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박근혜를 탄핵해야 할 6가지 이유

박근혜를 탄핵해야 할 6가지 이유
[민중의소리] 이재화 변호사, 민변 전 사법위원장 | 발행 : 2016-10-29 20:43:48 | 수정 : 2016-10-29 20:45:26


국민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분노의 핵심은 비선실세 최순실의 호가호위(狐假虎威)가 아니다. 한 자연인이 대통령의 이름을 팔아 범법행위를 했다면 그를 처벌하면 그만이다. 이글거리는 분노의 원천은 ‘우리가 뽑은 대통령은 박근혜인데, 대통령 권한을 행사하는 사람은 무자격자 최순실’이라는 것이다. ‘최순실 게이트’가 아니라 ‘박근혜 게이트’다. ‘게이트’의 본질은 무자격자 최순실의 ‘대통령 참칭’이 아니라 박근혜의 ‘대통령 권한 무단양도’와 그로 인한 ‘헌정질서 파괴’다.

학생, 청년, 교수, 지식인, 해외동포들이 앞 다투어 ‘대통령은 하야하라’, ‘국회는 탄핵발의를 하라’, ‘국민의 힘으로 사퇴시키자’라고 외치고 있음에도 더불어민주당 등 정치권은 ‘탄핵 역풍’을 우려하여 ‘내각 총사퇴’ ‘청와대 비서진 전원 교체’만 외칠 뿐 ‘하야’, ‘탄핵’이라는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다.

‘역풍’이라니 웃기는 이야기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발의는 ‘깜’도 안 되는 사유로 순전히 정략적 목적으로 한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청구를 기각할 것임은 대다수의 국민은 예견할 수 있었다. 주권자인 국민은 그해 총선에서 탄핵발의를 한 정치세력을 준엄하게 ‘심판’을 했다. 그것은 ‘역풍’이 아니라 ‘순풍’이었다.

그런데 작금의 상황은 12년 전과는 180도 다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건은 ‘사소한 법 위반’을 이유로 탄핵발의를 했던 것이다. 반면 ‘박근혜 게이트’는 대통령의 직을 유지하는 것이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반’이자 국민의 신임을 정면으로 배신한 것이다. 2004년도에는 대다수의 국민은 ‘탄핵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음에도 일부 정치세력만이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반면 지금은 국민들이 ‘박근혜는 국정을 담당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탄핵 역풍’을 운운하는 사람은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심각한 ‘상황인식 장애자’이다. 무엇이 ‘정의’이고 ‘헌법 정신’인지를 외면하고, 오로지 혹시 자신들에게 올지도 모를 막연한 ‘반사적 불이익’만 계산하는 ‘비겁자’이다.

▲ 10월 25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발표한 박근혜 ⓒ뉴시스


박근혜가 하야(下野)해야 할 이유, 박근혜를 탄핵해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대표적인 여섯 가지 사유만 들어보자.


첫째, 박근혜는 헌법을 수호해야 할 책무를 위반했다.

헌법은 “대통령은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고 명시하고 있고(제66조 제2항), 대통령 취임 시에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며 대통령으로서의 책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으로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라는 선서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69조). 박근혜는 이 규정에 따라 취임선서를 했다. 헌법은 헌법기관 중 유일하게 대통령에게만 대통령의 책무를 명시하고 선서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국가의 원수이자 행정부의 수반이라는 대통령의 막중한 지위를 고려한 것이다. 이 규정은 대통령이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위반하면 지체 없이 하야(下野)하여야 하고, 헌법을 파괴하였음에도 스스로 하야하지 않으면 국회는 탄핵발의를 하여야 하며, 주권자인 국민은 그를 대통령직에서 끌어내릴 수 있다는 뜻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선언한 민주공화국 헌법의 준엄한 명령이다.

그런데 대통령은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무자격자인 비선실세 최순실에게 대통령의 권한을 양도하여 국민주권주의, 법치주의, 직업공무원제도 등 헌법질서를 유린하도록 했다. 이는 헌법에서 정한 대통령의 책무를 위반한 것이자 취임 시 국민 앞에 한 선서를 위반한 것이다.


