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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은 성과연봉제가 야만적이라며 폐지했는데...

글로벌 기업은 성과연봉제가 야만적이라며 폐지했는데...
[민중의소리] 정웅재 기자 | 최종업데이트 2016-05-20 10:36:31


"직원 성과평가라는 연례행사가 엉터리라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경영자문회사인 맥킨지앤컴퍼니가 발행하는 계간 '맥킨지 쿼털리' 5월호가 '성과관리제의 미래'라는 제목의 글에서 지적한 내용이다.

맥킨지는 기업의 상대 성과평가제에 사망선고를 내리면서 "성과관리 상대평가제가 평가에 시간만 잡아먹고, 지나치게 주관적이며, 동기를 부여하기보다는 동기를 잃게 하고, 궁극적으로 도움이 안 된다는 것에 평가하는 관리자나 평가받는 직원 모두 공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맥킨지는 상대평가제를 폐기하고 경쟁보다 협력을 장려하도록 대안을 모색하고 있는 GE, MS 등의 움직임도 소개했다.

맥킨지의 '성과관리의 미래' 글을 소개한 기사에는 댓글이 수십개 달렸는데, "상사에게 아부 잘 하면 고성과자, 일 열심해 해도 눈밖에 나면 저성과자', "아부 떨고 사내 정치만 생기고, 위에서 아래로 주관적인 평가는 팀웍을 깰 뿐이다"라는 등 대부분 상대 성과평가제의 문제에 공감하는 내용들이었다.

또 글로벌한 주요 기업들도 상대 성과평가제의 폐해를 깨닫고 제도를 폐지하거나 대안을 모색하는 마당에,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려고 열을 올리고 있는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는 댓글도 많았다.

"이 뉴스를 우리 박 양도 봤으면 좋겠다", "이상하게 이 나라는 뒤늦게 문제가 많은 성과평가제를 도입하려고 하고, 에휴", "그런데 성과급 도입하고 저성과자 솎아내겠다는 박근혜는 뭐하는 건지" 등.

▲ 한국GM 세르지오 호샤 전 사장. 한국GM은 2014년 4월 성과연봉제를 폐지하고 연공급체계의 임금제를 재도입했다. ⓒ뉴시스



한국GM, 성과연봉제 폐지 후 연공급제로

박근혜 정부는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연공서열이 아니라 성과에 따라 보상이 이뤄지는 임금체계로 동기를 부여하고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성과에 따라 임금을 덜 주고 많이 주겠다는 것이 얼핏 합리적으로 들릴 수 있는데, 상대평가를 통한 성과연봉제는 일정 규모의 저성과자가 매번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내부 직원 간 경쟁을 심화시켜 협업을 어렵게 할 수 있다.

객관적 성과 평가가 어렵다는 한계도 있어서 성과를 평가하는 상사에게 잘 보이기 위한 내부정치, 이로 인한 조직 분위기 저해 등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또 직원 간 성과 연봉의 격차가 크게 되면 동기 부여는커녕 사기 저하 등의 역효과도 나타날 수 있다. 성과연봉제는 절대선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런 이유로 오랫동안 시행해오던 상대평가 성과연봉제를 폐기하거나 수정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한국GM은 1999년 과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연봉제를 도입했다. 2003년에는 전체 사무직으로 확대했다. 사무직을 5등급으로 나눠 최하 등급은 임금을 동결하고, 최상위 등급은 20% 인상했다. 입사 동기간에도 연봉이 1,000~2,000만 원씩 차이가 나는 일도 발생했다.

친소관계에 따라 등급이 매겨지는 등 평가제도의 객관성과 신뢰성도 떨어졌다. 그 결과 상·하급자와 팀원들 간 불신이 팽배해졌다. 성과연봉제가 조직문화와 경영에 부정적인 효과를 초래한 것이다. 노조가 2013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설문에 응한 조합원의 83.1%가 성과 중심 연봉제에 부정적이었다. 승진제도와 평가제도에 대한 불신도 80%를 넘어섰다.

직원 사기 및 능률 저하, 협력적 조직문화 파괴 등 성과 중심 연봉제의 폐해가 심각하게 드러나자 노사는 임금체계 대수술에 들어갔고 결국 과거의 연공급 중심 임금체계를 재도입했다.

노사가 성과 중심 연봉제의 문제점에 대해 공감해 합의할 수 있었는데, 직원들의 안정적 생활이 가능하도록 연공급제를 기초로 했고, 일정 부분 성과를 반영하기로 했다. 또 직원 사이에 과도하게 벌어진 임금 격차가 조직문화를 해친다는 판단 아래, 임금 격차 해소를 위한 캐치업(catch up) 제도도 도입했다.

▲ 잭 웰치 전 제너럴일렉트릭 회장이 2008년 한국경제신문사 주최로 열린 '글로벌 인재 포럼' 행사에서 위성으로 포럼 패널들과 토론을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제너럴일렉트릭, 마이크로소프트 등도 상대 성과평가 폐지
"파괴적이고 야만적인 제도"

가전기업인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은 1980년 초부터 '10% 룰(실적 하위 10%를 해고하는 인사방식) 인사평가시스템을 써왔다. 1년에 한 번 상대평가를 통해 직원들을 상위 20%(두뇌집단)-중간 70%(중간집단)-하위 10%(꼬리집단)로 나눠 임금과 대우를 차별했다.

매년 직원의 10%는 잘려나가는 정리해고로 조직이 극심한 혼란을 겪는 등 문제가 발생하자, 경영진은 2012년부터 인사시스템 혁신을 추진해 1년에 한 번 하는 인사평가를 연중 상시평가로 바꾸고, 상대 평가제는 개인별 절대평가로 전환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직원들을 서로 비교 평가해 1등급부터 5등급까지 매기는 일명 '스택 랭킹(stack ranking)' 시스템을 2013년 폐지했다. 상대평가에 따라 일정 비율은 4~5등급의 저성과자가 될 수밖에 없으므로 유능한 직원이 다른 유능한 직원과 함께 일하기를 꺼리고, 이미 최하위 등급을 쳐낸 상황에서도 또 최하위 등급을 매겨야 하는 문제가 계속됐기 때문이다.

MS 전·현직 직원들은 이 제도에 대해 "파괴적이고 야만적인 최악의 제도"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상대평가를 통해 숫자로 등급을 매기는 제도를 폐지한 뒤, MS는 경쟁보다 협력을 강조하는 성과관리로 방향을 틀었다.

서울시 동부병원은 2005년 전 직원을 대상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가 2013년 폐지하고 호봉제로 돌아갔다.

상대평가 방식으로 직원들을 A~E 등급으로 분류했는데, 평가의 객관성과 공정하지 못해 신입사원이나 육아휴직 또는 병가를 낸 직원들의 성과평가 점수가 낮은 식으로 시행됐다. 이러다 보니 직원들의 이직률이 높았다.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도 위의 민간기업에서 발생한 문제들을 드러낼 수 있다. 여기에 더해 공공성이라는 공기업의 근본적 가치도 훼손할 수 있다.


출처  글로벌 기업은 성과연봉제가 야만적이라며 폐지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