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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국민과 유족을 편 가르는 4·3 희생자 재조사 멈추라

국민과 유족을 편 가르는 4·3 희생자 재조사 멈추라
[민중의소리] 김평선(제주 4·3 희생자 유족) | 최종업데이트 2016-02-10 11:02:28


▲ 제주 4.3평화공원에서 제66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이 열린 가운데 위패봉안소에서 희생자 유족이 기도를 하고 있다. ⓒ뉴시스


4·3 희생자의 명예를 회복함으로써 인권신장과 민주발전 및 국민화합에 이바지하기 위해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된 이후, 진상보고서 채택과 대통령의 사과가 이루어졌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에서 4월 3일이 국가추념일로 지정되면서 제주 4.3이 한 발짝 나아가는 듯해 보였다. 하지만 극우 단체가 “불량 위패”, “불량 희생자”를 색출해야 한다며 제주 4.3 이념 논쟁을 일으켰고, 황교안 국무총리는 ‘자유민주주의’를 훼손한 인물을 희생자에서 제외해야 한다며 희생자 재조사를 추진하려 하고 있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말하는 ‘자유 민주주의’는 도대체 어디에 근거하고 있는 것일까?

소위 87년 체제라고 불리는 현행 헌법에서 정한 대한민국의 정체는 민주공화국이다. 현행 대한민국의 경제 질서는 시장 경제를 기본으로 하는 사회적 시장경제 질서이다. 헌법재판소도 이를 확인한 바 있다. 그리고 1948년 제정된 제헌헌법은 ‘정치적 민주주의’와 경제적·사회적 민주주의를 조화시켰다. 대한민국은 출발부터 자본주의의 폐해를 막기 위해 사회국가(복지국가)를 지향했다.

대한민국이 자본주의적 자유시장 경제체제를 처음으로 채택한 것은 사사오입이라는 편법을 동원해 개정된 1954년 헌법이다. 이후 유신헌법에서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미명하에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해 왔다. 자유민주주의는 개인의 재산권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국가의 소극적 역할을 강조하는 ‘작은 정부’와 안보만 책임지는 ‘야경국가’를 지향한다. 그러나 대한민국 역사에서 자유민주주의는 존재하지 않았다. 정부가 자본의 형성과 축적을 지원하고, 반공이데올로기로 국민을 길들였던 암울한 역사가 존재했을 뿐이다. 박근혜 정부와 극우가 내세우는 자유민주주의는 현 헌법의 민주 공화 정체와 경제의 기본원리와 일치하지도 역사에서 존재하지도 않았던 허상이다.

‘자유민주주의’라는 허상을 기준으로 제주 4·3 희생자를 선별하겠다는 황교안 국무총리의 발언은 1948년 이후 제주도에서 일어난 군·경의 무차별적인 학살을 반복하겠다는 의지로 들린다. 이는 역사의 반복으로 진정한 화해의 길이 아니다. 허상인 ‘자유민주주의’를 기준으로 제주 4·3 희생자 재조사하는 것은 유족과 국민을 편 가르고 길들이려 하는 것에 불과하다.

일상에서 화해는 서로 다투거나 갈등했든 관계를 과거 상태로 회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일련의 행위를 의미한다. 하지만 국가 차원의 화해는 회복해야 할 과거 상태가 존재하지 않는다. 국가가 희생자들을 살려낼 수도 없지 않은가. 이런 의미에서 한나 아렌트는 화해를 “짓밟힌 상상 속의 도덕적 질서를 회복하려는 것이 아니라, 국가 구성원들 간에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내려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화해는 진실에 대한 합의를 넘어 새로운 사회, 관계를 만들어가는 지난한 과정이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제주 4·3 중앙위원회 위원장으로 할 일은 ‘자유민주주의’라는 허상을 국민과 도민에게 강요할 게 아니라, 새로운 국가 공동체를 만들어 가기 위해 제주 4·3에서 무엇을 얻고 무엇을 버려야 할지 객관적으로 고민하는 것이다. 나는 황교안 국무총리가 이러한 일을 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제주 4·3 중앙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제주 4·3 특별법의 목적인 인권신장, 민주주의 발전과 국민의 화합을 위해 국민과 유족을 편 가르는 제주 4·3 희생자 재조사를 멈추기를 요청한다.