둘째, 박근혜는 국민주권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했다.

대통령은 국민의 선거에 의해 선출된 국가의 원수이자 국가의 대표자이다. 대통령의 권한은 그 누구에게도 양도할 수 없다. 대통령은 연설과 공무원에 대한 인사로 헌법에서 부여한 권한을 행사한다. 연설에는 대통령의 국정철학이 녹아있고, 국민에 대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이 중요한 대통령 연설문의 최종 결재자가 대통령이 아닌 최순실이었음이 확인됐다.

그동안 박근혜가 국민 앞에 읽은 연설은 박근혜가 아닌 ‘최순실의 생각’이었던 것이고, 박근혜는 ‘최순실의 대독자’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최순실이 장․차관 및 청와대 비서관 등 주요 공무원들의 인사에 개입했다고 한다. 박근혜가 아닌 ‘최순실의 철학’을 이해하고 이를 잘 수행할 사람을 공무원으로 임명한 것이다. 세간에 나도는 ‘제18대 대통령은 최순실’이라는 말이 틀린 것이 아니다. 박근혜의 이러한 권한 무단 양도행위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헌법 제2조 제2항), “대통령은 국민의 선거에 의하여 선출한다.”(헌법 제67조 제1항)는 헌법상의 국민주권주의를 철저히 유린한 것이다.


셋째, 박근혜는 법치주의를 파괴했다.

박근혜는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은 청와대가 기획하고 전국경제인연합이 주도하여 만든 것이라고 시인했다. 그런데 이 두 재단 설립을 주도한 사람은 최순실임이 드러나고 있다. 최순실은 재단설립인가를 받은 과정에 거짓 총회속기록을 만들고 공무원으로 하여금 ‘셀프접수’를 받도록 하는 등 온갖 불법을 저질렀다. 재단자금을 모집하는 과정에서도 재벌의 비리를 약점으로 이용하고 청와대 수석비서관을 동원해 800여억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삥’을 뜯어냈다. 이 과정에 개입한 청와대 수석의 행위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또는 제3자 뇌물수수죄에 해당하고, 이를 지시한 최순실은 이 범죄의 공범 또는 교사범이다. 박근혜는 두 재단설립 과정을 잘 알면서도 이를 묵인했고 ‘뭐가 문제냐’며 최순실의 행위를 두둔했다. 이는 공무원과 최순실의 범죄행위의 공범임을 자백한 것과 다름이 없다.

또한 언론보도에 의하면 청와대 비서관을 통해 매일 30cm 청와대 문서와 박근혜의 연설문을 최순실에게 보냈다고 한다. 이 문서는 대통령 기록물이자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것이다. 권한 없는 자에게 이러한 문서를 보낸 행위는 대통령기록물관리법위반죄, 공무상비밀누설죄에 해당한다. 청와대 비서관이 외부에 반출하도록 재가한 박근혜와 이 문서를 받은 최순실도 이 범죄의 공범이다. 최순실이 유령회사를 차려 재단의 돈을 횡령하고 그 횡령한 돈을 밀반출하여 독일에서 부동산을 구입한 외국환거래법위반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무법천지가 따로 없다. 박근혜와 최순실의 이러한 행위가 헌법질서의 근간인 법치주의를 파괴한 행위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 박근혜가 25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최순실에 대한 연설문 유출 의혹과 관련해 입장 발표 후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뉴시스



넷째, 박근혜는 직업공무원제도를 파괴시켰다.

박근혜는 최순실 말만 믿고 “참 나쁜 사람”이라며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참가한 승마대회와 관련하여 감사를 한 교육문화체육관광부 소속 두 명의 공무원을 경질을 시키도록 지시했다. 아무런 징계절차도 없이 무고한 공무원을 내쫓은 것이다. 헌법은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고 규정하여 직업공무원제도를 보장하고 있다. 정권교체에 따른 국가작용의 중단과 혼란을 예방하고, 일관성 있는 공무수행의 독자성과 영속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박근혜는 비선실세 최순실의 확인되지도 않는 한마디의 말만 믿고 공정하게 업무를 수행한 공무원들을 사사로운 감정을 갖고 찍어낸 것이다. 이는 헌법상의 직업공무원제도를 무력화시킨 행위임은 분명하다.


