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조선업 이익 회복세라는데, 정부는 왜 위기를 강조하나?

조선업 이익 회복세라는데, 정부는 왜 위기를 강조하나?
산업정책 없고 인력감축·임금 삭감 목적만...조선업 경쟁력 훼손될 것 우려 나와
[민중의소리] 정웅재 기자 | 최종업데이트 2016-05-04 19:58:01


"조선업의 지속 성장을 위한 대책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고, 호들갑을 떨며 노동자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 (대우조선노동조합)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조선업 구조조정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책임 규명과 산업 전망에 따른 종합적 대책 마련은 없이 사람부터 자르고 보는 식의 낡은 구조조정 방식으로는 조선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꾀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또 조선업이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한 마당에 위기를 강조하는 것은 한국 조선산업의 미래를 위해서도 좋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대우조선해양 제공



노동자 고통만 강요

정부가 조선업을 구조조정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빅3 업체들에 자구안을 내놓으라고 압박하고 있다. 정부 압박에 곧 희망퇴직 등을 실시할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수당 삭감 등 임금 삭감에 대한 압박도 있다.

현재 조선업 불황은 일차적으로 경기 변동에 따른 것이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상선 발주가 줄어들었고, 빅3는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마침 유가가 고공행진을 하면서 발주 물량이 늘어난 해양플랜트 수주 쪽으로 눈을 돌렸다. 그러나 해양플랜트 설계능력 부족 및 건조 지연, 빅3간 과다 경쟁에 따른 저가수주, 유가하락 등이 겹치면서 해양 플랜트 부문에서 적자가 대거 발생했다.

유가 하락으로 해양플랜트 신규발주가 사라지면서,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일하던 물량팀과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순차적으로 실업자가 발생하고 있다. 올해 말, 내년을 거치면서 수 만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실직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일터에서 열심히 땀 흘린 죄(?)밖에 없는 노동자들의 실직을 최소화하고, 조선업의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 대안 등을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구조조정엔 이런 것이 쏙 빠져 있다. 실적 악화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만 떠넘기고 있는 모양새다. 정부와 기업의 책임은 빠져 있고 노동자들에게 인원감축, 임금삭감을 강요하고 있다.


숙련 유지 등 고용 보호해야

조선업은 노동자의 숙련이 중요한 산업이다. 노동집약적인 거대 산업으로 자동화에 한계가 있다. 한국 조선이 세계 1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경쟁국인 일본과 중국이 따라오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숙련이 꼽힌다.

"싼 맛에 중국 조선소에 발주냈던 선주들이 결국 우리한테 다시 돌아온다. 한결 같이 하는 말이 한국과 중국의 실력 차이가 많이 난다는 것이다. 우리가 건조한 배가 연비도 훨씬 좋다. 중국 배 보단 좀 비싸게 사야 하지만 몇 년 운영하면 비용을 다 뽑아내고, 중고 시장에 팔 때도 빅3 배라고 하면 (중국 배보다) 더 높은 가격에 팔 수 있다. 이런 실력 차이가 중국으로 갔던 선주들을 돌아오게 하는 요인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는 "지금 상황이 조금 안 좋다고 이런 기술을 가진 인력을 다 자르면 나중에 시장 상황이 좋아졌을 때 어떡할거냐"라며 답답해했다.

그래서 현재 정부와 조선사가 하려는 인력감축 등의 구조조정이 아니라, 숙련을 유지 확대 하기 위한 정규직 인력 신규 채용을 더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는 주문도 나온다.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이 정규직을 신규채용하는 대신 사내하청 고용을 대폭 늘려왔기 때문에 숙련 유지 및 확대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현재 빅3에서는 정년퇴직으로 인한 자연감소분이 매년 꽤 되는데, 향후 경기변동에 따라 사내하청 고용을 줄였다 늘리는 식의 대응이 아니라 정규직 신규채용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우조선노조와 현대중공업노조 등은 노동시간 단축 등을 통한 총 고용 보장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 정부가 조선업계 구조조정을 추진 중인 가운데 지난달 30일 오후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선박이 건조 중이다. ⓒ양지웅 기자



회복세에 위기 강조하는 정부

정부가 조선업 위기를 강조하는 것이 산업적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3일 경실련이 주최한 '기업구조조정, 올바른 방안은 무엇인가' 토론회에서 "위기의 원인은 해양플랜트 대규모 수주에 있었는데, 이제 수주 잔고에서 해양의 비중은 크게 줄어들고 한국의 주력 분야인 선박 건조량을 늘리면서, 이익은 다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라며 "한국 조선업은 위기를 지나고 있다. 위기 상황의 마무리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현대중공업의 경우 2016년 1분기에 조선부문 저가수주 물량 해소 및 해양부문 공정안정화로 3252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전분기 및 전년 동기 대비 대비 흑자로 전환됐다. 박 애널리스트는 "한국 조선업이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금 위기를 강조하는 것은 결코 산업발전에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정부는 위기가 지나고 있는데 위기라고 크게 외치면서, 한국의 조선업 경쟁력 유지 및 강화를 위한 처방은 없이 임금삭감·인력감축 시도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출처  조선업 이익 회복세라는데, 정부는 왜 위기를 강조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