출처  [기고] 국민과 유족을 편 가르는 4·3 희생자 재조사 멈추라





4.3 희생자 사상검증으로 부관참시 하겠다는 박근혜 정부
황교안 “자유민주 훼손한 인물 희생자 제외해야” vs. 제주 시민단체 “사실상 사상검증”
[민중의소리] 김백겸 기자 | 최종업데이트 2016-02-01 20:36:05


박근혜 정부가 제주 4.3사건의 희생자들에 대한 ‘사상검증’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 김우남 의원(제주시 을)은 1일 ‘제주 4·3 희생자에 대한 사실 조사’와 관련한 정부의 태도를 묻는 질의서에 대해 황교안 국무총리가 이 같은 내용의 답변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황 총리는 서면 답변서에서 “4.3 희생자 중 한두 명이라도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헌법의 기본 이념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훼손한 인물이 있다면, 심의를 통해 희생자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답했다. 사실상 희생자에 대한 사상검증 재심사 절차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앞서 행정자치부는 지난달 23일 보수단체인 제주4.3정립연구·유족회의 ‘4·3사건 당시 남로당과 무장대의 수괴급 희생자 등 53명을 재조사해 달라’는 요구를 받아들여 제주도에 공문을 보내 이에 대해 사실 조사를 실시할 것을 통보했다. 보수단체의 재심사 요구를 받아들여 군경에 죽임을 당한 희생자들에 대해 사상검증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박근혜가 지난 2014년 대통령령을 통해 직접 4.3사건을 국가추념일로 정하면서 “희생자를 위령하고 유족을 위로하며 화해와 상생을 통한 국민 대통합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힌 것을 스스로 위배하는 것과 다름없다.

그런데도 정부가 4.3 희생자 재심사를 강행하려는 데에는 박근혜의 4.3추념식 참석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을 진행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박근혜는 4.3사건을 국가추념식으로 지정하고도 ‘불량 위패’를 주장하는 보수단체의 반대에 부딪혀 임기 내 한 번도 추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번 재심사를 통해 보수진영의 논란을 불식하겠다는 의도이다.


제주 시민사회 단체 “부관참시와 다름 없어” 강력 반발

재심사 사실이 알려지자 제주도 내 4.3단체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즉각 성명을 내고 4.3 희생자 재심사는 사실상 사상검증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재심사를 맡게 될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 실무위원회도 지난 6일 행자부의 재심사 요구에 대해 “법적 근거도 없고 실무위원회에서 조사할 권한도 없다”며 거부 견해를 밝혔다. 당시 위원들은 “이는 부관참시(剖棺斬屍)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는 것”이라며 심한 불쾌감을 나타냈다.

실무위원회의 거부 입장에도 황 총리는 “민원이 제기된 53명의 경우 새롭게 제기된 주장이 있으므로 이런 주장의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작업은 위원회 업무에 해당한다고 본다”고 재차 재심사 강행 의지를 보였다.

이러한 황 총리의 답변에 김우남 의원은 “끊임없는 4.3 흔들기를 멈추지 않겠다는 대도민 선전포고”라고 규탄했다.

그는 “4.3을 둘러싼 이념적 대립과 분열이 극에 달했던 이명박 정권 시절에도 희생자 재심사는 이뤄지지 않았다”며 “그런데도 박근혜 정권은 법 개정을 통한 법적 근거 마련도 없이 막무가내로 희생자 재심사를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박근혜 정권은 지금이라도 더 이상의 이념적 공세와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즉각적으로 사실 조사 등 희생자 재심사를 위한 모든 절차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출처  4.3 희생자 사상검증으로 부관참시 하겠다는 박근혜 정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