다섯째, 박근혜는 국가기관의 기능을 마비시켰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를 위한 입학과 학사관리 부정문제로 130년 전통의 명문 사립대 이화여대가 쑥대밭이 되어 버렸음에도 감독기관인 교육부는 2년 동안 단 한 번의 감사도 하지 않았다. 박근혜가 두둔하는 비선실세가 개입되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박근혜는 고위 공직자와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에 대해 감찰하는 업무를 관장하는 이석수 특별검찰관이 우병우 민정수석을 조사하고 최순실의 재단설립자금 강제모금 비리에 대해 내사했다는 이유로 그를 내쫓아 버렸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죄라면 법에 정한 본연의 업무를 했다는 것 뿐이다. 대통령의 공약을 법률로 만든 특별감찰관제도를 하루아침에 무력화시켜 버린 것이다. 공직자의 비리와 공직기강을 바로 잡는 기능을 하는 민정수석실도, 공무원의 직무감찰을 담당하는 대통령 직속기관인 감사원도 최순실과 그의 지시를 받은 청와대 공무원들의 전대미문의 비리에 대해 3년 6개월 동안 단 한 번도 조사하지 않았다. 이와 같은 국기기관의 기능 마비는 박근혜와 최순실의 아주 특수한 관계 때문일 것이다.


여섯째, 박근혜는 평화통일 책무를 위반했다.

헌법은 평화통일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제4조), “대통령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제66조 제3항)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대통령 취임 시에 ‘조국의 평화적 통일 책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을 선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박근혜는 입으로는 ‘통일대박’을 외치면서도 평화통일 책무를 수행한 적이 없다. 올해 1월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2월 초까지도 ‘개성공단은 대북 제재 수단이 아니다’라는 일관된 태도를 보이던 정부가 느닷없이 2월 10일 ‘개성공단 전면 중단’ 결정을 내렸다. 미르재단 이성한 전 사무총장은 “최순실이 주도한 비선모임에서 개성공단 폐쇄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비선실세의 논의 직후 박근혜는 평화통일의 상징인 개성공단을 폐쇄시켜 버렸다. 전문가의 조언이 아니라 ‘선무당’ 최순실의 말을 믿고 평화가 아닌 대결정책을 편 것이다. 박근혜는 뜬금없이 ‘북한은 2년 안에 붕괴된다’, ‘북한 주민들은 언제든지 대한민국으로 오시라’라며 ‘북한 붕괴론’, ‘북한주민 탈출론’을 설파하기도 했다. 박근혜의 개성공단 폐쇄결정과 북한 붕괴론, 북한 주민 탈출론은 모두 ‘무력에 의한 통일’을 전제한 것으로, 헌법이 천명한 ‘평화통일 원칙’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다.

▲ 10월 26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발표한 뒤 자리를 떠나는 박근혜. ⓒ뉴시스


이처럼 박근혜는 국민이 위임한 헌법상 대통령의 권한을 무자격자인 비선실세 최순실에게 무단으로 양도하였고, 무단으로 대통령 권한을 양도받은 최순실은 박근혜의 비호와 묵인하에 3년 6개월 동안 공무원을 앞세워 각종 범죄행위를 일삼았을 뿐만아니라 국정을 농단했다. 박근혜는 국정을 담당할 자격을 이미 상실했다. 헌법을 수호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대통령직을 유지시킬 수 없다.

박근혜는 결자해지 차원에서 늦기 전에 스스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국회는 헌법을 수호하기 위해 침해된 법치주의를 회복하기 위해 국민의 뜻을 받들어 박근혜에 대한 탄핵소추를 해야 한다. 박근혜 본인이 하야하지 않고 국회가 탄핵소추를 하지 아니하면 성난 국민이 박근혜를 그 직에서 끌어내릴 것이다.


출처  [이재화 칼럼]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해야 할 6가지 이유