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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안방의 세월호' 옥시, 정부가 이제부터 할 일

'안방의 세월호' 옥시, 정부가 이제부터 할 일
[주장] 이제는 이윤보다 생명을... 화학물질 정보공개로 국민 알권리 보장하자
[일과건강] 글 : 현재순 (일과건강 기획국장) | 2016.05.04 16:54


이번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기업의 이윤추구를 위해 국민을 상대로한 비밀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화학제품에 의한 전무후무한 화학물질 중독사건이다. 환경단체에 의하면 현재까지 피해규모는 정부가 공식인정한 옥시제품 피해자 177명(사망자 70명)을 포함해서 1천여 명에 이른다. 정부는 현재 4차 피해자 접수를 받고 있다. 특히, 전체 피해자의 80%가 사용했던 제품을 생산한 옥시레킷벤키저는 유해물질 PHMG 위험성을 알면서도 판매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불매운동이 확산되자 여론무마용 기자회견을 개최하여 국민적 공분에 직면해 있다.

▲ 5월 4일 (수) 오후 12시 환경정의,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 화학물질감시네트워크는 서울역 롯데마트에서 가습기살균제 가해 대형마트 규탄 기자회견 '말뿐인 사과와 보상계획이 아닌 재발방지 대안을 바란다'를 진행했다.


1988년 이황화탄소(CS2) 노출로 1천여 명이 중독되고 100여 명이 사망한 원진레이온 사건부터 벤젠 등 발암물질 노출로 200여 명의 피해자가 발생한 삼성전자반도체 사건, 그리고 최근 삼성전자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실명위기를 초래한 메틸알콜 중독사건까지... 피해 노동자들은 취급하는 화학물질의 독성정보를 알 수가 없는 무방비상태였다. 모두가 이윤에 눈이 먼 기업의 파렴치한 비밀행각이 빚어낸 참사다.

또한, 2012년 9월 구미 휴브글로벌 불산누출사고 이후 기업의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화학물질 정보공개가 제한되고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면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 지난해 7월 울산 한화케미칼 폭발사고 등 매년 100건 이상 발생하는 화학물질사고는 화재, 폭발, 누출이라는 면에서 대형참사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모든 사고에서 주민의 알권리는 외면당했다. 어느 누구도 내 주변에 어떤 기업이 어떤 물질을 얼마만큼 사용하는지, 그 물질이 어떤 위험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이 모든 비극의 출발은 노동자, 주민, 소비자의 알권리보다 기업의 이윤이 우선시 되는 현실이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보다 기업의 비밀이 앞선 사회는 위험하다.


우리가 무방비로 당했던 이유

정부는 국민알권리 보장을 위한 법제도를 마련하고 시행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옥시 영국본사가 PHMG 성분함유로 문제가 되는 제품을 우리나라에서만 판매한 사실이 밝혀졌다. 그 이유는 유럽은 화학물질을 소비자 제품에 사용하려면 사전에 안전승인을 받아야 되는 제도가 있고 우리나라는 없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는 제도적으로 판매할 수 없는 제품이 우리나라에선 무방비로 허용된 것이다. 옥시 본사는 이를 악용했고 우리는 제어할 법제도적 장치가 없었던 것이다.

우리나라도 몇 년간 각종 화학물질사고가 계속되자 기존의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을 개정하여 2015년부터 화학물질 등록과 평가에 관한 법률(아래 화평법)과 화학물질관리법(아래 화관법)으로 나누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화평법은 유럽의 사전인증제도라 할 수 있는 REACH(화학물질의 등록, 평가, 허가, 제한)제도를 적용한 것이다. 1톤 이상의 화학물질을 제조, 수입, 판매하는 사업주는 사전에 유해성 평가를 통해 허가를 받아 등록해야만 사용할 수 있게 하였다. REACH제도보다 부족한 부분은 있지만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인 시행과 참여가 있다면 위험한 물질을 사전에 관리해, 안전한 제품만 시장에 유통할 수 있는 예방 차원의 관리제도라 할 수 있다.

또한, 화관법은 등록된 화학물질을 사업장에서 관리하고 사고 시 대응방안을 제도화한 법이다. 특히 화관법 제12조에 따른 사업장 화학물질 통계조사 내용을 원칙적으로 공개하게 함으로써 국민의 화학물질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토대는 마련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기업들은 국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위한 이러한 법제도에 자신들의 이윤추구를 위해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시행 전부터 죽는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이런 식이면 기업하지 말라는 것으로 경제가 죽는다며 국민을 협박하고 청와대와 정부에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아우성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화평법 차원의 화학물질 사전등록, 평가제도가 정착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해야한다. 위험한 제품이 우리 주변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제도를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

또한 2015년 12월 제정된 화관법 상 '화학물질 조사결과 및 정보공개제도 운영에 관한 규정'이 국민 알권리 보장차원에서 운영될 수 있도록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현 운영규정은 기업이 통계조사표에 작성·제출한 화학물질 정보 중 영업비밀 등의 사유로 비공개를 요청할 경우 환경부는 심의신청서와 비공개 영업비밀 증빙서류 등을 심사하여 비공개처분을 내릴 수 있게 되어있다. 미국의 지역사회알권리법을 일부 도입한 제도인데, 무분별한 기업의 비공개신청과 심사의 공정성을 어떻게 담보하느냐가 관건이다.

