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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소녀상 지킴이 대학생들에게 ‘엄격한’ 경찰

유독 소녀상 지킴이 대학생들에게 ‘엄격한’ 경찰
같은 구호라도 누구는 불법? 다른 기자회견 참가자들 “출석 요구 받은 바 없어”
[민중의소리] 박소영 기자 | 최종업데이트 2016-02-16 09:44:55


▲ 경찰이 발송한 출석요구서. ⓒ출처 : 소녀상을 지켜주세요 페이스북


경찰이 기자회견에 참석한 ‘위안부 지킴이’ 대학생들에 대해 출석요구서를 발송했다. 이달 초 열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쳐 미신고 불법집회로 변질됐다는게 출석요구의 이유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 유사하게 진행된 다른 주제의 기자회견에 대해서는 출석요구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지난 5일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앞에서 미신고 집회를 벌인 혐의(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자회견 참가자들에게 출석 요구서를 발송했다고 14일 밝혔다.

경찰은 지난 5일 ‘일본군 위안부 한일협상 폐기를 위한 대학생 대책위원회(대책위)’가 주최한 기자회견이 불법집회였다고 보고 있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대책위는 ‘가짜사과 이용해 국민 속이는 여론전 중단하라’라는 등의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위안부’ 피해자를 개별 방문해 설득을 시도한 외교부를 비판했다. 경찰은 기자회견 도중 방송을 통해 미신고 불법집회를 개최하고 있다고 밝히고 2차례 해산명령을 내렸다.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당시 기자회견을 하는 과정에서 구호를 외치는 등의 행위로 인해 사실상 미신고 집회로 변질됐다고 판단했다”며 “참가자 4명에게 16일까지 출석하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위안부 지킴이가 하면 기자회견도 불법?
비슷한 시기 기자회견 참가자들 “출석 요구 받은 바 없어”

경찰은 비슷한 시기 유사하게 진행된 다른 기자회견에 대해서는 출석요구 등 적극적인 수사를 벌이지 않고 있다.

지난 달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기자회견에서도 참가자들은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지만 경찰은 제지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집회 신고 없이 기자회견을 주최한 전공노 관계자는 “구호를 외친 사실이 있지만 당시 경찰이 방송을 하거나 기자회견 이후 출석요구서를 받은 바 없다”며 “경찰의 기준이 그때그때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6.15남측위원회 청년학생본부는 지난 12일에 정부서울청사 앞 ‘개성공단 가동중단 조치 철회 촉구 기자회견’에서 수차례 구호를 외쳤지만 경찰은 현장에서 경고방송이나 해산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참가자들에 따르면 기자회견 이후 출석요구서를 받은 사람도 없다.

한 여성단체 역시 지난 13일 한일 정부의 위안부 합의를 규탄하며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며 피켓을 들었지만 주의 조치를 받았을 뿐 경고 방송이나 해산명령은 없었다.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기자회견을 미신고집회라고 규정해 출석요구서를 통보하는 경우가 자주 있느냐’는 질문에 “보통 기자회견이나 퍼포먼스에서 집회로 변질됐다고 판단 하면 정보과나 경비과에서 수사의뢰를 하고 그 때 수사가 진행된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대책위 측은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는 게 한두 번 있던 일이 아닌데 출석 요구서까지 보냈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없다”며 “과도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김샘 대책위 대표는 “대학생 입장에서는 소환장 받고 경찰서에 들락날락 하는 것들이 부담스러운 일”이라며 “(경찰이)일부러 출석요구서 발부 등을 통해 학생들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의 자의적 해석이 이같은 상황을 초래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박주민 변호사는 “경찰이 구호 제창 여부로 집회 여부를 판단하고 그것을 토대로 처벌하고자 하는 것은 기계적·자의적인 조치”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집시법상 2명 이상이 모이면 신고를 하게끔 되어있어 경찰이 집회 판단 여부에 있어 재량을 발휘하게 된다”며 “집단이 모여서 의사표현을 한다 하더라도 공공질서를 훼손할 가능성이 낮은 사안에 대해서는 집시법으로 규율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출석요구서를 받은 4명은 피내사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게 된다.

이들 중에는 지난해 12월과 1월 한·일 협상안 규탄 시위를 벌이다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2명도 포함됐다. 당시 출석 통보를 받은 8명 중 7명은 스스로 경찰에 나와 조사를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올해 1월 집시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은 건은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출석에 응하지 않은 나머지 1명에 대해서는 5차 출석요구서가 통보된 상황이며 현재 소재수사를 벌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출처  유독 소녀상 지킴이 대학생들에게 ‘엄격한’ 경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