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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식 신자유주의의 귀결은 ‘헬조선’

미국식 신자유주의의 귀결은 ‘헬조선’
[민중의소리] 사설 | 발행 2016-09-05 07:21:27 | 수정 2016-09-05 07:29:49



지난 8월 15일 박근혜는 광복절 경축사에서 “대한민국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잘못된 풍조”가 퍼져가고 있으며 “세계가 부러워하는 우리나라를 살기 힘든 곳으로 비하하는 신조어들이 확산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박근혜의 현실 인식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것인지를 객관적으로 밝혀주는 자료가 어제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발표되었다.

입법조사처가 세계 상위 소득 데이터베이스(The World Top Income Database·WTID)와 국제통화기금(IMF)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2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상위 10%의 소득집중도는 44.9%로 나타났다. 이는 전 세계에서 미국(47.8%)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비교 시점인 1995년 우리나라 상위 10%의 소득집중도는 29.2%였다. 1995년에 미국은 이미 40.5%였지만 우리나라가 일본(34%), 영국(38.5%), 프랑스(32.4%)에 비해 높은 편은 아니었다. 1997년 IMF 금융위기를 거친 후 2000년에 35.8%로 급증하더니 2008년에 43.4%로 폭증했으며, 2012년까지 소득집중도 ‘증가율’은 53.8%로 미국(18%)은 물론 2위인 싱가포르(38.7%)와도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이 전 세계에서 소득 불평등이 가장 빠른 속도로 심화한 국가였다는 것이다. 발표 기준이 2012년이었으니 지금은 더 심화하였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 기간에 모든 나라의 소득 불평등이 심화한 것은 아니다. 1995년에는 우리보다 심했던 프랑스(32.4%)는 32.3%로 제자리였고, 뉴질랜드는 32.6%에서 30%로 감소했으며, IMF 구조조정을 거부했던 말레이시아는 27%에서 22.3%로 대폭 감소했다.

결국,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대세이고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경제가 망할 것처럼 선동했던 집권세력의 말은 모두 거짓말이었음이 드러났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오로지 가진 자들을 더 배부르게 해주는 묘약일 뿐이었다.

소득 불평등에다 자산 불평등까지 고려하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상위 1%가 전체 자산의 26%, 하위 50%가 전체 자산의 불과 2%만을 소유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국세청과 안전행정부가 제출한 부동산 소유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14년 기준으로 부동산 보유 상위 100명은 1인당 평균 주택 166채(공시가격 158억 원)와 1,115억 원 상당의 토지를 보유했다. 반면 최하위 10%의 부동산 보유금액 평균은 500만 원으로 상위 1%가 하위 10%에 비해 646배 많은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니 청소년들에게 장래 희망을 조사하면 ‘건물주’라는 답이 나오고,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신조어가 생겨나는 것이다. 이런 사회를 헬조선이 아니면 뭐라 불러야 마땅하겠는가. 이런 사회를 부정적으로 묘사하지 않으면 어떻게 묘사하라는 것인가.

박근혜의 현실 인식이야 워낙 허황한 것이니 논외로 한다 치고, 재집권을 약속하고 있는 야당들의 현실 인식은 얼마나 다른지 모르겠다.

불평등이 폭발적으로 심화한 시기가 바로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집권 시기이다. 한때 민주주의를 위해서 싸웠던 세력이라 하더라도 친미 사대주의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미국식 신자유주의를 어쩔 수 없는 세계적 추세로 인정하는 세력들의 집권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우리 사회가 깊이 돌아봐야 할 것이다.

소득 양극화, 자산 양극화를 놔두고 복지 정책 몇 개 도입하여 생존이나 하라는 식의 정책으로는 헬조선을 바꿀 수 없다. 비정규직 철폐, 자산 계층에 대한 철저한 규제와 과감한 증세, 생활 임금의 대폭 상승 등 근본적 진단과 처방을 진지하게 모색할 때이다. 양극화를 인정하고 복지로 완충하자는 주장이 아니라 소득과 자산 양극화 자체를 해결하자는 주장이 더욱 과감하게 나와야 할 시점이다.


출처  [사설] 미국식 신자유주의의 귀결은 ‘헬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