'규제는 암덩어리'라는 철학을 가진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하고 있고, 기업의 규제완화 요구는 계속되고 있기에 정부와 관계 당국이 앞으로 나아가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교훈인 기업비밀의 남용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뼈저리게 새긴다면 우리 사회는 기업의 이윤보다 국민의 생명과 알권리를 우선시하는 사회로 한걸음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가습기살균제 가해 대형마트 규탄 기자회견

말뿐인 사과와 보상계획이 아닌 재발방지 대안을 바란다.

가습기 살균제 사고로 신고된 사망자만 140여명이 넘고 500여명 이상이 피해를 호고 하고 있다. 시민사회에서 통계적으로 추정하는 피해자는 최대 수십만 명에 달한다. 이런 유래 없는 사건에도 5년이 지나는 동안 가해기업은 파해자에게 사과도 없었고 피해자가 요구하는 면담도 계속 거부해왔다.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낳은 옥시레킷벤키저(이하 옥시)의 반윤리적인 행태가 큰 문제임은 확실하지만 롯데마트, 홈플러스, 이마트 등 다른 가해 기업들도 옥시의 뒤에 숨어 눈치만 보고 있었을 뿐 피해자 사과나 보상에 대한 발표가 전혀 없었던 것은 마찬가지였다.

이상한 것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사과와 보상에 대한 발표를 진행한 것이 롯데마트와 홈플러스가 먼저였다는 것이다. 피해의 원인이 밝혀지고 5년이 지나서 연일 계속되는 옥시의 언론 보도와 시민 사회의 규탄 발언이 극에 달하는 시기에 그동안 한마디도 없는 롯데와 홈플러스가 갑자기 사과를 한 진짜 이유가 궁금하다.

이 사과의 진정성이 의심된다. 언론에 사과를 했지만 정작 피해자들은 이들 기업으로부터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다. 마트 대표가 직접 사과한 기자회견이 채 보름도 지나지 않고, 옥시의 반윤리적 행위에 대한 불매운동이 한창인 이 와중에 대형마트들은 옥시 제품의 판촉행사를 진행하기도 하였다.

“보상재원 100억원 마련”, “피해자 보상 전담기구 설치” 하지만 정작 중요한 구체적 보상계획은 없이 언론 보도만 발표되었다. 이는 가습기 살균제 기업 비난의 불똥이 튀지 않을까 법적 책임과 비난 여론을 최소화하고 법원의 향후 절차에서 기업에 유리한 판결을 위한 가식으로 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검찰 수사 결과 ‘고의’가 입증되지 않으면 보상의 폭이 좁아질 수 있고 결국 시간 끌기를 통해 법원의 판결 결과에 따라 보상하겠다는 또 다른 꼼수 일 수 있다.

소비자의 안전을 위해 제품 출시 전 그 유해성에 대한 확인이 필요했지만 몰랐다며 법적 의무가 없었다며 옥시의 상품을 모방했다는 변명은 지금까지의 옥시의 책임 회피 태도와 다를 것이 없다. 이것이 정말 진정한 사과인지 되묻고 싶다.

대형마트의 사회적 위치는 제조사와는 분명히 다르다. 2013년 대형마트 3사의 자체브랜드(PB;Private Brand)상품 매출액은 10조원에 달했다. 판매 품목은 식품, 공산품, 의약외품 등 대부분의 상품을 만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마트 PB상품의 수는 2011년 이미 1만 8천여개에 달했으며 이는 어느 제조 기업과 비교해도 많은 제품의 수이다.

대형마트는 제조기업과 유통기업의 경계에서 시장을 전체를 움직이는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제조기업에 해당하는 책임은 회피하고 유통기업 해당하는 책임은 제조기업에 돌리며 소비자의 안전을 담보로 배만 불리고 있는 실정이다.

해외 대형마트의 경우 PB상품은 물론 일반 제조 기업에서 만들어 마트에서 판매·유통되는 상품(NB : National Brand)도 관리의 대상이 된다. 제조 기업의 자체의 성실성을 평가하고 성분 공개 등 기업의 의무를 다할 경우 입점의 가산점을 주고 있고, 또한 상품의 입점을 위해 사용해서는 안 되는 위험한 화학물질의 목록을 만들어 제조기업과 공유하고 있다.

살균제 사건은 한국의 화학물질 관리는 물론 대형마트의 부실도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다. 특정 분야의 상품을 제조하는 제조기업과 달리 유통업체의 특성상 품질의 안전성을 판단하는 연구나 조사에 대한 노하우는 부족할 수밖에 없다. 1만 여개가 넘는 상품을 스스로 평가하고 관리하는 것은 현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품질 관리를 제조업체에 의존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발생한 책임도 스스로 다하지 못하는 것은 자명하다.

언제까지 기업의 책임을 외면할 것인가? 제품을 하나라도 더 팔아 보겠다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제품, 안전한 제품을 소비자에 공급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진정한 사회적 책임이다.

한국 대형마트에 요구한다. 말뿐인 사과와 보상계획으로 피해자를 우롱하지 말고 제대로 된 보상계획과 사과를 발표하라. 또한 대형마트 판매 상품의 화학물질 사용에 있어 철저한 품질관리 대안을 만들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라. 안전과 품질 관리를 위한 통합부서를 만들어 적어도 PB상품의 안전은 책임져야할 것이다. 자체적인 유해화학물질 리스트를 만들어 상품 개발 과정에서부터 위험한 화학물질이 사용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고 유해화학물질을 저감하는 노력에 함께하라.

2016년 5월 4일

환경정의ㆍ발암물질없는 사회만들기 국민행동ㆍ화학물질 감시 네트워크


출처  '안방의 세월호' 옥시, 정부가 이제부터 할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