보고관의 발언 중 사실이 아닌 게 무엇이 있는가?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벌금과 기소를 남발하는 경찰

도심이나 청와대 인근 집회는 금지통보가 나기 일쑤다. 2014년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묻기 위한 청와대 근처에 낸 집회신고가 61개나 금지된 적도 있다. 헌법은 허가제가 아니라고 했으나 허가제로 운영되고 있다. 얼마 전에는 백남기 농민 쾌유를 비는 추모행진이 집회신고를 했는데도 경찰이 도로행진을 하는 도중 인원수가 줄었다며 막기도 했다. 그리고 수많은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집시법 위반만이 아니라 일반교통방해 위반으로 벌금과 기소를 남발하고 있다.

필자도 법원을 오가느라 시간도 뺏기고 감정노동도 하고 돈도 쓰느라 힘들다. 그야말로 집회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사법적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큰 집회가 아니어도 차벽을 세우며 집회시위의 내용이 시민들에게 전달되지 못하게 막고 있다. 그런데도 경찰청장이 합법집회는 차벽도 없었으며, 불법이 아니면 물대포를 쏜 적이 없다는 거짓말을 뻔뻔하게 하고 있다. 도대체 필자를 비롯한 시민들이 보고 겪은 건 사실이 아니고 무엇인가!


인권의식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강신명 경찰청장

이에 그치지 않고 강신명 청장은 “불법 행위에 대한 소송은 정당하다. 소송 때문에 기본권이 위축되지 않겠냐는 인식에는 개인적으로 동의하지 못한다”고 했다. 자기 얼굴에 침을 뱉어도 많이 뱉는다. 소송 때문에 기본권이 위축되지 않는데 왜 경찰청은 팀까지 만들어 소송을 유도하는 것인가. 소송유도는 집회시위를 경찰이 의도적으로 방해하는 일이기에 위법한 인권침해일 뿐 아니라 경찰의 업무를 벗어난 행위다.

집회·시위의 자유를 헌법적 권리로 명시된 것은 해당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국가기관이 도와주어야 한다는 뜻이지 소송하고 연행하고 벌금을 매기라는 뜻이 아니다. 집회·시위 관리가 아니라 보장이 행정부의 역할이다. 주민들에게 찾아가서 집회 때문에 시끄럽고 손해를 받은 게 없느냐고 부추기는 것도 경찰의 역할이 아니다. 또 집회·시위 과정에서 소리가 크다고 소음 기준 측정기를 들이대는 일이 아니다. 이제라도 해야 할 일은 집회시위 금지통보 관행과 벌금 부과 행위를 중단하는 일이다. 나아가 현행법에 명시된 대로 집회시위를 신고제로 운영해야 한다.

또한, 국제인권기준에 따라도 누군가 위법·불법을 했다고 그의 인권이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집회신고의 내용과 조금만 달라도 법 위반이라며 경찰폭력에 바로 노출된다. 증거수집을 당하고 연행되고 심지어 물대포까지 맞아야 한다. 그야말로 불법주차했다고 차를 부수는 격이다. 따라서 민중총궐기 때 참여자들이 차벽을 밀려고 했다고 경찰이 그들을 때리고 물대포로 사경을 헤매게 한 것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결국, 강신명 경찰청장에게 인권의식이 눈곱만큼도 없다는 걸 시인한 셈이다.

▲ 지난해 11월 열린 민중총궐기에서 부상을 입은 참가자를 이송하려는 구급차에 경찰이 물대포를 발사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그래서 키아이 집회 특별보고관도 “더욱이 폭력적 시위자는 평화로운 집회의 자유로부터는 보호를 받지 못하겠지만, 신체의 자유, 고문이나 과도한 무력의 대상이 되지 않을 권리 등을 포함한 다른 인권들은 변함이 없습니다”라고 말한 것이다. 그러나 아직 강신명 경찰청장은 파면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아래 일부 발췌한 2004년에 나온 ‘경찰이 지켜야 할 국제인권기준’ 중 최근 경찰이 지킨 게 무엇인지 묻고 싶다.

* 경찰이 지켜야 할 인권 기준과 실천-일부 발췌(유엔, 2004)

○ 생명권(기타 나열된 권리 생략)에 대하여는 어떠한 예외도 허용되지 않는다.
○ 자유로운 표현, 집회, 결사 또는 이동의 권리에 대해서는 어떠한 불필요한 제한도 부과될 수 없다.
○ 의견의 자유에 대해서는 어떠한 제한도 부과될 수 없다.
○ 다치고 충격을 입은 모든 사람은 즉각 보살핌을 받아야 한다.
○ 상황이 불필요하게 격화되지 않게끔 불법적이라 하더라도 평화적이고 위협적이지 않은 집회들을 관용하라.
○ 군중을 해산시킬 필요가 있을 때는 항상 명확한 탈출통로를 남겨둬라.
○ 군중을 한마음의 대중으로서가 아니라 독립적으로 생각하는 개인들의 집단으로 다뤄라.
○ 불필요하게 자극하는 전술을 피하라.
○ 평화롭고 자유로운 집회에 대한 존중에 분명히 입각한 명령을 내려라.
○ 보증되지 않은 상해, 손상 또는 위험을 야기하는 무기의 사용을 금지하라.

박근혜 정부와 강신명 경찰청장은 광장민주주의와 의회민주주의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집회 특별보고관이 답한 말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시위라는 것은 국가에 이롭다고 생각한다. 민중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으므로 그 민심에 따라서 정책 등을 결정할 수 있다

그런데 민중들의 소리를 듣고 그에 따라 국가정책을 펼 민주적 정부라는 전제가 있어야 할 텐데, 현 정부가 그렇다고 말할 수 없는 현실이 더 답답한 것인지도 모른다.


출처  [명숙 칼럼] 경찰청장이 인권전문가에게 훈계하는 뻔뻔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