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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창과 침묵과 입장 저지, ‘국론분열’ 현장된 5·18 기념식

제창과 침묵과 입장 저지, ‘국론분열’ 현장된 5·18 기념식
기념식서 쫓겨난 박승춘‧입 다문 황교안…박근혜는 3년째 불참
[민중의소리] 광주=김백겸·신종훈 기자 | 최종업데이트 2016-05-18 12:18:21


▲ 18일 오전 광주 북구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5.18 민중항쟁 36주년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양지웅 기자

5.18 민중항쟁 제36주년 기념식에서 정부가 제창을 불허한 ‘임을 위한 행진곡’이 참석자들의 목소리를 타고 울려 퍼졌다.

국가보훈처 주관으로 18일 오전 10시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기념식에는 황교안 국무총리를 비롯해 윤장현 광주시장, 이낙연 전남도지사 등 각계각층의 인사와 유가족·추모객 등 3,000여명이 참석했다.

정부는 지난해와 같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이 아닌 합창 공연으로 대신했지만 참석자들은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태극기를 흔들며 목소리를 높여 노래를 불렀다.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불허했던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은 5·18 유가족들의 거센 항의로 자리에 앉지도 못하고 쫓겨나는 굴욕을 겪어야 했다. 박 처장은 유가족들의 항의로 쫓겨나면서도 “이 기념식은 그 당사자 분들의 기념식이 아니고 정부 기념식”이라며 자신의 결정에 대한 정당성을 강변했다.

▲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5.18 민중항쟁 36주년 기념식에서 참석하자 5.18 유가족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 결정에 항의하며 막아서고 있다. ⓒ양지웅 기자

▲ 18일 오전 광주 북구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5.18 민중항쟁 36주년 기념식에서 5.18 유가족과 부상자들이 박승춘 보훈처장을 막아서고 있다. ⓒ양지웅 기자

박근혜는 올해도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취임 첫해인 지난 2013년에 5.18기념식에 참석한 이후 3년째 불참이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기념사를 통해 “민주화를 위해 하나가 됐던 5.18정신을 대화합의 에너지로 승화시키자”며 “국민 역량을 결집하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공허한 말이었다.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 공연 순서가 되자 참석자들 대부분은 자리에 일어나서 노래를 따라 불렀지만 황 총리는 자리에서 일어났을 뿐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현기완 청와대 정무수석도 노래를 따라부르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정의화 국회의장,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을 비롯해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우상호 원내대표, 국민의당 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 등 여야 3당의 지도부와 20대 국회의원 당선인들이 기념식에 참석했다. 이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 순서에 참석자들과 함께 일어나 노래를 불렀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관철시키지 못한 정치권에 대한 불만도 터져나왔다. 한 유가족은 정 원내대표를 보고 “여기가 어디라고 앉아있느냐”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다른 참석자는 야당 인사들을 향해 “이게 무슨 기념식이냐”고 성토했다.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와 노회찬 원내대표 등 정의당 지도부는 기념식장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기념곡으로 지정하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를 들고 앉아 있었다.

▲ 18일 오전 광주 북구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5.18 민중항쟁 36주년 기념식에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와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대화하고 있다. ⓒ양지웅 기자

▲ 18일 오전 광주 북구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5.18 민중항쟁 36주년 기념식에서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대화하고 있다. ⓒ양지웅 기자

▲ 5.18 민중항쟁 36주년 기념일인 18일 오전 광주 북구 5.18 민주묘지 구묘역의 묘비에 추모객의 국화가 놓여 있다. ⓒ양지웅 기자


출처  제창과 침묵과 입장 저지, ‘국론분열’ 현장된 5·18 기념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