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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수당 막고 쇼까지? 정부 ‘취업수당 60만원’ 알고보니...

청년수당 막고 쇼까지? 정부 ‘취업수당 60만원’ 알고보니...
[민중의소리] 정웅재 기자 | 발행 : 2016-08-21 14:07:47 | 수정 : 2016-08-21 14:07:47


서울시의 청년수당에 제동을 걸고 있는 정부의 태도와 논리에서 합리성은 찾아볼 수 없다. 앞 뒤가 맞지 않고, 억지스럽다. 청년수당에 맞불로 내놓은 취업성공패키지 수당이 지속 가능한지도 의문이다.


취업성공패키지 수당 살펴보니
아하! 알겠네, 정말 '이상한 정부'라는 걸~

서울시의 청년수당에 대해 "선심성 사업이다", "현금 지원은 도덕적 해이를 불러온다"고 비판하던 정부가 취업수당을 지급하는 정책을 발표한 것에 대해서는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냐"는 식의 비판이 많이 나왔다.

많은 사람들이 비판한 걸 또 언급하지는 않겠다. 이걸 언급하지 않고도 이 정부가 '이상한 정부'라는 건 충분히 증명할 수 있다. 취업성공패키지 정책을 조금만 들여다 보면 된다.

▲ 이기권(오른쪽) 고용노동부 장관과 박희재 청년희망재단 이사장이 12일 오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 브리핑룸에 '취업성공패키지 참여자 취업지원 협력 강화방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취업성공패키지는 취업취약계층과 저소득층을 위한 '취업지원서비스'로 2009년 도입됐다. 제도 시행 초기엔 만 18~64세 연령층 중에서 생계급여수급자 등 저소득층만 참여할 수 있었다. 그러다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해짐에 따라, 2012년부터는 만18~34세 미취업 청년은 소득에 관계없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도록 사업이 확대됐다.

1단계 진로상담, 2단계 직업훈련, 3단계 취업알선 과정으로 최장 12개월 동안 진행된다. 훈련과정에 성실하게 참여하면 1단계에선 최대 25만원, 2단계에선 월 40만원을 최대 6개월 동안 지원받을 수도 있다.

제도 시행 8년차에 접어든 취업성공패키지 정책은 여러 지점에서 개선할 필요성이 있었다. 무엇보다 제도에 참여하는 청년들의 만족도가 낮았다.

서울연구원이 지난해 12월 전국 만 18~29세 청년 7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정부 취업지원정책 중 취업성공패키지의 만족도(10점 만점에 6.11점)가 가장 낮았다. 취업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은 39%에 불과했다. 불만족한 이유(복수응답)로는 취업능력 향상 미흡(48.6%), 교육·훈련과정의 단순함(43.2%), 훈련기관 선택제약(40.5%) 등을 꼽았고, 개선사항으로는 교육·훈련기관의 선택 범위 다양화(42.9%)가 가장 많았다.

쉽게 얘기하면 참여할 만한 프로그램이 적어서 정작 취업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인데, 한국노동연구원은 '취업성공패키지 성과분석 및 제도 개편 방안' 연구(2013.11)에서 "자기주도적인 구직활동이 가능한 대상자에게 통합적인 고용서비스를 저소득층과 동일하게 제공해야 하느냐는 근본적인 문제를 (기존 연구들에서) 제기하고 있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연구는 고용노동부가 발주해 한국노동연구원이 수행한 것이다.

▲ 박원순 서울시장이 8일 오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청년정책과 관련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정병혁 기자



서울시 청년수당, 정부 정책 문제 보완하는 실험

그렇다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정책 수용자인 청년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연구 용역 결과를 토대로 취업성공패키지 제도를 개선 발전시키는 것이다. 자기주도적으로 구직활동을 할 수 있는 청년 중 취업난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는 어떤 지원을 할 건지, 취업성공패키지의 문제점으로 지적된 훈련의 단순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건지 등을 고민해 제도를 보완하는 게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해야 할 일은 안 하고 서울시의 청년수당을 못하게 막더니, "우리가 1인당 최대 60만원을 줄게"라고 나섰다. 현금지원 반대하더니, 현금을 지원하는 건 뭐냐? 서울시 정책 베끼는 거냐?라는 비판이 나오자, 정부는 "현금 지원이라고 해서 다 같은 것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정부가 지원하는 건 면접시 양복 대여비, 교통비, 숙박비 등 '직접적 취업활동 수당'인 반면, 서울시 청년수당은 '직접적 취업연계없는 개인 활동 지원 수당'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서울시 청년수당을 반대한다는 것인가? 청년들이 수당 받아서 취업활동이 아닌 엉뚱한 곳에 쓸까봐?

정부의 이런 주장은 이 폭염에도 알바해서 생계비 벌어가며 구직활동하는 청년들이 들으면 정말 화가 날 말이 아닐까? 기차타고, 고속버스 타고 세종시로 내려가 정부청사 앞에서 집단으로 항의해도 모자랄 정도로 말이다.

서울시의 청년수당은 그동안 취업성공패키지의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것을 보완하는 실험이기도 하다.

"서울시의 청년활동지원사업은 정형화된 교육훈련 과정에 수동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이 아닌, 변화된 사회문화적 환경에 따라 청년들이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능동적으로 진로를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고용노동부의 취업성공패키지와 다릅니다. 취업성공패키지가 미취업 청년을 대상으로 통합적 단계별(1, 2, 3단계) 취업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면,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사업은 취업 청년의 자율적인 진로·사회활동을 지원해 진로설계 및 능력증진을 돕습니다." 서울시의 설명이다.

그런데 대화와 협의를 하려고 하지는 않고 싹을 자르려고 하니 참으로 이상한 정부다.

▲ 보건복지부가 서울시 청년수당을 막아서자 비판하고 나선 청년들. 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사회보장위원회 앞에서 열린 '보건복지부의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사업 시정명령 규탄 청년단체 긴급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보건복지부 시정명령' 을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청년희망재단 기금으로 지속 가능할 수 있을까?
알고보니 최대 60만원 아닌 30만원 지원?

취업성공패키지 수당이 지속 가능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 수당은 청년희망재단의 기금에서 지원한다. 박근혜의 지시로 지난해 하반기 뚝딱 만든 청년희망재단에 쌓인 기금은 현재 1,438억 원 규모다. 시중은행에서 국민 성금 형식으로 모금했지만, 이 펀드의 상당 부분은 대기업에서 채웠다.

이건희 삼성 회장 200억 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150억 원, 구본무 LG그룹 회장 70억 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50억 원, 이명희 신세계 회장 40억 원,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 30억 원, 허창수 GS 회장 30억 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30억 원,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20억 원,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16억 원 등을 냈다.

그룹 총수가 이렇게 내는데 직원들이 안 낼 수가 없었을 테다. 대기업별로 임직원 명의로도 꽤 많은 액수를 기부했다. 국세청 공익법인 공시시스템에 공개된 출연자 현황을 보면, SK 임직원 명의의 기부가 가장 많이 눈에 띈다.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해 8.15 광복절에 특별사면 받은 것에 대한 보답 차원일까?)

전국은행연합회 홈페이지에서는 청년희망펀드 기부금 누적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데, 현재도 기부가 이어지고는 있지만, 소액 위주라서 전체 기부금 규모에 큰 변화는 없는 수준이다.

청년희망재단이 공익재단으로서 별다른 수익사업을 하지 않는 것을 고려하면, 현재의 기금을 쌓아놓고 은행 이자 등을 받아서 취업박람회, 멘토 특강, 청년희망채움사업 등 고유목적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재단 실무자 인건비, 사무실 운영비 등도 만만치 않게 들어간다.

▲ 청년희망펀드 1호 기부자인 박근혜는 지난 1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년희망재단에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뉴시스


정부와 청년희망펀드의 계획대로 취업성공패키지 3단계 참여자의 40% 수준인 2만4000명에게 1인당 최대 60만 원을 지원하려면 1년에 약 144억 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청년희망재단은 재단의 기금 규모를 고려해 절반 수준인 연 74억 원(1인당 60만 원의 절반인 30만 원)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재단은 청년희망채움예산에서 필요 경비를 끌어다 쓸 계획인데, 올해 청년희망채움예산은 59억 원으로 책정돼 있다. 당장 9월부터 현금지원을 시작하면, 9~12월에만 25억 원가량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올해 청년희망채움예산의 절반을 차지하는 규모다. 이 정도 규모의 연계 사업을 재단에서 지속하는 게 가능할까? 대기업에서 또 돈을 끌어모은다면 모르겠으나, 지난해 박근혜가 1호 기부자로 나서자 눈치를 보던 대기업 회장들은 이건희 회장이 200억 원을 기부하자 서열순대로 이미 낼 만큼 냈다.

취업난으로 어려운 청년들이 넘쳐나는데, 서울시의 의미 있는 실험은 발목 잡고, 자신들이 기존에 하던 정책은 산으로 가게 만드는 정부. 정말 이상한 정부다.


출처  청년수당 막고 쇼까지? 정부 ‘취업수당 60만원’ 알고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